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정의용 외교부장관 후보자가 국회 인사청문회에 나온 5일 현재 문재인 정부에 남아있는 유일한 원년멤버이자 우리나라 최초의 여성 외교부장관으로도 주목 받았던 강경화 외교부장관의 지난 3년 7개월 간 행적에도 많은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강 장관은 고 김대중 대통령의 대통령 영어 통역사도 맡은 바 있는데다 지난 2006년엔 유엔 인권고등판무관실 부고등판부관으로 임명돼 한국 여성으로는 유엔 최고위 자리까지 오르는 등 여러 경력을 발판으로 비외무고시 출신임에도 불구하고 문 정부의 첫 외교부장관으로 전격 발탁됐으나 그동안 잦은 말실수로 정부 내 엇박자를 내거나 청와대 참모와도 갈등을 빚는 등 여러 논란의 중심에 선 바 있다.
일례로 우리나라 자체적인 대북 제재조치였던 5·24조치 해제와 관련해 주무부처가 아닌데도 강 장관은 지난 2018년 10월 10일 국회 국정감사 자리에서 “관계부처와 검토 중”이라고 주장했다가 논란이 불거지자 “범정부 차원에서 검토한다는 말은 아니었다. 다른 관계부처가 검토 중인 것으로 안다는 뜻이었는데 잘못 발언한 것 같다”고 발언을 번복했으며 2019년 9월 16일 국회 외통위 전체회의에선 북한 김정은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당시 대통령에 3차 미북정상회담을 평양에서 열자는 친서를 보냈다는 보도내용과 관련해 강 장관은 “그런 친서가 있었다고 미측으로부터 들었다”고 발언했다가 오후 회의에선 확인된 게 없다고 번복한 바 있다.
이 뿐 아니라 지난 2019년 4월엔 문 대통령의 중앙아시아 3국 순방 계기에 김현종 청와대 국가안보실 2차장과 설전을 벌이기도 한 것으로 알려졌으며 급기야 지난해 9월엔 북한군에 의해 우리 공무원이 피살된 사건 때문에 열린 청와대·정부 외교안보 긴급회의엔 참석 요청조차 받지 못한데다 이후 노영민 대통령 비서실장, 서훈 국가안보실장, 이인영 통일부 장관 등 장관급 인사들이 주요 현안을 논의하기 위해 가진 오찬에도 참석하지 못해 ‘왕따 장관’, ‘외교부 패싱’이란 불명예도 안았다.
이는 지난 2017년 국회 외통위의 국정감사 당시 전술핵과 전략핵의 차이조차 설명하지 못하거나 제대로 사실 확인도 하지 않은 채 우리 군이 당시에 보유하고 있지도 않았던 F-35 전투기가 미국의 B-1B 전략폭격기와 비행했다고 발언하는 등 전문성이나 능력 면에서 여러 한계를 보인 점도 작용했기 때문인 것으로 풀이되고 있다.
여기에 외교부 내부적으로도 실수나 구설이 자주 벌어져 지난 2018년에는 체코를 체코슬로바키아라고 잘못 표기했으며 2019년 3월엔 문 대통령이 말레이시아 국빈 방문 중 인도네시아어로 인사를 해 결례 논란이 일어났고 한 달 뒤인 4월엔 한국·스페인 전략대화에 태극기가 구김선이 선명한 채로 내걸려 기강 해이 아니냐는 질타를 받은 바 있다.
심지어 처음으로 여성 외교부장관이 재임 중임에도 불구하고 국장급 고위 간부는 기자들과의 자리에서 “여자는 열등하다”는 발언을 했다가 구설에 올랐었는데, 정작 징계를 받은 지 6개월 만에 주벤쿠버 총영사로 영전 조치돼 한층 논란이 커졌고 뉴질랜드 주재 한국 외교관은 대사관에서 일하는 현지인을 성추행해 뉴질랜드 총리가 문 대통령에게 직접 이 사안을 거론할 만큼 외교 문제로 비화됐으나 오히려 외교부 측에선 뉴질랜드에 “언론을 통한 문제제기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반응을 보여 이 역시 도마에 올랐다.
이밖에 외교부가 코로나19로 인해 자유여행을 자제하는 상황임에도 강 장관의 남편이 요트 구입을 위해 태연히 미국으로 출국하는 등 장관 개인적으로도 가족 문제로 도마에 오르는 등 문 정부 최장수 장관 타이틀을 얻었지만 그간 우여곡절이 많았는데, 결국 지난해 12월 북한 김정은의 여동생인 김여정이 ‘북한의 코로나19 확진자 0명 주장이 이상하다’고 발언한 강 장관을 겨냥 “앞뒤 계산도 없이 망언을 쏟는 것을 보면 얼어붙은 북남관계에 더더욱 스산한 냉기를 불어오고 싶어 몸살을 앓는 모양”이라고 직격한 뒤 1월 20일 정의용 전 국가안보실장이 새 장관 후보자로 내정됐다.
다만 김여정 발언으로 장관이 교체된 게 아니냐는 논란에 청와대는 “강 장관이 지난해부터 여러 차례 사의를 표명해왔다”며 해명에 나섰는데, 일단 강 장관은 후임 인선 발표가 나온 지 하루 뒤인 지난달 21일 향후 계획을 묻는 기자들의 질문에 “아무 계획이 없다”고 답했지만 정 후보자의 인사청문회가 열린 5일에도 글로벌지속가능발전포럼에 참석해 반기문 전 유엔사무총장과 인사를 나누는 등 임기 마지막까지 활발히 활동을 이어가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