민심이냐 당심이냐
민심이냐 당심이냐
  • 이종찬
  • 승인 2007.09.10 12:55
  • 댓글 0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조순형 vs 이인제 ‘맞짱’뜬 내막

민주당 대선 예비후보로 나선 이인제 후보가 독야청청하고 있는 조순형 흔들기에 소매를 걷어붙히고 나섰다. 이인제 후보로서는 민주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순형 후보만 끌어내리면 민주당 본경선에서 승리의 축배를 들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따라서 이 후보가 가장 크게 문제 삼고 있는 것은 경선룰이다. 여론조사 반영이 큰 경선룰만 붙잡으면 민심에 강한 조 후보를 당심에 강한 이 후보가 얼마든지 이길 수 있다는 것. 7 일 민주당 본경선 후보등록이 마감되면서 민주당 안에서도 경선룰을 둘러싼 갈등의 불씨가 피어오르기 시작했다. 특히 제주에서 시작하기로 했던 순회경선 일정이 지난 3일 최고위원회의에서 인천으로 변경된 것 때문에 조 후보와 이 후보 사이의 신경전이 더욱 날카로워지고 있다.


민주당 이인제 대선 경선후보는 지난 4일 오전 장상, 김민석 후보와 서울 여의도 렉싱턴호텔에서 만나 “경선 일정변경은 원천무효”라며 “당 지도부가 조 후보 편들기를 하고 있다”고 거칠게 반발했다. 왜일까.

민주당도 경선 룰 갈등

이는 조 후보의 선친인 조병옥 박사가 제주 4.3과 깊은 관련이 있기 때문에 조 후보가 제주 경선을 일부러 피하고 있고, 당이 이를 눈감아주고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조 후보 쪽 관계자는 “제주 경선 연기를 요청한 게 아니라, 광역단위 순회경선인 만큼 제주와 광주, 전남을 묶자는 방안을 제시했을 뿐”이라고 못박았다. 하지만 이 후보가 문제 삼는 것은 제주 경선 연기뿐만이 아니다. 이 후보는 민주당의 경선룰이 잇달아 조 후보에게 유리하게 바꿔지고 있다는 판단을 하고 있다.
조 후보 쪽은 여론조사 20% 이상 반영을 요구했다. 이에 이인제, 신국환 후보 등은 여론조사를 아예 빼야 한다고 맞섰다. 하지만 민주당은 여론조사 반영 비율을 조 후보에게 무게를 실어주는 15%로 정했다.
이에 발끈한 김민석 후보는 당이 특정 후보 요구에 따라 경선 일정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등 민주주의 원칙을 훼손했다며 민주당 경선에 나가지 않을 뜻까지 있음을 내비쳤다.
김 후보는 지난 6일 서울 여의도 한 호텔에서 기자 간담회를 열어 “국민들은 민주당의 공정 경선을 바라고 있다”며 “일정 변경에 대한 납득할 만한 설명과 원상회복이 이뤄지지 않으면 내일 후보 등록 마감 전에 자신의 입장을 결정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김 후보는 또 “민주경선 원칙이 무너지고 당이 잘못된 길로 갈 때는 누군가 당의 원칙을 세우기 위해서 입장을 지켜야 한다”며 “당의 결정을 보고 자신이 할 수 있는 역할을 다하겠다”고 덧붙였다.

이인제 “이명박 이길 수 있다”

경선룰을 놓고 민주당, 조순형 후보와 갈등을 빚고 있는 이인제 후보가 지난 5일에는 “의정이나 국정경험, 인물 등 어느 점으로 보나 낫다고 자부하는 나를 후보를 뽑아주면 이명박 후보를 납작하게 이길 수 있다”며, 이명박 대항마는 자신이라는 속내를 내비쳤다.
강원지역 버스투어에 나선 이인제 후보는 이날 “나는 이명박 후보보다 인물도 훨씬 낫고 돈 많은 후보가 아닌 서민인 데다 대학 내내 농민과 노동, 빈민운동, 민주화 투쟁을 했으며 졸병으로 군복무, 군대를 갔다 오지 않은 이명박 후보와 애국심과 충성심에서 차이가 난다”고 주장했다.
이 후보는 또 “나는 지역구 국회의원을 4번이나 하고 전국의 축소판인 경기도지사와 노동부장관으로 의정 및 국정경험이 풍부해 검증이 계속될 이명박 후보는 상대가 되지 않는다”며 “이명박 후보의 회사경영 경험이 나라경제를 살릴 수 있지 않겠느냐는 국민의 기대감이 있지만 그 시대는 정격유착, 특혜, 부패시대에 재능을 잘 발휘해 월급으로 설명할 수 없는 재산을 축적했다”고, 이명박 후보를 한껏 깎아 내렸다.
이 후보는 강릉에 이어 동해와 삼척, 태백, 영월과 평창지역을 방문해 지지자와 당원 등에게 지지를 호소하는 한편 인천지역 호남·충청 향우회를 샅샅이 훑어 특유의 ‘발품 유세’로 역풍을 일으킨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이 후보 쪽은 자체 여론조사 결과 호남지역에서 이 후보가 조 후보보다 높은 지지율을 형성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이와 함께 이 후보는 충청 출신으로서 충청지역의 바닥표심도 끌어안고 있어 ‘서부벨트’에서 조 후보보다 훨씬 높은 지지율을 얻고 있다고 내다보고 있다.
이 후보 쪽은 “일부 여론조사에서 조 후보가 여전히 높게 나오고 있지만 결국 민주당 지지층인 호남과 충청의 표심이 중요하다”며 “전국 버스투어를 통해 바닥 당심을 이 후보가 장악해 가고 있다”고 덧붙였다.

