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지난 6월 본지 <318호> 26면에 카지노로 향하는 주부들을 쫓는 기사를 게재한 적이 있다. 당시 서울 동대문구 장안동에 위치했던 ○○안마 카지노는 단속에 걸려 영업이 중단됐다. 그로부터 두 달 후, 같은 장안동에 불법 도박장을 차려놓고 영업을 한 일당이 붙잡혔다. 역시 대부분의 손님은 주부들이었다.
경품 걸고 주부 유인 4억 챙겨
지난 8월28일 서울경찰청 광역수새다는 동대문구 장안동에서 B카지노 도박장을 관리·운영한 김모(49)씨 등 지역 폭력배 3명을 도박개장혐의로 구속하고, 또 다른 폭력배 2명과 이모(48)씨를 비롯한 주부 39명 등 총 55명을 불구속 입건했다.
경찰에 따르면 이날 입건된 폭력배 5명은 장안동 지역에서 활동하는 D파로 5월부터 7월까지 두 달 간 하루 최대 50여 명을 상대로 6억원 상당의 도박판을 벌여 총 4억여 원을 벌어들였다.
이들은 주부들이 경품을 좋아하는 습성을 이용, 순금을 경품으로 내걸고 매주 3번 추첨을 통해 1등 50만원, 2등 40만원 등을 지급하는 방법으로 주부들이 도박장에서 발을 빼지 못하게 했다.
경찰에 잡힌 카지노 운영자 김씨는 경찰조사 과정에서 “도박장을 찾는 손님의 70~80%가 주부다. 단골들은 일주일에 두 세 번 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도박장이라는 의심을 피하기 위해 경매 진행과정에서 비게 된 사무실을 무단 점유하고 불법 카지노장으로 활용하기도 했다. 또 건물 통로마다 CCTV를 설치하고, 입구에는 5중, 6중으로 철문을 덧댔으며 도박장 곳곳에 비밀통로를 만들어놓고 경찰의 단속에 대비했다.
검찰은 “주부들이 도박에 빠져 전문 도박장을 찾는 사례가 늘고 있다”며 “최근 조폭들이 도박장 관리를 사업화 해 영역다툼까지 벌이고 있다. 또 조폭들이 소규모로 활동하는데다 도박장을 자주 이동해 검거에 어려움이 많다”고 설명했다.
이번 사건에서 눈여겨봐야 할 점은 현장에서 불구속 입건된 대부분의 손님이 주부였다는 점이다. 대규모 주부 도박단이 경찰에 검거된 경우는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계속되는 주부 도박의 ‘늪’

이어 지난 7월에는 서울시내 한복판에 불법 도박장을 차려놓고 영업을 한 일당이 붙잡혔다. 서울 전농동의 한 사무실. 주부 대여섯 명이 ‘바카라’라는 도박을 하고 있다가 경찰이 철문을 뜯고 들어가자 전직 강원랜드 카지노 딜러까지 개입된 도박장의 실상이 드러났다.
경찰조사 결과, 이 도박장에는 하루 최고 백여 명의 손님이 다녀갔고 오고간 판돈만 67억 원에 달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8월에는 울산시 동구 남목동 일대에 상습 ‘도박장’이 활개친다는 첩보를 입수한 경찰이 대대적인 단속에 나섰다. 그 결과 8월10일 남목동 일원 도박장을 급습해 상습 도박을 일삼아 온 주부 김모(55)씨 등 6명을 도박 혐의로 입건했다. 조사 결과 이들은 지난 2~3년간 동구 남목동 소재 작은 구멍가게 한 켠을 도박장으로 활용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어두운 밤 도시 곳곳에서 공공연히 벌어지고 있는 주부 도박은 ‘관광진흥법’으로 단속되는 엄연한 불법이다. 강원도나 제주도의 관광지에 위치한 카지노처럼 법으로 정해진 곳 외에는 모두 단속의 대상이 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끊임없이 행해지고 있는 주부 도박은 하루 아침에 근절되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카지노 도박에 정통한 소식통에 따르면 어두운 음지에서 그 명맥을 이어가는 주부 도박장이 서울에만 5백여 곳에 이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