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낙연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각종 인권침해를 뿌리 뽑아야"
김태년 "스포츠계 폭력 근절 국가적 책무로 규정...근본적인 변화 이끌어야"

[시사포커스 / 이혜영 기자] 배구계 이재영·이다영 자매의 '학폭' 논란이 확산되고 있는 가운데 문재인 대통령이 "학교부터 국가대표 과정 전반까지 폭력이 근절되도록 문체부를 비롯한 관련 부처와 기관에서 각별하게 노력해 달라"고 16일 주문했다.
문 대통령은 이날 청와대에서 열린 화상 국무회의에서 "잊을 만하면 되풀이되는 체육계의 폭행, 폭언, 성폭행, 성추행 등의 사건에 안타깝다"며 "법과 제도가 현장에서 잘 작동하게 하라"고 당부했다.
정부는 국무회의에서 폭행·협박 피해 선수를 위한 임시보호 시설 설치 면적, 인권침해 예방을 위한 영상정보처리기기의 구체적 요건을 담은 국민체육진흥법 시행령 일부 개정령 등 7건의 대통령령안과 1건의 일반안건 등 총 8건의 안건을 심의·의결했다.
청와대 임세은 부대변인은 "이번 개정령안은 고(故) 최숙현 선수 사건을 계기로 필요성이 제기되어 마련됐다"면서 "이번 모법 시행과 시행령 개정을 시작으로 사회 문제화된 체육계 폭행 등의 인권침해 문제가 근절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앞서 지난 10일 여자 프로배구 흥국생명 소속 이재영·이다영 자매가 중학교 시절 '학교폭력' 논란이 일면서 국가대표 자격이 무기한 박탈되는 사건이 벌어졌다.
한 온라인 커뮤니티에서 두 선수에게 학교 폭력을 당했다는 글이 올라오면서 논란의 대상이 됐다.
이 글에 따르면, 글쓴이는 "많은 시간이 흘렀지만 여전히 가해자들로 인해 트라우마를 갖고 살아가고 있다"며 "피해자는 총 4명이다"고 전했다.
글쓴이는 "가해자는 음식을 먹지 못하도록 막거나 돈을 빼앗았고 흉기로 위협하거나 신체적 폭력을 가하기도 했으며 피해사례가 20가지가 넘는다"며 "가해자들은 행복한 미소를 지으며 TV 프로그램에도 나오는데 진심 어린 사과를 받고 싶다"고 밝혔다.
그가 글을 쓴 이유는 "가해자가 SNS에 '괴롭힘을 당하는 사람은 정말 힘들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린 걸 보고 그 때의 기억이 떠올랐다"며 "자신을 돌아보기 바라는 마음으로 용기를 내 글을 쓴다"고 토로했다.
이에 청와대 국민청원 게시판에 두 선수에 대한 엄정대응을 촉구하는 국민청원이 지난 12일부터 진행됐으며, 이날 15시 기준 11만6277명 이상이 '여자배구 선수 학교폭력 사태 진상규명 및 엄정대응 촉구합니다'라는 청원글에 동의하고 나섰다.
청원인은 "대한민국 한 사람의 국민으로써 더 이상 체육계에서 일어나는 폭력과 범죄에 대해 지켜보고 있을 수 없다"며 "단순히 개인들의 문제가 아닌 우리나라의 체육계의 신뢰와 도덕성의 문제"라고 호소했다.
그러면서 "개인적인 해결이 아닌 제대로 된 조사와 엄정한 처벌만이 이 같은 문제가 발생하는 것을 막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이라며 엄정 대응을 요구하고 나섰다.
더불어민주당 김태년 원내대표도 이날 원내대책회의를 통해 "오랜 기간 계속된 국가 주도 체육정책과 여기에서 비롯된 승리 지상주의 패러다임에 근본적인 변화가 없는 한 체육계 폭력 사태는 계속될지도 모른다"며 "스포츠계 폭력 근절을 국가적 책무로 규정한다"고 선언했다.
김 대표는 "체육인들의 근본적인 인식 대전환도 촉구한다"며 교육부와 문화체육관광부를 향해 근본대책을 주문했다.
민주당 이낙연 대표도 전날 페이스북을 통해 "유명 배구선수들의 학창시절 학교폭력 사건이 국민의 분노를 사고 있다"면서 "국회는 지난해 체육계의 만연한 폭력을 막기 위해 국민체육진흥법을 개정했다"고 전했다.
이 대표는 "성적 지상주의에 따른 각종 인권침해를 뿌리 뽑아야 한다"며 "법만으로는 부족하다"고 엄중 경고했다.
그는 "체육계가 공정 가치의 불모지대나 인권의 사각지대가 될 수 없다"며 "다시는 그런 일이 없기를 바라는 국민의 여망에 부응하도록 저희도 다시 챙기겠다"고 공언했다.
이 대표는 "스포츠 인권을 강화하려는 절박한 노력이 필요하다"며 "엄정한 대응과 함께 재발 방지책을 마련해야겠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