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선 3수에 들어간 민주당 대선주자 이인제가 조순형 대세론 흔들기에 나섰다. 그가 내세운 키워드는 ‘李風’과 버스투어를 통한 특유의 ‘발품’으로 바닥표심 훑기. 호남 충청 강원에서 강한 이 후보는 풍부한 대선 경험과 당심을 바탕으로 조 후보를 막판에 뒤집겠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다. 하지만 민심을 등에 업고 있는 조순형 대세론을 뒤집기는 그리 쉽지 않다. 조순형 후보의 지지율(9월11일)은 31.4%다. 이는 이인제(15.8%) 김민석(9.3%) 장상(1.7%) 신국환(1.2%) 후보의 지지율을 모두 합쳐도(28.0%) 조 후보에게 미치지 못한다는 계산이 나온다. 게다가 민주당 부동의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미스터 쓴 소리’ 조 후보는 이미 유용태 전 노동부 장관을 총괄 선대본부장으로 하는 선대본부까지 띄우는 등 민심 굳히기에 들어갔다. 이와 함께 조 후보는 범여권 대선후보 조순형 단일화를 위한 안전장치까지 마련 중이다. 이인제 후보로서는 지지율에 포함되지 않은 나머지 부동표에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또한 이 후보의 뒤를 바싹 뒤쫓고 있는 김민석 후보도 변수다. 이에 따라 이 후보는 막판에 김민석 후보와 2약으로 불리는 장상, 신국현 후보를 끌어안는 초강수를 둘 수도 있다.

조 후보 쪽은 오히려 “국민과 당원의 선택은 이미 끝났다”며, ‘조순형 1강 불변’을 못박고 있다.
李, 선택은 이미 끝났다
대선후보 경선 레이스에 들어간 민주당은 지금 ‘1강 2중 2약’이다. 2강(조순형, 이인제) 3약(김민석, 신국환, 장 상)에서 갑자기 김민석 후보가 돌풍을 일으키며 2강이었던 이인제 후보를 바짝 추격해 2중으로 들어왔기 때문이다.
조순형 대세론이 이미 굳어졌다고 믿고 있는 조 후보는 ‘대세론 여론몰이’에 나섰다. 이에 비해 막판 뒤집기를 꿈꾸고 있는 이인제 후보와 ‘돌풍’의 주역 김민석 후보는 국민선거인단 모집에서 반드시 조 후보를 따라잡겠다며 초강수를 두고 있다.
이인제 후보 쪽은 선거인단 모집에서 확고한 우위를 점했기 때문에 순회경선이 실시되면 조순형 대세론은 물거품이 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 후보 쪽 이기훈 대변인은 “최근 마감한 제주, 인천 선거인단 모집 결과 제주에서는 6천4백명의 선거인단 중 3천명을 모집했고, 인천에선 1만8천9백명의 선거인단 가운데 7천명을 확보했다. 반면 조 후보는 수백 명 수준에 그쳤다”며 큰소리 친다.
김민석 후보 쪽도 “인천지역에서 수천 명의 선거인단을 모집했다. 대세론이 뒤집히고 인천경선부터 이변이 시작될 것”이라며 자신감을 내비쳤다.
하지만 조 후보 쪽의 생각은 다르다. 조 후보 쪽은 전국 시·도당 위원장 대부분이 조 후보를 지지하고 있다고 보고 있다. 때문에 조 후보의 약점으로 꼽히던 ‘조직력의 열세’를 시·도당 위원장들이 극복해 줄 것이라 굳게 믿고 있다.
오는 10월16일 대선후보를 뽑게 될 민주당 경선. 조순형 대세론 전선에는 아직까지 이상징후가 보이지 않고 있다. 게다가 조순형호 막판 뒤집기를 꿈꾸고 있는 이인제호는 김민석이라는 암초까지 만나 골머리를 썩고 있다.
호남 충청 강원에서 강한 자신감을 내비치고 있는 민주당 이인제 대선주자의 조순형 대세론 막판 뒤집기는 가능할까.
