-낸시 펠로시, “그는 무조건 떠나가야 한다”
-미국 상원의 탄핵안 투표 결과에 따라 트럼프 탄핵 여부가 최종 결정
[시사포커스 / 정유진 기자]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하원에서 내란 선동 혐의로 탄핵소추 당했다. 지난해 12월 '우크라이나 스캔들'로 탄핵당한 지 13개월 만에 두 번째 탄핵이다.

민주당이 장악한 하원은 13일(현지시각) 트럼프에 대한 탄핵소추안을 가결했다. 민주, 공화 양당 하원의원들은 이날 3시간 30여분에 걸친 찬반 토론 끝에 오후 4시를 넘겨 표결을 시작했다. 투표 결과 찬성 232표, 반대 197로 탄핵안이 통과됐다.
민주당 의원 222명 전원이 찬성표를 던졌고, 공화당 의원 10명이 찬성했다.
공화당 하원 '넘버 3'인 리즈 체니 하원의원을 비롯해 애덤 킨징어, 존 캣코, 프레드 업턴 등은 전날 트럼프 대통령을 탄핵하겠다고 공개적으로 밝힌 데 이어 이날 찬성표를 던졌다.
민주당이 다수인 하원에서 탄핵안 통과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하지만 공화당 의원이 10명이나 탄핵을 지지한 것은 첫 번째 탄핵 때와는 달라진 점이다.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은 투표가 실시되기 이전 “그(트럼프)는 우리가 사랑하는 미국의 명백하고 현존하는 위험”이라며 “그는 무조건 떠나가야 한다”고 주장했다.
펠로시 의장은 이어 “의원들과 미국은 의회의사당의 존엄성을 침해하고, 정당하게 기재된 미국인들의 뜻(대선 결과)을 뒤집으려고 했던 내란을 경험했다”면서 “우리는 미국 대통령이 우리나라를 겨냥했던 이 무장반란을 선동했다는 것을 알고 있다”고 강조했다.
미국 상원의 탄핵안 투표 결과에 따라 트럼프 탄핵 여부가 최종 결정된다. 상원은 탄핵 가결 문턱이 더 높다. 상원에서 탄핵안이 통과되기 위해선 재적 의원 3분의 2 이상의 찬성이 필요하다. 상원 전체 의석이 100석인 점을 감안하면, 67명 이상이 탄핵안에 찬성표를 던져야 한다.
상원은 공화당과 민주당이 각각 50석씩 갖고 있다. 적어도 공화당 의원 17명 이상이 민주당에 가세해야 트럼프 대통령이 최종적으로 탄핵·파면될 수 있는데, 공화당 상원 지도부가 아직 입장을 내놓지 않았다.
상원은 트럼프 대통령 임기 종료(1월 20일 정오) 전에 탄핵 심리를 시작하지 않을 방침이다. 매코널 원내대표는 지난 11일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인 취임식 전날인 19일까지 상원 회의를 소집할 계획이 없다"고 밝혔다.
따라서 트럼프 대통령이 스스로 사임하지 않는 이상 임기 종료 전에 대통령직에서 강제로 끌어내리기는 어려울 것으로 전망된다.
하지만 하원 표결에서 공화당 반란 표가 10표 나오면서 상원에서 진행될 탄핵 심판 결과에도 변화가 있을지 주목된다.
미국 240년 역사에서 대통령 탄핵안이 상원 문턱을 넘은 경우는 한 번도 없었다.
상원에서 부결 가능성이 높은데도 민주당이 하원에서 탄핵을 밀어붙인 건 지난 6일 지지자의 의회 점거 사태와 관련해 트럼프 대통령에게 폭력을 선동한 책임을 물어야 한다는 이유에서다.
트럼프 대통령은 2016년 정계 입문 이후 관례와 전통을 깨면서 기성 정치와 반대 행보를 정체성으로 삼았다. 4년간의 대통령직 마무리도 두 번 탄핵이라는 새로운 기록을 세우면서 막을 내리게 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