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노·비노 대결구도 확실 … 손학규 대세론 여전
친노·비노 대결구도 확실 … 손학규 대세론 여전
  • 이종찬
  • 승인 2007.09.11 10:03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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손학규, 정동영 끌어안고 이해찬 맞선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이 끝났다. 결과는 대부분의 사람들이 짐작했던 그대로 비노파 손학규, 정동영 후보와 친노파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가 먼저 축배를 들었다. 하지만 예비경선 과정에서 유시민 후보와 한명숙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는 등 웃지 못 할 헤프닝이 벌어져 국민경선위 지도부가 사퇴하는 일이 생기기도 했다. 이제 본선경선은 친노파인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 대 비노파인 손학규 후보와 정동영 후보의 3각 대결로 굳어졌다. 하지만 친노파가 서로 몸을 낮추어 단일후보를 내기만 한다면 본선경선에서 손학규, 정동영 후보를 이길 수 있다. 이는 예비경선에서 친노파가 33.93%라는 득표율을 얻어 2강 후보인 손학규 후보(24.75%)와 정동영 후보(24.46%)를 앞질렀기 때문이다. 하지만 친노후보 단일화를 가만히 지켜보고 있을 손학규와 정동영이 아니다. 정치 이해득실에 빠른 비노파 정동영이 손학규에게 줄서기 할 가능성도 짙다. 만약 그렇게 된다면 손학규가 신당의 대통령 후보가 될 가능성이 높아진다. 두 후보의 지지율을 합치면 50%에 가깝기 때문이다.


대통합민주신당 대선후보 예비경선에서 친노 성향을 띤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가 나란히 컷오프를 통과했다.

‘친노 단일화’ 타오를까

이에 따라 신당에서는 ‘친노후보 단일화’가 본선경선의 최대 변수로 떠오르고 있다.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가 의기투합해 단일후보를 내게 되면 신당 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손학규 후보와 2위를 달리고 있는 정동영 후보가 바싹 긴장할 수밖에 없다.
예비경선 결과 이 후보 14.37%, 유 후보 10.14%, 한 후보 9.42%의 득표율을 올렸다. 이를 합치면 33.93%다. 손학규 후보(24.75%)와 정동영 후보(24.46%)를 훨씬 앞지르는 수치다. 친노 후보 단일화 이야기가 자꾸 흘러나오는 것도 바로 이 때문이다. 또한 이들 3명의 후보가 단일화를 이루어 본선에서도 승리한다면 신당은 ‘참여정부 계승발전’이란 방향으로 급선회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친노 단일화’는 말처럼 그리 쉽지가 않다. 대선 출마 보름만에 예비경선 4위를 차지, 후보 단일화의 열쇠를 쥐게 된 유시민 후보가 최소한 본경선 4연전(제주, 울산, 충북, 강원)은 치른 뒤 단일화를 논의해야 한다는 속내를 내비치고 있기 때문이다.
이해찬 후보 쪽의 생각은 다르다. 단일화 시기가 늦어지면 친노 지지층에서 죽은표가 나올 가능성이 많고, 또한 이 때문에 최악의 경우 단일화를 이루더라도 2강 후보에게 밀리는 결과를 낳을 수도 있다는 것. 이 때문에 이 후보 쪽은 ‘본경선 시작 전 단일화’를 내세우고 있다.
이는 한 후보 쪽도 마찬가지다. 한 후보 쪽은 조기 단일화에는 찬성하지만 방법론에 대해서는 “조만간 이 후보와 유 후보를 만나서 논의하겠다는 입장”이라고 밝혔기 때문이다.
하지만 손, 정 후보쪽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친노파가 후보 단일화를 이해찬 쪽으로 한다면 비노파인 정동영으로서는 손학규와 손을 맞잡을 수도 있다. 정동영은 이해찬과는 손을 잡을 수 없다. 만약 손을 잡는다 해도 정치적 이해득실이 없기 때문이다. 그러나 정 후보가 손 후보와 발걸음을 함께 하면 손학규 대선후보, 정동영 선대위원장 체제를 점칠 수 있다. 게다가 정동영은 아직 젊다. 차기를 꿈꿀 수 있다는 말이다.

경선후유증 혼돈 빠진 신당

컷오프를 치러 5명의 경선후보를 낸 대통합민주신당도 속을 끙끙 앓고 있다. 지난 9월 6일 컷오프에서 득표 순위와 득표율 비공개라는 원칙이 무너지면서 5위를 한 유시민 후보와 4위를 한 한명숙 후보의 순위가 뒤바뀌어 버렸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유시민 후보는 신당 지도부에 캠프 관계자가 참여한 가운데 원 자료를 공개할 것을 요구했다. 또한 이 때문에 신당 예비경선 과정을 맡았던 김덕규, 김호진 공동위원장과 이목희 국민경선위 집행위원장이 위원장직까지 내놓아야 했다. 이들은 사퇴의 변에서 “실무적 착오라도 이런 사고는 있어서는 안 되며, 당원과 선거인단, 국민 여러분께 충심으로 사죄 드린다”고 전했다.
이에 따라 신당 최고위원회의는 이날 밤 부랴부랴 양길승 최고위원을 국민경선위원장에, 지병문 의원을 집행위원장에 임명했다. 더불어 신당 지도부는 경남 창원에서 열기로 했던 최고위원회의까지 취소하며, 긴급회의를 열었다.
오충일 대표는 “의도적이었던 것은 아니었으나, 당과 후보들과 우리 사회에 엄청난 충격을 준 중대한 실수였다”며 “철저히 점검해서 전화위복의 계기가 되도록 노력하겠다”고 사과했다.
하지만 신당 안에서는 이번 사고에 따른 지도부의 경선관리와 위기대처 능력을 콩깎지 낀 눈으로 바라보고 있다. 오죽했으면 경선위가 5일 밤 특정 후보 쪽 요구를 받아들여 다른 후보 쪽의 동의 없이 득표율을 공개하고도 이를 오충일 대표에게 보고조차 하지 않았겠는가.
이에 대해 유시민 후보는 “일어나지 말았어야 할 일이 일어났고, 당이 망신을 당한 것”이라며 “공개된 득표 결과를 믿지 못한다”고 거칠게 내뱉었다. 손학규 후보측 우상호 대변인도 “이왕 공개된 마당에 1, 2순위표 득표율, 지역별 선거인단 분포도 등 모든 자료를 공개하고 재점검해야 한다”고 못박았다.
하지만 정동영 전 열린우리당 의장 쪽 김현미 의원은 “조사 문항은 대통령 예비후보로 누굴 지지하는지 두 사람을 지목해 달라고 돼 있지, 누가 1순위고 2순위냐고 돼 있지 않다”며, 고개를 가로 저었다.

