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중도’가 최대변수
4.7 서울시장 보궐선거, 야권 ‘중도’가 최대변수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박강수 회장
박강수 회장

서울시장 보궐선거 출마 후보 등록을 하기 무섭게 국민의힘에서 각 후보들간 경쟁이 치열하게 진행되고 있다. 하지만 달아오른 경선판과는 별개로 일부 후보는 이번 선거의 승패를 가르는 키를 누가 쥐고 있는지도 모른 채 등판한 듯 보인다.

이번 선거는 정권교체를 위한 대선의 전초전으로서 반드시 이겨야 하는 만큼 야권 단일화는 이를 위해 필수불가결한 요소로 꼽히고 있는데, 단일화의 범주에는 당연히 국민의힘의 기존 지지층인 보수우파 뿐 아니라 중도층까지 품어야만 확실히 승리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오히려 나경원 전 의원은 경선 레이스 시작부터 “중도에 연연하지 않겠다. 중도로 가야 한다는데 그 중도는 허황된 이미지”라며 “우파정당이 중도인 척하고 왔다 갔다 하면 표가 오지 않는다”고 거듭 중도층을 자극하는 발언을 하고 있어 심히 우려를 금할 수 없다.

일찌감치 등판한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가 이미 ‘중도’ 포지션을 잡고 있다 보니 보수정당 후보로서 일단 ‘집토끼’(우파)만 안고 가보겠단 전략으로 비쳐지는데, 보선을 임하는 데 있어 ‘최종’ 상대가 누구인지 제대로 살피고 나서야지 벌써부터 중도층의 존재 자체를 무시하는 듯한 발언이나 해댄다면 결국 문재인, 홍준표, 안철수 대표가 3자구도로 갈려서 치러진 지난 19대 대선이나 박원순, 김문수, 안철수로 치러졌던 7회 지방선거처럼 민주당에 반사이익만 얻게 해줄 뿐이다.

이번 보선에서 이기려면 우파는 물론 중도까지 끌어안을 수 있는 후보여야지 단지 우파의 목소리만 대변해서 나설 후보로는 확실한 승리를 장담하기 쉽지 않은데, 그런데도 이런 발언을 나 전 의원이 했다는 점에서 이번 보선을 좌파와 우파 간 양대 결전 격인 18대 대선으로 착각했거나 그게 아니라면 어떻게든 자신의 지지율만 높여보겠다는 목적 하나로 중도를 버리고 가려는 소탐대실을 범하고 있는 게 아닌가 싶다.

이 뿐 아니라 나 전 의원이 한 언론과의 인터뷰에서 ‘대권 자체에 생각이 없었다’, ‘선출직은 서울시장을 마지막으로 하고 싶다’고 발언한 점에 비추어 보면 이런 전략을 펼치는 이유가 한층 분명해지는데, 서울시장을 마지막 선출직으로 하겠다면 1년짜리 임기인 이번 보선을 포함해 앞으로 2번 연속 서울시장직을 이어가겠다는 의미인 만큼 9년 뒤엔 70세를 앞두게 되는 그가 어차피 대선에 나가기는 쉽지 않을 것이고 결국 당권에 도전하겠다는 뜻으로 비쳐지고 있다.

이처럼 차기 당 대표를 노리겠다는 차원에서 이번 보선에 나오다 보니 그가 갑자기 ‘집토끼’ 중시 전략을 들고 나오게 된 것이고, 당초 비박으로 분류되거나 계파색이 옅은 것으로 꼽혀왔던 본인 정치경력이 무색하게 페북엔 ‘짬짜면’ 비유까지 들어가면서 “이념에 충실해야 세상은 올바르게 발전한다”는 글까지 올리고 있는 건데 설령 이번 보선 경선 중 떨어지게 된다 해도 집토끼 잡기엔 어느 정도 성공한다면 바로 내년 전당대회에 나설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반면 또 다른 거물급 후보인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이번에 제가 내놓게 될 공약은 전부 5년짜리 공약”이라든가 “5년 동안은 대선에 대한 생각은 머릿속에서 하얗게 지워버려야죠”라고 노골적으로 발언했을 만큼 일단 이번 보선을 포함해 다음 서울시장직까지 맡아보고 이 성과를 바탕으로 대선 도전에 나서는 ‘MB’ 루트를 밟겠단 의미로 풀이되고 있다.

다만 후보마다 어떤 전략을 펼치든 간에 당에선 여론의 호불호, 더 나아가 중도층의 반감을 완화시킬 후보를 야권 대표로 내놓으려는 분위기인데, 당장 국민의힘 예비경선만 해도 시민여론조사 80%, 책임당원 투표 20%로 이뤄지며 본경선은 아예 100% 시민여론조사 경선으로 규정했기 때문이다.

더구나 이번 선거는 총선이나 대선보단 정치적 색채가 한층 옅은 지자체장 보궐선거란 점에서 지역발전방안에 유권자들의 관심이 보다 집중된다는 점도 유념해야 하는데, 특히 초미의 관심사인 부동산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누가 더 탁월한 대책을 내놓느냐 역시 후보 간 희비를 가를 주요변수로 꼽힐 것으로 전망된다.

그런 만큼 이번 보선을 이념적인 면에서 접근하기보단 좀 더 중립적인 모습으로 다가갈 필요가 있으며 이미 여러 여론조사에서 중도층의 경우 민주당보다 국민의힘을 지지하는 비율이 높게 나오고 있는 만큼 이들을 얼마나 더 끌어들일 수 있느냐가 야권 경선은 물론 궁극적으로 여당 후보까지 꺾을 핵심요소가 될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일반시민 비율을 높였다고는 해도 어떤 제약 없이 누구나 국민의힘 경선여론조사에 참여할 수 있다는 부분은 자칫 민주당이 개입할 여지도 없지 않다는 점에서 이들이 대거 ‘역선택’으로 경선판을 뒤흔들 가능성을 반드시 차단할 필요가 있다.

중도 민심을 적극 포용하여 여당을 확실히 이길 강한 후보를 선출하겠다는 그 취지야 백번 이해하지만 경선 결과를 왜곡시킬 수 있는 민주당 지지자들에게까지 투표권을 보장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서울시장 선거와 유권자 성향이나 판세가 다른 부산시장 선거에 있어선 중도층이 서울만큼 큰 변수가 되진 않는 만큼 현재보다 책임당원들의 비율을 더 반영할 필요가 있는데, 당원 존중은 물론 한 발 더 나아가 내년 대선에 있어 당원들의 결속력을 더 높이기 위해서라도 서울은 어려울망정 부산만은 본경선까지 책임당원 비율을 대폭 반영하는 방안을 당 지도부와 공관위는 진지하게 고민해봐야 한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