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10일 청주에서 만난 유종원(60)씨는 겉으로 보기에는 전혀 문제가 없어 보였다. 말쑥한 외모에 잘 차려입은 양장으로 장애인이라는 생각이 전혀 들지 않았다.
▲ 기자의 인터뷰에 응한 유종원씨.
유씨는 기자를 만나자마자 할말이 많은 듯 서류가방에서 자료를 꺼내들어 보여주기 바빴다. 유씨에 따르면 그는 지난 1980년부터 1999년까지 19년간 한국타이어 대전 공장 생산관리팀에서 근무했다. 그는 당시 일터에서 벤젠이나 솔벤트, 신나 같은 독성이 강한 유기용제를 취급했고, 당시에는 이런 것들이 몸에 얼마나 큰 악 형향을 미치는지 몰랐다. 그러나 1993년부터 몸 상태가 나빠지기 시작했고 산업재해 승인을 요구하자 부산 등 지방으로 발령을 내는 등 어려운 생활을 이어왔다. 이후 몸은 형편없이 나빠졌고 1999년 사직서를 제출하고 몸 상태를 체크하자 이미 그는 성불구 장애 9급이었다. 산업재해 신청을 통해 그가 보상받은 금액은 4천만원에 불과했다.
유씨는 “당시 유기용제 중독으로 많은 근로자들이 아픔을 호소했지만 회사 측에서는 나몰라라 했다. 각종 병에 시달리고 우울증이나 정신착락증세를 보이는 등 성불구자가 된 직원도 상당수 있었다”고 주장했다.
유씨가 바라는 것은 단 하나다.
유씨는 “유기용제의 위험성은 누구나 알고 있고 한국타이어 측에서 일부러 독성이 강한 유기용제를 사용했다고는 생각하지 않는다. 단지 내가 바라는 것은 근로자들이 좋은 환경에서 일 할 수 있도록 최대한 돕고 근로자에게 병이 생겼을 경우 예방과 치료에 도움을 줘야한다는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볼 때 산업재해는 회사 측에서 발 벗고 나서야할 당연한 조치다”고 말했다.
한편 한국타이어 측은 “과거에는 어땠는지 모르겠지만 현재 유기용제는 100% 사용하지 않는다고 확실히 말할 수 있다. 인체에 유해한 화학물질은 절대 취급하지 않는다. 과거의 일을 현재의 문제와 연관시켜 말하는 것은 옳지 않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