조순형, 3有, 3無 내세워

이인제 후보를 비롯한 당내 대선 경선후보들의 집중 견제를 받고 있는 조순형 후보는 첫 ‘외박유세’에 나섰다. 이는 바깥 사람들과의 식사까지 자주 하지 않을 정도로 원칙적인 스타일을 보여주고 있었던 조 후보가 일종의 외도를 하는 것이다.
하지만 조 후보로서도 어쩔 수 없다. 당 안팎에서 조직선거에서는 이인제 후보보다 조 후보가 열세에 놓여 있다는 평가가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지금은 당 안팎으로 ‘조순형 대세론’ 굳히기를 위한 본격적인 발걸음이 필요한 때이기도 하다.
조순형 후보는 6일 전주를 시작으로 순천, 여수, 광주, 나주를 돌며 본격적인 대선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이어 조 후보는 11일에는 충북, 12일 울산, 15일 제주 등 지방투어 일정을 소화하며 민생현장 방문, 당원 및 지역인사 오·만찬 간담회를 잇 따라 갖는다. 조 후보는 이번 첫 ‘외박유세’에서 ‘3有(연륜, 정통성, 도덕성) 3無(부정부패, 정치적 부채, 가식)’론을 앞세워 바닥표심을 훑는다는 계획이다.

장상 “강한 민주당”

민주당 장상 후보와 신국환, 김민석 후보도 경선을 향한 잰 발걸음을 옮기기 시작했다. 장산 후보는 ‘강한 민주당’을, 신국환 후보는 ‘실업문제 해소’로 바닥표를 훑는다는 계획이다. 김민석 후보는 광주에 내려가 ‘장애인 취업 정책과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을 내세웠다. “기독교 표를 가를 수 있는 유일한 사람”이라고 밝힌 민주당 장상 후보는 지난 5일 민주당 광주시당에서 열린 기자 간담회에서 “한나라당 후보가 한국 기독교계의 장로라고 해서 80%를 장악하다시피 했다. (기독교에서) 약 4백만 표가 이 후보에게 가 있다는 추산인데 이번 대선은 약 50만 표로 (승부가) 갈린다. 그렇다면 교계에서 후보가 나와야 하고 장상만큼 막강한 후보는 없다”고 쐐기를 박았다.
장 후보는 이날 자신의 민주당 경선 참여에 대해 “민주당의 참여가 없는 대통합은 미완성의 대통합이라고 생각해 그 당(대통합민주신당)으로 안 가고 민주당 중심의 대통합을 하기로 했다”며 “인간적으로 어려운 일이지만 소신에 충실하기로 했다”고 강조했다.
장상 후보는 또 “현재 민주당과 김대중 전 대통령 간의 불협화음을 제가 화해의 메신저 역할을 수행해 갈등 없는 강한 민주당을 만들겠다”며 “민주당과 대통합민주신당 예비후보,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 각 당 후보 확정일 전에 범민주 개혁세력 후보단일화를 국민 앞에 약속하라”고 요구했다.
신국환 후보도 5일 전북도의회에서 가진 기자회견에서 “대통령이 되면 오는 2009년까지 실업문제를 완전히 해소하겠다”며 “매년 7%의 경제성장률과 5만개 이상의 일자리 창출로 2009년까지 실업자를 일소하겠다”고 밝혔다.
신 후보는 이날 “일자리 창출의 원천은 기업이지 정부가 아니다. 반 기업정서를 불식하고 글로벌 스타기업 육성에도 적극 나서겠다”며 “자녀 보육환경의 개선을 통해 여성의 경제 활동을 확대하고 정부와 기업에서도 여성의 고용 기회가 확대 되도록 노력하겠다. 여성의 경제활동 참가율을 선진국과 비슷한 68% 수준으로 올려놓겠다”고 약속했다.
김민석 예비 후보도 광주를 방문, 한국지체장애인협회와 양동시장을 돌며 장애인 취업 정책과 재래시장 활성화 방안 등을 공약으로 내놓았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