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포커스 / 김민규 기자] 이재명 경기지사가 자신이 주장해온 기본소득 정책을 김경수 경남지사가 비판한 데 대해 날선 반박을 하지 않고 오히려 ‘우리는 원팀’이란 표현까지 쓰면서 포용하는 모습을 보여 그 배경에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앞서 김 지사는 지난 18일 시사인 인터뷰에서 “기본소득이 시급한 과제로 선택받지 않을 것이란 확신이 있다. 포퓰리즘 공약을 쏟아 붓는 것으로는 대선을 치르기 어렵다”고 이 지사를 직격했었는데, 그간 자신에 대한 공세에 격한 반박도 불사하며 적극 대응하던 모습과 달리 이 지사는 22일 자신의 페이스북을 통해 “김 지사님, 좋은 인터뷰 잘 봤다. 제가 진정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기승전 경제이고 기본소득은 기승전 경제를 위한 하위개념”이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런 측면에서 저는 김 지사님이 경남지사로서 흔들림 없이 추진하고 있는 균형발전과 지역의 내적 발전 동력 창출을 위한 ‘기승전 경제’의 노력에 큰 지지와 박수를 보낸다. 그 노력의 결과가 가덕신공항 특별법 국토위 통과로 결실을 맺고 있고 또 부울경 메가시티 담론의 확산으로 꽃피우고 있다”며 “지사님께서 초대해준다면 부울경 지역 ‘기승전 경제’의 상징인 가덕신공항 예정지를 함께 둘러보고 싶고 거기서 제 구상과 김 지사님의 고견을 함께 나눠보고 싶다. 우리는 원팀”이라고 강조했다.
특히 이 지사는 김 지사가 해당 인터뷰에서 “정책 논쟁을 친문, 반문 잣대로만 보는 것은 정치를 외면 받게 만드는 해악”이라며 “이 지사도 민주당과 함께 다음 정부를 담당하겠다면 토론의 여지를 열어둬야 할 것”이라고 발언한 데 대해 화답하듯 이런 제안을 한 것인데, 그래선지 “정책 논쟁을 친문, 반문 잣대로 보는 건 해악이라는 김 지사님의 간명한 규정은 자칫 길 밖으로 튕겨져 나갈 수 있는 논쟁을 길 안으로 안착시킨 명쾌함이었다”고 찬사까지 보냈다.
현재 여러 여론조사에서 대권주자 선두를 달리고 있는 것으로 나오는 상황임에도 이 지사가 김 지사에 이 같은 ‘러브콜’을 보낸 데에는 당초 친문주자로 꼽혀왔던 김 지사에 우호적으로 접근해 당내 주류세력인 친문 세력이 자신을 향해 내비치는 경계심이나 견제 분위기를 완화시켜보겠다는 측면도 없지 않지만 ‘친문·비문’ 잣대로만 보지 말자는 ‘친문적자’ 김 지사의 선제적 제안이나 친문에서도 이 지사를 받아들일 수 있다는 듯 ‘민주당과 다음 정부를 담당하겠다면’과 같은 발언을 내놓은 데에 반색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다만 지난해 11월 ‘드루킹’ 댓글조작 혐의 관련 항소심마저 유죄 판결을 받은 이후 대선가도에서 멀어지게 됐던 김 지사가 최근 백기완 조문을 비롯해 자신과 관계없는 타 지자체장의 공약에도 입장을 내놓는 등 대권 행보를 재개한 듯한 모습을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결국 대권 선두주자인 이 지사와의 정책 토론을 통해 자신의 존재감을 다시 살려보겠다는 의도로 비쳐지고 있어 또 다른 대권 경쟁자를 등판시켜주는 꼴 아니겠느냐는 시선도 없지 않다.
하지만 이 지사 역시 김 지사와의 토론을 통해 친문을 끌어안을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하게 될 뿐 아니라 자신이 현재 경기지사임에도 부산·경남 표심을 흡수할 수 있는 가덕도신공항이란 이슈에 직접 뛰어들 기회가 생기고, 또 기본소득을 한층 공론화할 수 있는 자리로 만들어낼 수도 있다는 점에서 이 같은 동상이몽 속에 양자 간 ‘가덕도 토론’이 성사될 수 있을 것인지 그 귀추가 주목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