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의 딸·호남의 며느리 ‘추다르크’ 인기 상종가
영남의 딸·호남의 며느리 ‘추다르크’ 인기 상종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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추미애 쟁탈전

지난 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예비경선 결과가 발표됐다. 본경선에 진출한 자와 예비경선에 남은 자가 갈렸다. 하지만 스포트라이트는 본 경선에 진출한 이들만의 몫은 아니었다. 예비경선에서 탈락한 이들의 향후 정치 행보가 신당의 합종연횡으로 그려지며 정치권의 이목을 집중시킨 것이다. 낙방한 후보들은 예비경선이 막을 내림과 동시에 본경선 진출자들이 손을 내밀고 있어 몸값이 오히려 뛰었다는 분석이다. 특히 이들 중 아까운 6위로 고배를 마신 추미애 전 의원은 손학규 정동영 후보의 러브콜을 받고 있다. ‘영남의 딸이자 호남의 며느리’라는 기치를 들고 나온 추 전 의원을 잡으면 지역적 연대와 대통합의 ‘명분’을 함께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보기 때문이다. 1백여 표 차의 아까운 6위라는 점은 추 전 의원을 더욱 매력적으로 보이게 한다. 뿐만 아니라 추 전 의원의 영입 계산에는 대통합의 배후에 선 ‘金心’을 기대해 볼 수 있을 것이라는 속내가 더해진다.


지난달 19일 추미애 전 의원이 민주당을 탈당해 대통합민주신당의 대선후보 경쟁에 뛰어들자 대통합민주신당은 반색했다. 추미애 전 의원이 대통합에서 가지는 의미 때문이다.

대통합 바로미터 ‘추’

민주당에서 대통합민주신당으로 합류하며 스스로 “대통합의 리트머스 시험지”라고 외칠 정도로 추미애 전 대표는 ‘대통합’과 깊은 연관성을 가지고 있다.
2003년 민주당 분당 때 열린우리당 합류를 거부했으며, 2004년 총선 때는 민주당 선대위원장으로 광주에서 사흘간 3보1배를 했던 전력을 가지고 있던 그에게 민주당의 정통성을 부인하기란 쉽지 않았던 것.
결국 추 전 의원이 희박한 신당 예비경선 통과를 인지하면서도 대통합의 미완성으로 정체성 혼란을 겪고 있던 대통합민주신당에 힘을 더했다. 한명의 민주당 인사의 참여가 아쉬운 마당에 민주당의 정통적 지지층과 젊은 세대에 고정 지지층을 가진 추 전 의원의 합류는 ‘결단’으로 표현됐다.
신당 합류이후 경선 참여를 선언한 추 전 의원은 자신의 컷 오프 통과가 ‘대통합의 완성’이라며 지지를 호소했다. 추 전 의원측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를 상대로 이변을 일으킬 수 있는 유일한 후보”라고 외치며 ‘영남의 딸이자 호남의 며느리’임을 강조, 민주당의 전통 지지세력을 파고들었다.
예비경선이 목전으로 다가오자 당 내·외에서는 “신당이 새로운 모습으로 태어났다는 것을 확인시키고 ‘대통합’을 강조하기 위해서는 추 전 의원의 컷 오프 통과가 절실”하다며 친노 후보들 중 한 사람이 컷 오프에서 탈락할 것이라고 말했다. 본경선에서 신당의 후보로 결정되는 것과는 별개로 ‘대통합’을 알리고 국민경선의 흥행성을 높이기에도 추 전 의원의 컷 오프 통과가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졌다.