신당 5인방 ‘친노 대 비노’

컷오프가 끝나자마자 신당 5인방 첫 TV토론회가 열린 지난 9월 6일 밤. 예상했던 그대로 비노파 손학규, 정동영 후보와 친노파 이해찬, 한명숙, 유시민 후보 사이에 팽팽한 긴장이 흘렀다. 친노파 후보 3명은 약속이라도 한듯이 신당 안에서 1, 2위를 달리는 손학규, 정동영 후보에게 따가운 말총을 퍼부었다. 이른바 ‘친노 대 비노’라는 또렷한 전선이 만들어지는 순간이었다.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후보는 이날 밤 MBC ‘100분 토론’에 나와 저마다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가 자신임을 내세웠다. 그리고 비노파인 손 후보는 친노 3인방으로부터 한나라당에 몸담았던 정체성을, 정 후보는 참여정부 통일부 장관과 열린우리당 당 의장 출신으로서 탈당했다는 전력에 대해 심한 비난을 받았다.
손 후보와 정 후보도 연합전선을 깔았다. 손 후보는 “신당에 누가 먼저 참여했느냐. 나중에 나오지 않았느냐. 저는 열린우리당에 오려고 광야로 나온 게 아니다”라며, 친노 후보 3명이 쏜 말총을 되돌려줬다. 정 후보는 “손 후보의 한나라당 탈당 결단을 높이 평가한다. 손 후보는 우리당이 아닌 신당에 동등한 자격으로 참여한 것”이라고 손 후보를 두둔했다.
손, 정 후보의 반박이 있기는 했지만 친노 대 비노 사이의 첫 대결이기도 했던 첫 TV토론회에서는 우선 친노파가 판정승을 거뒀다는 평이다. 하지만 정치권은 “친노파 3명이 빠른 시일 안에 단일후보를 내지 못한다면 비노파에게 KO패 당할 수도 있다”고 경고한다.

컷오프 탈락 4명 몸값 치솟아

대통합민주신당 컷오프에서 떨어진 김두관 추미애 신기남 천정배의 몸값도 하늘 높은 줄 모르고 치솟고 있다. 이는 컷오프를 통과한 5인방의 물밑 구애가 끊임없이 들어오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들 4명이 누구와 짝짓기를 할지에 대해서는 오리무중이다. 신당 5인방의 속이 바싹바싹 타들어가는 것도 바로 이 때문.
손학규 정동영 이해찬 유시민 한명숙 등 5명의 신당 본선 주자들이 김두관 추미애 신기남 천정배 등 4명의 컷오프 탈락자들에게 잇따른 러브콜을 보내고 있다. 러브콜을 받고 있는 4명의 탈락자들도 고심에 고심을 거듭하고 있다. 자칫 후보를 잘못 골랐다가 본선에서 낙마라도 하게 되면 자신의 당내 입지마저 크게 흔들릴 것이 뻔하기 때문이다.
손학규 후보는 6일 “민주당을 나와 신당에 참여한 추미애 전 의원의 도움을 받고 싶다”며 공개적인 ‘러브콜’을 보냈다. 유시민 후보도 “김두관 전 행자부장관과 신기남 전 열린우리당 의장과는 좀 더 긴밀한 대화가 필요하다”며, 두 사람과의 연대 가능성을 내비쳤다.
하지만 이들의 러브콜과는 달리 컷오프에서 탈락한 4명은 좀처럼 입을 열지 않고 있다. 자신의 몸값을 더 올려보겠다는 뜻이다. 더불어 후보들의 본선 가능성을 점쳐 내년 총선에서 공천권을 보장받아야 한다는 신중함도 배어난다.
대통합신당 후보들의 공통적인 약점인 영남권 득표력의 키를 쥐고 있는 김두관 전 장관은 “새로운 길의 모색과 재도약의 계기로 삼겠다”며 친노와 비노를 저울질 하고 있다. 신기남 의원은 친노 후보들의 단일화가 이뤄지면 지원 사격에 나설 것으로 알려졌다.
천정배 전 장관은 독자노선을 고수하고 있는 문국현 전 사장과 손잡을 가능성이 높다. 이미 수차례의 만남을 통해 정책적 연대를 끊임없이 모색해 왔기 때문이다. 하지만 문 전 사장이 독자창당을 하기로 함에 따라 천 전 장관이 재탈당이라는 위험 부담을 안고 문 전 사장을 지지할 지는 아직까지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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