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건설부문 강화 이끄는 이면엔 후계구도·지배력 포석?
동양그룹은 지난 8월21일 신일 인수를 공식 발표했다. 공시에 따르면 동양메이저는 신일을 포함한 관계사 6개 모두의 지분 100%를 확보했다. 인수가격은 5백50억원으로 알려져 있다.
동양그룹의 이번 신일 인수는 재계의 주목을 한 몸에 받을 만한 사안이다. 신일의 부도 자체가 업계에 몰고 왔던 위기감 때문이다. 일종의 ‘흑자부도’라는 점에서 중견 주택건설업체 대부분이 ‘줄도산’ 우려감을 나타낼 정도였고, 분양시장 침체와 분양가상한제 등에 따라 ‘당장의 실적에 안심하고 선뜻 인수할 기업이 있겠느냐’는 우려가 높았다.
건설·레저 부문 역량 강화
때문일까. 동양그룹도 신일 인수를 공식 발표하기 며칠 전까지 인수설에 대해 ‘사실무근’이라면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알려진 바에 따르면 동양그룹이 신일 인수협상에 나선 것은 8월초다.
하지만 신일의 성장성이나 실적등을 놓고 봤을 때 동양그룹의 신일 인수는 모험을 감수할만한 사안은 아니라는 해석이 높다. 신일의 경우 2007년 도급순위 54위의 중견 건설업체이면서 ‘해피트리’ 브랜드 가치 또한 시장의 평가가 좋다.
또 현재 전국에 걸쳐 20개가 넘는 아파트를 건설하고 있고, 지난해 4천6백87억원의 매출과 2백75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는 등 성장이나 실적 모두 상승곡선을 그리는 업체다. 일시적인 유동성 위기에 따른 부도였다는 점에서 메리트는 충분하다는 분석이다.
무엇보다 동양그룹이 올해 초 한일합섬을 인수하면서 가시화된 건설사업부문 강화 의지를 놓고 볼 때 신일 인수는 새로운 성장동력원으로 작용될 수 있는 호재다. 동양그룹 측은 이에 대해 “동양메이저 건설부문과 한일합섬 건설부문을 통합해 역량을 키우고, 신일 인수와 맞물려 기존 주택사업과 종합리조트 사업 등에 속도를 낼 수 있게 됐다”고 기대하는 분위기다. 건설과 레저 부문에서 동반 상승효과를 노릴 수 있게 됐다는 자체 평가인 것이다.
우려가 없는 것은 아니다. 신일 인수를 놓고 이런저런 뒷말이 나오는 상황이다. 동양메이저가 신일의 모든 채무를 떠안기로 한 부분은 자칫 그룹 전체의 발목을 잡을 수도 있다는 분석도 나온다. 신일이 신한은행, 동부캐피탈, 농협 등에 제공한 PF(프로젝트파이낸싱) 등 보증채무 규모는 9천억원을 넘어선다.
하지만 현재까지 상황은 동양그룹의 고민을 깊게 만들진 않는다. 신일이 현재 진행하고 있는 사업장이 동양그룹의 인수 효과로 빠른 시간 내에 정상화될 가능성이 높고, 이런 맥락에서 보면 보증채무는 의외로 쉽게 해결될 수 있다는 이유에서다.
여기에 신한은행과 농협 등 신일 채권단이 나서 보증채무 만기를 준공 후 6개월까지 연장하는 방안을 합의한 상태여서 시간도 넉넉하게 번 셈이다. 동양그룹 측은 “신일 부도에 따라 중단된 사업장의 공사가 곧 재개되고, 보증채무에 대한 부담을 덜어 신일 경영회생에 매진하면 길지 않은 시간에 문제는 자연스럽게 해결될 수 있다”고 낙관하고 있다.
건설부문 강화 이끄는 이면
한편 재계 일각에선 현재현 회장이 직접 나서 금융사업 강화를 주창한 지 얼마 되지 않아 건설업체를 인수한 배경에 고개를 갸웃하는 시선도 있다. 일례로, 현 회장은 올해 그룹 창립 50주년을 맞아 종합금융투자 전략을 신사업으로 육성할 계획을 세운 바 있고 동양종금증권, 동양캐피탈, 동양생명, 동양투신운용 등 금융계열사를 활용해 대형투자은행을 만들 복안도 마련해 놓은 상태다. 최근엔 글로벌 투자은행 시장 진출을 본격화하기도 했다.
때문에 M&A에 적극적으로 나서면서 동양메이저를 정점으로 한 건설부문 강화를 이끄는 이면에 후계구도와 지배력이란 두 마리 토끼를 염두에 둔 포석 아니냐는 입방아가 나온다. 그룹 경영에 효자 노릇을 해왔고, 신성장동력원이 풍부한 금융사업에 올인해야 할 시점에 건설부문을 잇따라 강화하는 속내가 있지 않겠냐는 것이다.
예컨대, 그룹 지배 중심인 건설부문과 레저부문의 내실 다지기가 결국 현 회장의 지배력을 다지는 것이고, 28세로 경영활동 초읽기에 들어간 장남 현승담 씨를 포함한 후계승계 구도와 떼어놓고 생각할 수 없다는 해석이다.
실제로 자본금 10억원의 초소형 계열사인 동양레저를 지배구조 핵심으로 포함시킬 때부터 이런 입방아는 계속되어 왔다. 현 회장은 고 이양구 동양그룹 창업회장의 큰사위이고, 이 회장 슬하에 딸만 둘을 뒀기 때문에 경영에 뛰어든 재계 대표적인 사위오너로 유명하다. 동양레저가 그룹 지배구조 핵심으로 부상하기 이전인 2005년까지만 하더라도 지분율에서 부인 이혜경(비상근 이사) 씨와 장모 이관희(비상근 이사) 씨 등의 특수관계인 지분이 현 회장 지분을 능가해 왔다.
동양레저는 당초 현 회장이 80%의 지분을 보유하고 있었지만 지난해 8월 동양캐피탈에 무상증여를 통해 현재는 동양캐피탈 50%, 현 회장 30%, 현 회장 장남인 현승담 20%의 지분보유현황을 보이고 있다. 동양레저는 동양메이저 지분 14.50%를 소유한 최대주주이고, 현 회장 11.37%, 이혜경 씨 8.05% 등을 보유하고 있다.
동양레저, 그룹 후계구도 핵심?
때문에 동양그룹이 레저부문을 강화한다면 당연히 동양레저가 핵심에 놓이게 될 것이고, 이런 맥락에서 동양레저를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와 적은 비용으로 동양레저 지배중심이 된 현승담 씨의 그룹 전체 후계구도가 가능하지 않겠느냐는 시나리오가 뒤따른다.
동양레저를 중심으로 동양메이저, 동양종금 구도 강화가 현실화됐고, 이런 구도의 정점에 동양레저를 통한 현 회장 지배력이 더욱 공공이 다져지는 것으로 풀이하고 있는 것이다. 한때 동양레저의 지주회사 가능성이 제기된 것도 이런 맥락이다.
동양그룹 측은 “현 회장 지배력이나 그룹 승계 문제를 거론할 단계가 아니다”는 입장을 전한 바 있다.
아무튼 동양그룹 전체를 놓고 볼 때 신일 인수 자체가 차지하는 비중이 그리 높지 않지만 결과적으로 동양메이저의 내실을 다지고, 이를 통해 금융사업과 레저사업 전반에 걸친 시너지 효과는 충분히 기대를 모으는 대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