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의 화가가 그린 '마음 속' 제주의 모습
제주의 화가가 그린 '마음 속' 제주의 모습
  • 이문원
  • 승인 2004.08.30 17: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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변시지의 <내 마음의 풍경>전
제주 태생 화가 우성 변시지 화백의 미술세계는 집요하면서도 풍요롭다. 이런 대칭적인 입장이 어떻게 접점을 찾아 화폭 안에서 어우러졌는지는 변화백의 그림 한 점만 보아도 쉽게 알 수 있다. 제주의 모습. 그러나 우리가 알고 있는, 더군다나 우리가 '관광지'로서 알고 있는 모습과는 사뭇 다른 제주의 모습. 온통 황갈색과 검은색만을 사용하여 화가 심상 속의 '제주'를 표현하려는 듯하면서도, 다시 살펴보면 표현주의적 근거라던가, 심상에 깊이 근거한 자취는 발견할 수 없다. 그는 '실제 제주'와 '마음 속 제주', 그리고 '인간 내면에 존재하는 근원적 고향'으로서의 제주의 이미지를 한 데 융합하여 전혀 새로운 신공간을 선보이고 있는 것. 9월 1일부터 경기도 고양시 어울림미술관에서 펼쳐지는 변시지 화백의 <내 마음의 풍경>전에는 이렇듯 토착정서와 심상의 표현이 만난 변화백의 지난 15년 간 작품 30여점과 각 시기별 주요작품 20여점, 그리고 유럽 기행 스케치와 화첩 등을 더해 모두 70여점이 선보여지고 있다. 자신이 의지를 지니고 그린 것이 아닌, 마치 자신의 마음 속 심상과 현실적 영상 사이의 아슬아슬한 경계선을 따라 하늘거리듯 그려나간 듯한 변화백의 제주 그림들은, 그러나 강한 필치와 섬세한 필치를 자유자재로 구사해내는 능란함과 '아무 것도 아닌' 듯한 풍경에서 '전체'를 뿜어내는 내재적 심상의 폭발력이 잘 우러나와 있어 통쾌감과 뼈아픈 인상이 함께 밀려 들어온다. 6세 때 부친과 함께 일본으로 건너가 불과 23세의 나이에 최연소로 일본의 '광풍회'전에 입상한 변시지 화백. 그 특유의 감성체계를 화폭 안에서 불태우듯 펼쳐보이다가, 50대에 이르러 돌연 제주로 귀향한 그는, 제주에서 마침내 자신의 미술세계를 완전히 재정립하고, 지금껏 전혀 보지 못했던 화풍, 그 누구도 흉내내기 힘들었던 지극히 자연주의적이고 철학적인 형태의 화풍을 이룩해 내기에 이르렀다. 올해 일흔아홉이 된 이 미술계 원로의 그림이 지금 우리에게 이토록 커다란 충격과 경이를 안겨다 주는 까닭은, 아마도 그가 지닌 '동양의 흔적을 남기지 않으면서도 지극히 동양적인' 철학체계가 화폭에 고스란히 배어있어, 정말이지 '이론'이 아닌 '감성'으로 대하는 우주만물의 체계를 접하는 듯한 감흥을 안겨주기 때문이리라. (장소: 어울림미술관, 일시: 2004.09.01∼10.1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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