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키트 차세대 HMR주목, 시장은 답보…재료 규격화 후 남는 재료 처리 등 숙제
로컬 맛집·유명 레스토랑 음식 재현한 RMR 도전기업 증가속 호실적

[시사포커스 / 강민 기자]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가 발간한 2019 가공식품 세분시장 현황보고서에 따르면 국내 HMR 시장 규모는 2018년 3조2164억 원 수준에서 2022년 5조 원 규모를 넘어설 것으로 판단했다. 이 보고서는 코로나19 유행 이전 발간 된 것으로 작년 집콕 트렌드 영향을 받아 HMR 시장이 대폭 신장했을 것으로 업계는 보고 있다.
작년 7월 닐슨코리아의 '뉴 노멀 샤퍼 분석' 자료에 따르면 온라인 채널이 주요 구매 채널로 성장했는데 이 중 식품 카테고리에서 괄목할만한 성장을 거둔 제품은 RTE(Ready To Eat) 제품인 것으로 나타났다. 간단한 조리 뒤 바로 먹을 수 있는 식품을 온라인에서 많이 주문한 것이다. 삼정 KMPG 경제연구원이 작년 6월 펴낸 '코로나19에 따른 소비재 산업 영향 분석'에서도 '코로나 19로 내식이 증대되면서 HMR 등의 수요가 확대'된 것으로 확인 됐다. 초기 HMR 제품은 국·탕·찌개류가 중심이었다. 여기에서 더 발전해 육류 및 수산물류, 반찬류, 안주류 등으로 변화했다.
2019년 기준으로 국물 간편식 시장에서 CJ제일제당은 절반 이상(57.3%)을 점했다. 냉동·냉장 HMR에서 CJ제일제당은 같은 기간 6620억원의 매출에 점유율 34%를 달성하는 등 1개 기업에서 높은 점유율을 가져가면서 만들기만 하면 팔리는 HMR시장이 레드오션으로 지목되기도 했다.
식품업계 한 관계자는 "초기 HMR 시장은 전통적인 한국밥상에 맞춰진 기본 식탁을 구성하는데 도움을 줬다"며 "이제는 한 끼 식사 자체를 HMR로 만들어 내면서 변화가 일고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HMR 다음 트렌드로 밀키트가 지목되기도 했지만 간편한 조리를 원하는 소비자에게 어필이 되지 않아 초기 시장 성장 후 답보상태다"라며 "재료선별을 제외한 조리 경험을 제공하는 아이템이었고 실제 국내 밀키트 시장을 개척한 프레시지는 지난 2018년 매출 218억 원에서 작년 매출이 약 1500억 원으로 추산 될 정도로 3년 동안 700%가 넘는 성장세를 이루기도 했다. 하지만 규격화 된 재료 공정 후 남는 재료의 처리문제라던가 신선유지 문제 등이 이익 창출에는 제한적이라는 점이 있어 시장에 도전했지만 많은 식품기업들이 확장에는 성공하지 못하고 있는 상황"이라고 말했다.
식품업계는 최근까지도 HMR라인업을 확대하고 있고 신제품을 지속 출시하고 있다. 또 유명 레스토랑 음식을 간편하게 조리해 먹을 수 있는 RMR이 등장했다. RMR(레스토랑 간편식)은 코로나19 이후 외식이 제한 되자 레스토랑 등 유명음식점 레시피 담아 만든 HMR의 한 종류다.
SSG닷컴이 작년 1월부터 11월 까지 HMR 매출을 조사한 결과 지난 2019년 같은 기간 보다 75.2% 증가했고 RMR매출은 같은 기간 64.8% 늘어난 것으로 집계 됐다. 마켓컬리 RMR 작년 매출은 지난 2019년 대비 144%늘었다.
SSG닷컴에서 판매한 RMR은 조선호텔 유니짜장과 짬뽕이다. 이 두제품은 출시 100여일 만에 판매량 10만개를 돌파했다. 하루에 1000개씩 팔린 셈이다. 이 두 제품은 조선호텔 운영 '호경전' 대표 메뉴를 재현했다. 유니짜장의 경우 30여년 경력의 셰프가 제품 개발에 참여해 퀄리티에 집중한 것으로 알려졌다. SSG닷컴은 향후 RMR라인업 확장을 검토중이다.
CJ푸드빌은 자사 외식 브랜드인 빕스와 계절밥상 등의 인기메뉴를 전면에 내세운 RMR을 선보이고 있다. 빕스 RMR은 바베큐 폭립, 시그니처 스프 2종을 선보였다. 계절밥상의 경우 LA갈비, 숙성 담은 간장 불고기 등 매장에서만 경험할 수 있는 메뉴를 집에서 즐길 수 있도록 라인업을 강화한 것. 온라인 판매채널인 네이버 스마트스토어를 오픈했다.
동원홈푸드는 미쉐린 가이드 '빕 구르망'에 소개된 '일호식'을 RMR로 재현했다. 일호식은 저염식 한상 차림을 선보이는 음식점으로 이곳의 메뉴인 '두툼떡갈비와 쌈야채' '문어감자 들깨샐러드' 우렁된장 곤드레 무침' 들기름 갓장아찌' 등을 출시했다. 향후 집에서도 로컬 맛집이나 호텔 레스토랑 등 다양한 식경험을 제공해 나간다는 방침이다.
밀키트 시장 점유율 70%에 달하는 프레시지도 RMR시장에 적극적으로 진출하고 있다. 작년부터 '백년가게 밀키트' 63다이닝 키트' 등을 출시했고 RMR제품군 누적판매량 14만개를 기록하기도 했다.
현대백화점은 서울 삼각지 인근 맛집 '몽탄'과 손잡고 우대갈비 몽탄세트를 런칭했다. 최초 500세트가 1분만에 매진 됐다. 이후 생산량을 늘리고 있다.
식품업계 관계자는 "대기업이 무조건 만든다고 팔리는 시대는 지났다. 소비자는 상상과 경험이 일치했을 때 열광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