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사100만원…먹튀가따로없네!
식사100만원…먹튀가따로없네!
  • 이보배
  • 승인 2007.09.06 09:32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신사·역삼·선릉·청담 ‘꽃뱀’ 입체추적

‘‘꽃뱀’이 강남 고급 레스토랑에 출몰했다. 술집이나 클럽 등 음지에서 활동하던 ‘꽃뱀’이 지하철, 찜질방 등으로 영역을 축소해 활동하더니 벌이가 시원치 않았던 모양이다. 급기야 고급 레스토랑까지 모습을 드러낸 것이다. ‘레스토랑 꽃뱀’들은 노출 의상에 어두운 밤거리를 헤매던 과거를 청산이라도 하듯 깔끔하고 단아한 옷차림에 양주잔 대신 고급스런 와인 잔을 집어 들고 뭇 남성들을 홀리고 있다. 역시 ‘꽃뱀’들의 주 활동 무대는 ‘강남’. 최근 강남 지역에서 기승을 부리고 있는 ‘꽃뱀 레스토랑’을 추적했다.

'꽃뱀’이 강남 레스토랑에 출현했다는 사실을 처음으로 세상에 알린 사람은 피해자 A씨(30). A씨는 지난 7월 포털 사이트 인터넷 게시판 등을 통해 자신이 당한 피해사실과 ‘꽃뱀 레스토랑’에 대해 상세히 기술했다. A씨가 남긴 글을 보고 같은 피해를 당했다며 메일을 보내온 피해자만해도 하루에 10여 명에 이른다.

▲ 위 사진은 특정 기사와 관련이 없습니다.
‘인연’인줄 알았는데 ‘악연’

A씨와 ‘꽃뱀’과의 악연은 인터넷 동호회카페에서 시작됐다. 솔로들을 위한 인연을 만들어주는 카페에 가입한 A씨는 카페를 통해 20대의 여성 B씨를 알게 됐다. 사진이나 기타 신상정보를 자세히 알지는 못했지만 소개 글이 마음에 들어 메일을 보냈고 얼마 후 답장이 왔다.

B씨는 A씨와 하루빨리 만나길 원했고 A씨 역시 단순한 재미를 위해 가입한 카페가 아니었기 때문에 진심어린 만남을 기대했다. 상대 여성에게 만날 날짜와 장소 등을 정하도록 리드했고 B씨는 강남 청담동에 위치한 M레스토랑을 추천했다.

멋진 만남을 기대하며 약속장소에 나간 A씨는 메뉴판을 보는 순간 놀라움을 금치 못했다. 메뉴판에 적힌 가격은 와인 한 병에 40만원, 스테이크가 10만원이었다. 마음 같아서는 자리를 옮기고 싶었지만 상대는 여성이고 첫 만남에서 점수를 잃고 싶지 않은 마음에 놀란 마음을 가라앉히고 주문을 했다.
그때부터 A씨의 악몽은 시작됐다. B씨는 와인이 맛있다며 한 잔 더 마시고 싶다고 말했고 거절할 수 없는 분위기에 어느새 상대 여성은 6잔의 와인을 먹어치웠다.

이런저런 이야기를 나누고 레스토랑을 나서며 계산을 하는데 청구된 금액은 1백만원. 성인 남녀 둘이서 한 끼 식사비용으로 1백만원을 지불한 것이다.

A씨는 그때까지만 해도 음식값이 비싸기는 하지만 매일 이렇게 비싼 음식을 먹는 것도 아니고 B씨와 좋은 인연으로 발전 할 수 있다면 ‘이 정도는 감수할 수 있겠다’고 생각했다.
하지만 A씨의 핑크빛 상상은 이날 이후 산산조각 나고 말았다.

이날 이후 B씨는 이런 저런 핑계를 대가며 A씨를 피하기 시작했고 A씨는 수상한 생각에 M레스토랑을 다시 한번 찾았다. 레스토랑 주변에서 혹시 B씨가 다시 나타나지는 않을까 하는 생각에 레스토랑을 지켜보고 있는데 멀리 B씨로 보이는 여자가 웬 남성과 함께 그 레스토랑으로 들어갔다.

