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오는 4월 있을 서울시장 보궐선거의 핵심 키워드는 여야 모두 단일화다. 문제는 야권 단일화 논의는 저마다 주도권 기싸움 속에 지지부진한 상태지만 여권에선 민주당과 열린민주당이 후보 단일화에 적극 나서는 등 불리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벌써부터 똘똘 뭉치는 모양새다.
아무리 여러 여론조사에서 정권 유지보다 정권교체, 여당 후보보다 야당 후보를 뽑겠다는 답변이 많이 나와도 야권 후보 간 단일화가 이뤄지지 못한다면 민주당 출신 지자체장의 성추행 때문에 치러지는 선거임에도 불구하고 자칫 여당 후보가 어부지리로 승리하는 최악의 결과가 나올 수 있다.
이번 보궐선거가 문재인 정권에 대한 심판 성격을 가진데다 내년 대선 전 중간평가란 의미도 있다는 점에서 어느 야당에서든 출마 욕심이 나는 거야 당연하겠지만 단일화에 실패함으로써 민주당이 서울시장을 다시금 가져갔던 지난 2018년 지방선거를 생각해본다면 일단 문 정권 심판이란 대의 앞에선 국민 여론이 어디로 향해 있는지 살피는 게 먼저 아닐까
당장 15일 시사포커스TV에서 실시한 조사에서도 참여자 2만명 중 ‘지지정당의 후보를 지지하겠다’는 답변은 35%에 그친 반면 ‘지지정당에 관계없이 당선가능성이 높은 후보를 지지하겠다’고 답해 여당 후보를 확실하게 이길 수 있는 후보경쟁력이 더 중요하다는 사실을 새삼 재확인시켜주고 있다.
이런 여론만 봐도 이번 선거에서 정당이기주의가 설 자리는 없어 보이는데, 한 발 더 나아가 10만 명 가까이(9.2만명) 참여했던 지난 10일 본지 조사에선 제1야당인 국민의힘과 안철수 대표의 국민의당이 무조건 합당해야 한다는 의견이 그 반대 의견(28%)의 2배를 훌쩍 넘긴 72%에 이를 정도로 아예 양당 합당을 주장하는 목소리도 높아지고 있어 정치권에선 이 같은 민심을 결코 흘려듣지 말아야 할 것이다.
비록 국민의힘에서도 본경선을 100% 완전시민여론조사로 하고 모든 질문지에 정당 지지를 제외하기로 결정하는 등 여러 변화를 보여주고는 있다지만 이 역시 국민의힘 입당에 미온적인 안 대표를 유인하기 위한 입당 유도 성격이 적지 않단 점에서 과연 당리보다 문 정권 교체를 최우선으로 하고 있는 것인지 여전히 그 진정성에 의문을 가질 수밖에 없다.
정당의 최대 목표가 정권 교체란 점에서 사실 대선이 더 중요하고, 안 대표는 지난해 12월 20일 서울시장 보선 출마 선언 당시 이미 대선 포기를 공언한 만큼 이제는 그저 전초전 격인 서울시장 선거에서 선봉으로 어느 깃발을 앞세울지 따위로 다투기보다 국민의힘이 좀 더 양보하는 대인의 자세를 보여줄 필요가 있지 않은가 싶다.
앞으로 겨우 3달도 남지 않은 상황에서 국민의힘이 안 대표를 압도할 만한 새 후보를 내놓는다는 것은 시간상 어려울 뿐 아니라 현재 여당 후보로 누가 나오든 안 대표만이 큰 격차로 앞서고 있다는 점에서 굳이 불확실한 험로를 택하기보단 이번 보선만은 부디 안 대표와 통 큰 단일화 협상을 이어가주길 희망한다.
내년 대선 승리를 위해선 일단 여론이 여당에서 야당으로 넘어왔다는 분위기를 조성해야 하고, 이를 위해선 이번 보선에 나서는 야권 후보가 어느 당적을 가졌든 여당 소속만 아니면 되는 것인데, 서울시장 출마를 위해 대선 포기까지 선언한 안 대표와 굳이 입당을 하라 마라 신경전을 이어갈 필요가 있겠는가.
물론 양당이 통합해 후보를 내놓는 게 외견상 가장 이상적이겠지만 설령 그게 어렵다 하더라도 지금의 야권 역시 당청에 등 돌린 국민 여론의 변화로 힘을 얻은 만큼 누구를 야권 단일후보로 내세울지도 온전히 국민 손에 맡길 필요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김종인 비대위원장이 오는 3월에 단일화를 논의하겠다고 밝힌 만큼 유의미한 결과가 나올 수 있길 손꼽아 기대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