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드 결제대금 부족하면 선지급된 포인트 현금 배상도
최근 삼성카드의 선포인트가 새로운 주력 서비스로 각광받고 있다. 고가의 물건을 구입해야 하는 고객에게는 당장 비용 부담을 줄일 수 있어 솔깃할 수밖에 없는 제안이라는 이유에서다.
선포인트는 카드 사용내역에 따라 지급되던 기존의 포인트제도와 달리 카드 사용 전에 선지급된 포인트로 제품 구입 시 최고 50만원까지 할인을 받을 수 있는 서비스다.
단, 선지급된 포인트는 계약 약정을 통해 최장 36개월까지 채워야 하는 조건부가 붙는다. 적어도 향후 몇 년간은 선포인트를 채우기 위해 삼성카드를 매달 일정금액 이상을 사용해야 한다는 얘기다.
“노예계약과 다를 게 없다”
이와 상관없이 고객의 입장에서는 앞으로 사용할 카드금액에 대한 포인트를 미리 지급받아 활용하는 것일 뿐 당장의 주머니 사정을 고려한다면 알뜰한 선택이 된다.
이를 간파한 삼성카드는 지난해 10월 자동차 할인 서비스를 시작으로 올해부터는 웨딩과 생활가전에 이르기까지 포인트 사용 범위를 넓혔다. 삼성카드는 유효고객 확대를 기대하고, 고객은 가격할인 혜택이라는 장점이 서로 맞아떨어져 이용자가 급증하는 추세다. 하지만 삼성카드의 선포인트 서비스에는 엄청난 비밀이 숨어있다. 제품 구입 당시 고객들은 할인을 받은 만큼 공돈이 생긴 것처럼 선포인트 서비스에 만족하지만 문제는 제품 구입 후에 발생한다.
회사원인 김모(36)씨는 최근 삼성카드 선포인트를 이용해 2백만원 상당의 냉장고를 50만원이나 할인된 가격으로 구입했다. 당시 김씨는 50만점을 60개월 동안 월 8천3백30포인트로 나눠 상환하기로 했다. 타사의 카드를 사용하는 대신 삼성카드 하나만을 이용하면 포인트를 금방 채울 수 있을 거라 생각한 김씨는 오래지 않아 자신의 판단이 착오였음을 깨닫게 됐다.
포인트를 상환하기 위해서는 삼성카드에서 제시한 대로 월 6만원 이상 휴대폰 요금을 계좌이체 해야 하고, 휘발유 역시 월 15만원 이상 결제해야 한다. 즉 휴대폰을 사용하지 않거나 6만원 이하의 요금을 지불하는 사람, 운전을 하지 않은 사람에게는 결과적으로 기한 내에 상환이 불가능하다.
1% 적립되는 가맹점을 이용한다하더라도 50만점을 모으려면 상환기간 내에 5천만원을 사용해야 했던 것이다. 하지만 보통 가맹점들은 0.8%를 적립하고 있어 포인트 상환을 위해 써야할 생활비는 상당할 것으로 예상됐다.
김씨는 당장의 50만원을 줄이기 위해 5년에 걸쳐 신용카드 결제로 허리가 휠 처지에 놓인 셈이다. 상환 조건을 제대로 따져보지 않은 채 할인혜택인 줄 알고 결제했다가 모자라는 포인트를 현금으로 채우고 나서야 사실상 빚이었다는 것을 깨닫게 된 것이다.
또 3개월 동안 카드를 쓰지 않으면 일시납으로 지불해야 되므로 적어도 한 달에 한 번씩은 해당 카드를 필히 사용해야 한다.
결국 상환기간 동안 갚아나가야 할 포인트에 발이 묶여 부지런히 해당 카드를 사용해야 하는 부담감을 얻게 됐다. 미상환된 포인트는 별도의 이자가 부과되지 않지만 신용카드대금 연체이율과 동일한 연체이율을 적용해 다시 현금으로 지불해야 한다.
이에 따라 김씨는 아연실색할 수밖에 없는 상황이다. 이처럼 삼성카드 선포인트의 상환방법에 사전 지식 없이 제품을 구입한 고객들은 낭패를 본 셈이다.
하지만 삼성카드는 소비자들의 오해로 설명했다. 선포인트를 ‘할부’가 아닌 ‘할인’으로 오인하면서부터 오해가 시작됐다는 것이다. 상환방법에 따르면 ‘할부’의 개념으로 선포인트를 활용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삼성카드 한 관계자는 “0.8%의 적립률은 한 가지로 본 예시일 뿐 통신요금과 주유를 효과적으로 활용하면 고객에게 이득이 될 수 있다”며 “노예계약이라는 말은 일방적인 표현”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본인이 감당할 수 있는 선에서 결제가 이뤄져야 하는 게 당연하다”며 “고객과 윈윈(WIN-WIN)관계로 봐야 한다. 카드사에서는 방안을 제시만 해줬을 뿐 최종 선택은 고객의 몫”이라고 덧붙였다.
시민단체 한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고객들은 실수를 범하지 않기 위해 본인의 지출계획과 상환방법을 꼼꼼히 따져봐야 한다”면서 “그렇지 않으면 최악의 경우 빚더미에 앉게 될지도 모른다”고 경고했다.
▶ 삼성카드입장 “3단계에 걸쳐 안내하는 중”
삼성카드 고객들의 불만은 끊이질 않고 있다. 고객의 단순한 오인과 실수로 치부하기에는 이에 대한 삼성카드의 적절한 제재가 필요하다는 것이다.
삼성카드 관계자에 따르면 이 같은 우려의 상황을 고려해 선포인트를 사용할 당시 소비자들로 하여금 미리 고지를 해주고 승인을 얻은 뒤 구매할 수 있도록 절차를 밟고 있다. 콜센터에서 본인 확인 절차를 거쳐 선포인트 사용에 대한 안내방송을 소비자들에게 전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후 매장에서 이와 관련한 사본을 주고 있으며 결제청구서가 발송될 때 또 한 번 소비자에게 안내서가 발송된다. 3단계에 걸친 안내는 소비자가 선포인트에 대해 충분히 인지할 수 있도록 돕고 있다는 것이 관계자의 설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