돌아온 '펑키 리듬'의 소포모어 징크스
돌아온 '펑키 리듬'의 소포모어 징크스
  • 이문원
  • 승인 2004.08.31 14: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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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독맨션'의 "Salon de musica"
모던록 밴드 '불독맨션'에게, 어쩌면 2집이란 그 무엇보다도 부담스러운 결과물일테다. 그로 그럴것이, 그들이 데뷔 앨범 "Funk"는 2002년 한국일보 선정 '올해 최고의 음반'으로 선정되고, 이 나라에 존재하는 거의 모든 비평가들로부터 만장일치의 격찬을 얻게 되어 '데뷔와 동시에 권위자가 되어버린' 기이한 현상을 일으켜 버린 것이다. 그런 그들에게, 2집이란 '소포모어 징크스'가 완벽하게 예견된 음반일 수 밖에 없을 것이고, 어쩌면 신인으로서 보기 드문 '2년의 인터벌'은 이런 부담감에 기인한 것일지도. 그러나 어찌됐건, '불독맨션'은 2집을 기어이 발표하게 되었고, 이제 그들의 '소포모어 징크스'가 도마 위에 오르게 되었다. 과연 2집은, 'Destiny', 'Stargirl, 내 사랑을 받아다오'에 이어 어떤 튠과 리듬으로 1집의 '광팬'들을 만족시킬 것인가. 이한철과 그의 동료들은, 이에 '남미 리듬이 주는 그루브감'이라는, 1집을 들은 이들에게 그닥 열렬하지 않은 반응을 얻을 법한 방향성을 제시한다. 스윙, 룸바, 차차차, 소울을 넘나드는 이국적인 음색에, 이른바 '한국화'의 과정이 뒤얽혀 벌이진 이 새로운 '실험'은, 그러나 원대한 야심에도 불구하고 절대 '불독맨션'에게서 예상치 못했던 종류의 '통속성'을 부여하고 만다. 그들의 펑키한 감각은 퇴폐적 튠과 심장박동에 의해 제어되어 버렸고, '사랑은 구라파에서', 'O' My Sole'과 같은 캐치한 트랙들은 TV 브라운관에서 아이돌 가수들이 부르는 '한국형 남미 리듬'과 그닥 달라보이지 않는다. 우리가 너무 많은 기대를 한걸까? 어찌됐건, 2집 "Salon de musica"의 전반적인 완성도는 1집에 비해 크게 떨어지는 편이 아니다. 적어도 치고 빠지는 테크닉과 재빠른 텍스트 변환과 같은 요소들은 오히려 보강되어 있는 편이다. 이 정도면, '소포모어 징크스'를 그런대로 잘 막아낸 축에 속할는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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