그리고는 자신에게 그랬던 것처럼 와인 잔이 하나씩 늘어갔고 식사를 마치고 계산을 마치고나가자 레스토랑 직원으로 보이는 남성이 이 둘을 미행했고 상대 남성이 완전히 돌아간 것을 확인하고 레스토랑으로 복귀했다. 그리고 얼마 후 B씨는 다른 남성과 똑같은 수법으로 레스토랑에서 식사를 했다.

순간, A씨는 자신의 눈을 의심하며 좀 더 살펴봤지만 B씨의 이 같은 행동은 계속됐다. 그때서야 A씨는 자신이 사기를 당했다는 사실을 인지했고, 억울한 마음에 B씨와 처음 만났던 인터넷 동호회 카페에 이 같은 사연을 담은 글을 남겼다.

A씨의 글을 읽고 같은 피해자라며 메일을 보내온 사람이 하루에 10여 명이나 됐다. A씨는 ‘꽃뱀’에게 당했다는 사실이 창피하기도 하고 부끄럽기도 했지만 더 이상의 피해자가 나오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에 포털 사이트 게시판에 글을 남기고 있다.

피해자들의 주장에 따르면 ‘꽃뱀’들은 레스토랑에 고용된 20~30대의 아름다운 여성들로 인터넷 채팅 사이트나 동호회 활동 등을 통해 남성들을 레스토랑으로 끌어들여 한 끼 식사에 50~1백만 원가량을 쓰도록 한 뒤 남자들과 연락을 끊는다.

‘S’채팅사이트에서 만난 박모(30)씨는 “‘꽃뱀 레스토랑’에 대해 들어본 적이 있다. 현재 활동 중인 동호회에서도 ‘꽃뱀’ 사기를 조심하라는 전체 쪽지가 오기도 했다. 있을 수 없는 일이라고 생각했는데 실제 피해자가 많다고 하니 믿을 수밖에 없는 것 같다”고 말했다.

▲ A씨가 꽃뱀 레스토랑이라고 주장하고 있는 청담동 M레스토랑
‘꽃뱀 레스토랑’ 얼마나 되나…

피해자들이 주장하는 ‘꽃뱀 레스토랑’은 신사동의 A호프집, 역삼동 B주점, 선릉역 C레스토랑, 청담동 M레스토랑 등 서울 강남권의 10여 개 업소다. 현재 일부 레스토랑과 바의 경우 인터넷 게시판과 언론을 통해 의혹이 확산되자 문을 닫고 잠적한 상태다. 또 일부 업소는 “여성을 고용해 부당 이득을 취한 적이 없다”고 발뺌하고 있으며 고가의 음식가격에 대해서는 “영업상 비밀이기 때문에 말해 줄 수 없다”고 잘라 말했다.

A씨는 경찰에 진정서를 접수했지만 ‘메뉴판에 가격이 적혀 있고, 음식을 강매한 것도 아니기 때문에 죄로 처벌하기가 쉽지 않다’는 경찰의 말에 피해자들을 모아 합동신고를 하는 방법을 생각하고 있다.
하지만 A씨의 사연에 동조하는 피해자는 여러 명 있지만 언론이나 세상에 노출되기를 꺼려하는 바람에 이조차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때문에 뾰족한 수가 없자 A씨는 최소한 피해자라도 줄이고 싶은 마음에 인터넷 포털 사이트를 돌아다니며 남성들에게 ‘꽃뱀 레스토랑’ 주의보를 내리고 있다.

한편, 서울 강남경찰서 관계자는 “신문을 통해 ‘꽃뱀 레스토랑’의 존재에 대해 알게 됐지만 아직까지 신고된 사건이 없다. 수사를 해봐야 처벌이 가능한지의 여부를 알 수 있다. 고소장이나 수사의뢰가 들어올 경우에는 수사에 임하겠지만 그 전에는 섣불리 움직일 수 없다”고 말했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