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국민의힘 보궐선거 후보들이 본경선에 오른 이후 서로에 대한 공세수위를 점점 높여가고 있어 자칫 공약에 대한 비판 수준을 넘어 도를 넘는 네거티브로 흘러가는 게 아니냐는 지적도 나오고 있다.
앞서 오세훈 전 서울시장은 지난달 18일 KBS라디오 ‘김경래의 최강시사’에 출연해 “시장직을 수행해본 경험을 돌이켜 보면 업무 파악하는 데 1년 걸렸다. 이번 선거는 보궐선거이기 때문에 인수위도 없이 당선된 바로 다음 날부터 일에 착수해서 연습 기간이 없다”며 “인턴시장, 초보시장이란 표현이 좀 자극적이긴 하지만 사실과 크게 다르지 않을 것”이라고 경쟁후보들을 직격했다.
오 전 시장의 이 같은 공세에 같은 당 나경원 전 의원은 같은 날 오후 페이스북을 통해 “서울시장은 혼자 일하는 자리가 아니다. 4선 의원, 야당 원내대표, 당이 어려울 때 시장 후보로 나서 서울시정 맡을 준비까지 했던 내가 10년을 쉰 분보다 그 역할을 잘할 자신이 있다”고 응수했는데, 이에 그치지 않고 오 전 시장은 지난 8일 후보 기호 추첨을 위해 열린 미디어데이 행사에서 “강성보수 황교안 대표, 나 원내대표의 투톱이 당을 운영한 결과가 지난해 총선 결과”라고 나 전 의원에 직격탄을 날렸다.
이 뿐 아니라 같은 당 오신환 전 의원도 이 자리에서 “총선에서 이미 강경보수 노선을 걸은 것은 실패한 것으로 판명됐다”고 나 전 의원을 압박했는데, 이에 나 전 의원은 예비경선에서 1위를 차지한 점을 들어 “짧은 미디어데이에도 1등 후보라서 견제가 많은 것 같다”고 맞받아쳤고 9일 CBS라디오 ‘김현정의 뉴스쇼’에선 “총선 때는 제가 원내대표가 아니었다. 오 전 시장이야말로 10년 전에 아이들 점심값 주는 것을 이유로 해서 당과 상의 없이 본인의 직을 거었다. 그래서 사실은 스스로 물러난 시장이 다시 표를 구한다는 것은 본선 경쟁력, 또 명분이 없다고 본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조은희 서초구청장까지 9일 자신의 페이스북에 올린 ‘박원순 고문 진대제를 나경원 고문 1호로 황급히 모신 속사정이 궁금하다’는 제목의 글에서 “나 후보가 진 전 정보통신부 장관을 1호 전문가 고문으로 영입했다고 하는데 진 전 장관이 전문가이기는 하지만 성추문 사건으로 치러지는 선거에서 영입 1호란 점은 실망”이라며 “나 후보는 혹시 본인의 강성 우파짜장면 논리를 후회하나? 우파 결집론을 희석시키기 위해 박원순 고문 진대제가 필요했을 수도 있겠으나 아무리 급해도 성추행으로 얼룩진 잃어버린 박원순 10년 서울을 다시 찾아오려는 입장에서 볼 때 행여나 박원순 시즌2가 되지 않을까”라고 나 전 의원 공세에 뛰어들었다.
또 오 전 의원 역시 나 전 의원의 신혼부부 등 부동산 대출 지원 공약을 꼬집어 ‘나경영’ 아니냐면서 공세의 고삐를 늦추지 않았는데, 그는 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서도 “나 후보가 현금 1억1700만원을 주는 게 아니고 본인이 시장 되면 공급하게 될 반값 아파트 1만호에 입주하는 사람들에게 대출금 이자를 지원한다는 얘기로 해명했다. 반값 아파트 입주하는 것 자체로 재정 혜택을 한 번 받은 건데 왜 또 대출이자 지원을 중복혜택 줘야 하는지 납득이 가지 않는다”고 지적했다.
이에 그치지 않고 오 전 의원은 오 전 시장에 대해서도 견제구를 던졌는데,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에선 “오 전 시장이 국회 세종시 이전에 거듭 찬성 의사를 밝혔는데 ‘v’에 이어 ‘국회 이전’까지 오 전 시장이 보여주고 있는 최근 행보가 매우 우려스럽다. 국민적 합의와 서울시민 동의도 없이 국회 이전을 주장하는 것은 서울시장 자격을 포기하는 일”이라며 “민주당에 득 되는 일만 하는 게 아닌지 돌아봐주기 바란다”고 일침을 가했다.
특히 ‘v’ 논란은 오 전 시장이 산업통상자원부가 공개한 문건 제목인 ‘180514_북한지역원전건설추진방안_v1.1.hwp’에서 v가 ‘VIP’, 즉 대통령을 뜻한다고 주장하다가 VIP가 아니라 version이란 의미라고 지적 받은 해프닝이었는데, 오 전 의원은 이 부분까지 싸잡아 오 전 시장을 몰아붙였다.
다만 오 전 의원도 다른 후보들과 함께 저격당하기는 했는데, 조 구청장은 지난 5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이번 선거는 패자부활전이 아니다. 불과 10개월 전 총선 때 지역구 주민에게도 선택 받지 못한 그 분들은 당 지지율이 높을 때는 이기고 당 지지율이 낮으면 패배한 분들”이라고 광진을에 출마했던 오 전 시장과 동작을로 나왔던 나 전 의원, 관악을에 출마했던 오 전 의원을 모두 비판했다.
그러자 오 전 의원도 9일 YTN라디오 ‘황보선의 출발 새아침’에 나와 “과거 노무현 대통령의 경우도 선거에 지고 나서 대통령 된 것 아니냐”라며 “총선은 모두 함께 선거를 치른 측면이 있고 서울시장은 보궐선거로 단독으로 치르게 되는 거잖나. 총선에서 패배한 후보가 서울시장 후보로 승리할 수 있느냐는 문제의식에 대해 전혀 동의할 수 없다”고 응수했다.
이처럼 자신의 장점을 부각시키기보다 타 후보를 공격해 자신을 알리는 방식의 경쟁은 국민의힘에 표를 주려는 유권자들을 주저하게 만들 수도 있다는 지적도 없지 않은데, 과거 이명박, 박근혜 전 대통령이 대선 경선 시절 서로의 약점을 폭로, 공격했던 게 거꾸로 부메랑이 되어버린 점을 돌아본다면 선거 열기가 과열될수록 당에서 이를 제때 식혀주는 역할도 필요하다는 목소리도 나오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