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회사 영진약품 부진한 실적 KT&G 경영능력 부족 탓?
KT&G가 불편한 심기를 드러내는 것은 당연하다. 영진약품을 계열사로 편입한 2004년 3월 이후 여러 차례에 걸쳐 경영전략과 비전을 계속 발표해 왔기 때문이다. 정말 ‘미운 오리새끼’라면 굳이 그럴 필요가 없다는 게 KT&G의 반박이다. 영진약품은 현재 KT&G가 56.97%의 지분율로 최대주주다.
경영실적 부진에 뒷말 무성
그렇다면 왜 이 같은 뒷말이 제약업계에 나도는 것일까.
제약업계 한 관계자는 “영진약품에 대한 안타까움의 표현 아니겠냐”면서 “제약업계 특성도 모르는 KT&G가 충분한 준비도 없이 영진약품을 인수해 한때 제약업계 5위권의 잘나가던 회사를 25위권까지 떨어뜨린 형국”이라고 씁쓸해 했다.
영진약품이 부도에 몰려 외부의 도움이 필요했던 점은 인정하지만 충분히 옛 명성을 찾아 성장할 수 있었음에도 현재 사정이 나아지지 않았다는 것은 KT&G의 경영능력 부족 아니겠냐는 것이다.
실제 인수 이후 KT&G는 영진약품 경영진 일부를 제약업계 사정에 밝지 않은 KT&G 출신 인사로 채웠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때문에 조직 장악 능력이나 영업실적 부진은 어쩌면 필연적인 이유 아니겠냐는 시선이 모아진다.
영진약품은 2005년에 이어 2006년, 2007년 상반기까지 계속해서 적자폭을 키우고 있다. 각종 비전을 발표하며 기대를 모았던 2006년만 하더라도 매출액은 1천66억원으로 높아졌지만 영업이익 -91억원, 당기순이익 -1백60억으로 적자를 면치 못했다.
KT&G와 영진약품 양측은 이 같은 시선에 대해 “코엔자임Q10 원료공급계약 등에서 문제가 있었고, 주력 전략이 다른 업체들과 겹치면서 어려움을 겪었던 것일 뿐 경영능력 부족이 원인은 아니다”라고 반박했다.
이런 상황에서 지난 8월에는 ‘고해성사’ 성격으로 자진해 밝힌 분식회계 문제로 영진약품과 KT&G가 지분 100%를 가지고 있는 한국인삼공사(KGC)와의 ‘합병설’까지 업계에 나돌았다.
예컨대, 영진약품을 매각하자니 정상적인 궤도에 올려놓지 못한 상태에서 투자비용 회수가 어려울 수밖에 없고, 이런 맥락에서 봤을 때 건강식품을 취급하는 비슷한 성격의 KGC와 합병을 하는 것이 최선의 방법 아니냐는 게 ‘설’의 핵심 골자였다.
즉, 자발적으로 자신들의 치부를 드러낸 이유가 합병을 위한 정당성과 도덕성을 일정부분 부여하기 위한 사전정지작업 성격이라는 풀이인 셈. 하지만 KT&G와 영진약품 모두 “고려조차 하지 않은 사안”이라고 일축했다.
때문일까. 제약업계에선 합병이 아니라면 자금이라도 일부 회수하지 않을까라는 ‘자금회수설’이 조심스럽게 고개를 들었다. 급성장 가능성을 보고 영진약품 인수를 결정했지만 이런저런 전략을 구사해도 실적부진이 지속되는 것에 대한 일종의 보상심리가 작용할 수밖에 없다는 시나리오다. 지난 4월 영진약품이 KGC에게 토지 및 건물을 94억6천1백80만원에 매각한 것도 이런 맥락 아니겠냐는 의문을 보탰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토지와 건물을 매각한 것은 차입금 상환이 목적이었다”면서 “매각 대금을 형편없이 낮게 받았다면 일종의 자금회수 아니겠냐는 의문이 들 수도 있겠지만 정상적인 금액보다 오히려 잘 받은 것이라 의문이 들 이유가 없다”고 일축했다.
KT&G 관계자도 “영진약품으로부터 자금회수는 전혀 없었다”고 말했다.
유상증자로 재무구조 안정
아무튼 이런저런 이야기들이 흘러나오는 가장 큰 이유는 KT&G가 인수하고 급성장 가능성이 점쳐졌던 영진약품이 이후 3년이 넘도록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 점이 한 몫 한다. 어찌됐든 돌파구 마련이 시급해 보인다는 것이다.
그래서였을까. 영진약품은 지난 8월13일 4백억원 규모의 주주배정방식 유상증자를 전격 발표했다. 목적은 ‘고해성사’ 성격으로 밝혔던 것처럼 2004년부터 2006년까지 당좌자산 중 순매출채권을 2백31억원 과대계상하는 등의 회계오류를 메우기 위한 일종의 차입금 상환이다.
당연히 관심은 KT&G가 유상증자에 참여하느냐 여부에 쏠렸다. 제약업계의 이런저런 입방아를 불식시키기라도 하듯 KT&G는 같은 날 ‘영진약품 유상증자에 참여, 2백35억원을 출자한다’고 밝혔다. 배정만 참여하는 것이 아니고 실권주 참여 의사도 확고히 했다.
영진약품 관계자는 “업계에서 오랜 역사와 전통을 자랑하는 영진약품에 대한 우려에 걱정을 하는 것으로 이해한다”면서 “하지만 KT&G가 인수에 나섰을 당시에도 내부적으로 환영했을 정도로 적절한 투자였음은 분명하다. 유상증자를 통해 재무구조 개선이 이루어지고 공격적인 경영에 나서면 앞으로 이런저런 얘기들은 자연스럽게 잦아들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