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4·7보궐선거에서 야권이 승리하려면 후보 단일화가 반드시 필요하다는 데에는 모두 공감하면서도 정작 그 방법론을 놓고 논의가 지지부진한 상황이다.
정작 더불어민주당 후보로 누가 나오든 그에 맞서 확실하게 승리할 수 있는 후보로 단일화 돼야 한다는 점이 본질임에도 여전히 후보들마다 자신에게 유리한 방식만 내세우는 동상이몽이 계속되면서 야권 단일화를 더욱 어렵게 만들고 있다.
사실 이번 보궐선거는 야권 중 어느 당이 이기느냐는 우선순위가 아니며 차기 대선의 전초전 성격으로서 일단 여당 후보를 패배시켜 정권교체 분위기를 조성하는 데에 의미가 있는 것인데, 여당 후보와 맞서기도 전에 야권 후보끼리 누굴 단일후보로 내세울지 놓고 다투다가 적전 분열된다면 이거야말로 본말전도 아니겠는가.
심지어 야권 단일화가 논의되는 것도 사실 서울시장 선거일 뿐 부산시장 선거에선 이런 이야기도 거의 나오지 않을 만큼 야권은 이미 제1야당 후보 간 경쟁으로 굳어져 있는데, 그렇다면 적어도 서울시장 후보는 여당 후보를 확실히 이길 수 있느냐 여부가 무엇보다 우선 되어야지 후보가 어느 출신인지, 어느 정당 소속인지 등은 그다지 중요한 문제가 아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제1야당에선 국민의힘 경선을 통해 선출된 후보를 안철수 국민의당 대표, 금태섭 전 의원 등과 3자 경선하자는 제안을 하고 있으니 어디까지나 민주당 후보와 맞붙는 본선보다는 야권 단일후보로 나서겠다는 데까지가 전부란 의미로 밖에 해석될 여지가 없다.
당장 여당 내에서도 친문이냐 비문이냐를 따지면서 진성 친문 후보를 내려 하기 보다는 야권 후보를 이길 수 있는 후보를 내기 위해 박영선, 우상호의 양자대결로 확정한 뒤 힘을 실어주고 있는데, 이들 중 조금이라도 더 표를 끌어올 수 있는 ‘확장성’ 있는 인물이 최종 후보로 나서게 된다면 야권도 가급적 중도로의 확장성이 있는 인물을 최종 후보로 내세워야 이길 수 있다.
특히 다른 야권보다 보수 성향이 상대적으로 강한 국민의힘 후보가 나서려면 그만큼 중도층 표심도 흡수할 수 있는 색채의 인물이어야 하며 만일 그렇지 못하다면 사실상 중도표심을 끌어오는 이번 대결에서 자칫 여당에 밀려버릴 수도 있다.
이런 상황을 감안해본다면 중도층 표심만 갈라놓는 격인 국민의힘의 3자 경선론은 민주당 후보를 이길 생각보다는 야권 단일후보 자리가 우선 중요하다는 수준의 근시안적 꼼수라 할 수 있을 것이다. 국민의힘 내 보수 후보들은 경선을 통해 최종 1명만 나서게 되나 대체로 중도층을 지지기반으로 한 안 대표나 금 전 의원은 서로 지지층이 중첩된 채 국민의힘 후보와 경쟁을 벌여야 되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런 전략은 궁극적으로 야권 패배를 불러올 수밖에 없는데, 일례로 국민의힘에서 지난 20대 국회 당시 패스트트랙 국회 충돌 사태를 주도하는 등 강경 보수로 비쳐져온 나경원 후보를 자당 후보로 내놓는다고 할 경우 설령 나 후보가 3자 경선 등을 통해 야권 최종 단일후보까지 된다고 해도 중도층 위주인 안 대표의 지지층 일부가 도리어 이탈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여당 후보와 제대로 맞붙기도 전부터 표를 일부 잃고 시작하는 셈이 된다.
당장 오늘 발표된 한국갤럽의 정당 지지도 조사 결과만 봐도 지지하는 정당이 없다고 답변한 무당층 비율이 31%로 국민의힘 지지율보다도 높은 상황인데, 여당 후보를 찍을지 말지 저울질하던 유권자라도 어떻게든 끌어들이기 위해선 야권에서 좌우 이념적 색채보다는 ‘중도층 흡수력’이 높은 후보를 내세우는 게 바람직하다.
그런 만큼 현재로선 3자 경선 등 꼼수가 끼어들 여지를 주지 않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안 대표 등이 국민의힘으로 먼저 입당한 뒤 당 통합을 하는 방안뿐인데, 안 대표가 함께 후보 경쟁을 하더라도 이번 경선은 어느 때보다 시민여론조사 비율이 높다는 점에서 민주당 지지층 등의 역투표도 반드시 차단해야 한다.
비단 역투표 차단 뿐 아니라 여당 후보에 이길 수 있을 만큼 경쟁력 높은 후보를 내보내려면 경선 과정에서 여성 등에 주는 가산점도 없애야 한다고 생각한다. 이번 선거는 전직 시장의 성추행 파문으로 치러지게 된 보궐선거인 만큼 가산점이 없어도 상대적으로 여성 후보들에 유리한 분위기가 조성되어 있다는 점에서 가산점 없이 오로지 실력으로 맞붙어 이길 수 있는 경쟁이 돼야 한다고 본다.
강조하지만 이번 보궐선거 야권후보 단일화에 있어 중요한 것은 그동안 선거만 하는 족족 승세를 타왔던 여당을 꺾는 것이지 어느 정당, 어느 후보가 야권의 대표 얼굴이 되느냐는 자존심, 대표성 따위가 중요한 게 아니니 부디 우선순위를 오인해 선거판 전체를 그르치는 악수를 두지 않길 고대하고 또 고대한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