안타까운 6위, 컷 통과 좌절

하지만 지난 5일 대통합민주신당의 후보 9명 중 5명의 후보만이 본경선 진출을 점치고 있는 상황, 불려진 이름은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였다. 김두관 신기남 천정배 추미애 후보 등 컷 통과를 하지 못한 4명의 후보는 발표장에서 쓸쓸히 발길을 돌려야 했다.
추 전 의원은 후발 주자라는 약점과 신당과 관련한 조직을 갖추지 못한 점 때문에 컷 오프 앞에서 멈춰선 것이다. 그는 결과 발표 후 “경선 결과를 겸허히 수용하며 우선 미제로 남아 있는 대통합에 헌신하겠다”고 말했다. 그러나 마지막까지 한명숙 후보와 5번째 자리를 두고 경합을 펼쳐온 만큼 그의 목소리에는 아쉬움이 짙게 배어 있었다.
추 전 의원의 선대본부장을 맡았던 염동연 의원은 “시간이 너무 짧았다”는 말로 후발 주자의 약점을 넘지 못한 점을 짚었다. 시간만 더 있었다면 충분히 더 높이 오를 수 있었다는 안타까움도 함께였다.
발표장에서 돌아선 4명의 후보들. 하지만 이들의 주가는 오히려 컷 오프 이후 상승곡선을 그리기 시작했다. 어느 진영으로 합류하느냐에 따라 본경선에서 혹은 범여권 경선구도에서 후보들의 무게감이 달라지기 때문이다.
정치권은 신기남 후보는 유시민 한명숙 등 친노 진영으로의 합류를, 천정배 후보는 문국현 전 사장에게로 합류한다고 바라봤다. 김두관 후보의 경우 친노와 문 전 사장측의 합류 가능성이 반반으로 점쳐졌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손학규와 정동영, 친노후보들의 3파전으로 전개될 본경선의 향배를 쥔 인물만이 남았다. 추미애 전 의원이다. 그는 예비경선에서 1천6백63표를 얻어 한명숙 후보와 1백13표, 0.6%의 근소한 차이로 6위에 올라 본경선 진출자들의 ‘영입1순위’에 이름을 올렸다.
추심(秋心)을 잡으면 민주당 지지세력을 흡수할 수 있어 세력 확장 뿐 아니라 대통합을 이룬 인물이라는 ‘명분’을 얻게 되는 만큼 본경선에 진출한 이들 모두 ‘추다르크 모시기’에 나선 것이다. 또한 참여정부와 무관하고 ‘DJ(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치적 딸’로 불리는 추 전 의원이 김심의 중심 추를 움직이는데 활약을 할 수 있을 거라는 기대감이 추 전 의원 영입 전쟁에 불을 붙였다.
예비경선 이후 손학규 후보는 추 의원에 대해 “대통합을 위해 어려운 결단을 한 장한 일꾼”이라고 말했고 정동영 후보는 “추미애 후보의 뜻을 잘 받들겠다”며 직접적인 구애를 했다. 친노 후보의 맏이격인 이해찬 후보도 “불리한 여건에서 최선을 다한 추 후보에 감사하다”며 추 전 의원을 치켜세우며 영입 경쟁에 발을 들여놨다.
추 전 의원 영입에 가장 열성인 것은 영입 이후 강한 시너지 효과가 점쳐지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다.

“추다르크 모셔라~”

추 전 의원이 영남의 표를 끌어올 경우 손 후보와 정 후보 모두 영-호남의 지역적 연대를 이루며 강력한 파괴력을 얻을 수 있다는 계산이 전제된 것이다.
손학규 후보의 경우 ‘대세론’과는 달리 뚜껑을 연 예비경선 득표에서 정동영 후보와 박빙의 승부를 펼친 것으로 나타났다. 손 후보는 “불리는 입장에서 얻는 결과라 1위를 한 것만으로…”라며 정 후보의 추격에 큰 의미를 두지 않는 듯 말했지만 정 후보에게 ‘역전패’의 가능성을 봤다는 것은 변하지 않는다.
정치권은 손 후보가 본경선에서 ‘대세론’을 이어갈 방도로 추 전 의원과 손잡는 것에 누구보다도 발 빠르게 움직이고 있다고 관측한다. 손 후보는 “추 전 의원의 도움을 받고 싶다”며 “대통합의 정신에 따라서 신당으로 온 만큼 통합의 화신이라고 얘기할 수 있는 나를 적극 지원하실 것이라 믿는다”고 공개적

인 구애의 손짓을 보냈다. 일각에서는 손 후보측이 이미 선대위원장직을 제의하며 물밑 작업을 상당히 진행시켰다는 후문도 전해졌다.
예비경선 직전까지 추 전 의원과 연대 가능성이 점쳐졌던 정동영 후보측도 손 놓고 있지만은 않았다. 호남 기반이 강한 정 후보와 민주당에서 합류한 영남 출신에 수도권에 지역구를 둔 추 후보가 연대할 경우 강력한 시너지 효과가 발생할 가능성이 높은 만큼 정 후보 측도 “추 전 의원은 본경선이나 대선 과정에서 중요한 역할을 했으면 좋겠다”며 공석으로 남겨둔 선대위원장 영입 가능성을 높였다.

아직은 이대로…

각 캠프측의 영입대상 1호로 떠올라 본경선 구도에 상당한 영향력을 행사할 것으로 보이는 추미애 전 의원. 하지만 그는 예비경선 당선자들과의 연대에 대해 “구체적인 계획은 없다. 당분간 대통합을 위해 헌신하겠다”라며 유보적인 입장을 취했다.
정치권 관계자는 “추 전 의원이 예비경선에서 막판 대역전을 하지는 못했지만 오랜 공백 기간이나 후발 주자 등 여러 약점에도 불구하고 컷 오프 과정에서 고정 마니아층을 결집시키는 거침없는 행보를 보여줬고 민주당에서 탈당에 신당 경선에 참여, 힘을 실어줬다는 기여도로 봤을 때 정치적 재기는 성공적”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후보와의 연대를 통해 본경선에서부터 힘을 발휘할 지 후보선출 이후 신당 선대위에서 중요 역할을 할지 정할 시간이 필요하다”고 추 전 의원의 행보를 확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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