조순형 대세론 뒤엎는 ‘李風’
버스투어를 통한 ‘바닥 민심잡기’에 나선 이 후보는 속내에 어떤 비장의 카드를 숨기고 있을까. 그가 말하는 ‘李風’의 핵은 대체 무엇일까.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11일)에 따르면 조순형 후보는 31.4%로 지난주에 비해 7.8% 떨어졌고, 이인제 후보는 지난 주보다 3.1% 오른 15.8%를 기록했다. 1~2위 후보 사이의 격차가 26.5%에서 15.6%로 줄어든 것이다.
특히 조순형 후보는 특히 민주당 지지층에서 25% 가량 지지율이 빠져 가장 큰 폭으로 내려갔다.
과연 李風은 부는 것일까. 이인제 후보는 지난 11일 경북 김천과 울산을 잇따라 방문, “지금의 제왕적 대통령제가 권력을 중앙과 대통령 한 사람에게만 집중시켜 중앙과 지방의 불균형이 발생하고 경제악순환을 낳고 있다. 강력한 지방분권과 함께 외교안보는 대통령이, 그밖의 분야는 정당과 의회가 맡는 2원적 정부구조로 개혁하겠다”고 밝혔다.

이인제 후보의 이같은 말은 당내 지지율 1위를 달리고 있는 조순형 후보가 최근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에 따른 발빠른 행보를 의식한 것으로 보인다. 또한 민주당 대선후보 조순형 굳히기에 대한 일종의 견제 의식도 숨겨져 있다.
그래서일까. 이 후보는 지난 13일 불교방송에 나와 “민주당은 지금 정상적인 상태가 아니고 여러 가지 고통 속에 있다. 민주당이 존립의 위기 상황에서 현재 민주당원들은 ‘어떻게 하면 민주당이 고립되더라도 끝까지 생존할 수 있을 것인가’ 고민을 많이 한다”며, 조순형 대세론 흔들기에 안간힘을 쏟았다.
이 후보는 이날 범여권의 후보 단일화 문제에 대해 조순형 후보의 최근 발언을 의식한 듯 “민주당까지 포함해 범여권으로 표현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민주당은 한나라당보다 어려운 야당이니까 여권일 수 없다”며, 조순형 후보의 발언과 색다른 차별성을 두었다.
조순형 후보와의 차별화를 통해 ‘李風’을 시도하고 있는 이인제 후보. 과연 ‘李風’은 조순형 대세론을 날려버릴 정도로 거세게 불 수 있을 것인가. 대선 3수에 들어간 이인제 후보의 막판 뒤집기에 따른 비밀병기는 어쩌면 김민석 후보와 2약 후보 끌어안기인지도 모른다.
민주 대선주자 ‘기싸움’ 불꽃
민주당 내 돌풍을 일으키며 이인제와 함께 ‘2중’으로 솟아오른 김민석 후보는 이인제 후보를 앞지를 수 있을까. 만약 이인제 후보를 앞지른다면 가속도가 붙어 조순형 대세론까지 잡을 수도 있다. 하지만 안간힘을 다하는 신국현, 장 상 후보는 너무나 힘겹다. 지금 현재 나온 2.0, 1,2%대의 낮은 지지율로서는 가망이 없다. 따라서 두 후보는 경선 판세를 읽다가 경우에 따라선 1강 2중에서 가장 가능성이 있는 후보를 선택할 가능성도 짙다.
민주당이 지난 12일 CBS 라디오로 전국에 생중계된 대선주자 합동토론회를 시작으로 본격적인 경선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경선 신호탄을 쏘아올린 하늘에는 다섯 색깔의 불꽃이 저마다 독특한 빛깔을 내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영남패권에 안주해 있는 이명박 후보를 압도하겠다”며, ‘이명박 필패’의 적임자는 조순형 후보가 아니라 자신이라고 추켜세우고 있다
김민석 후보는 “대통령은 수비형이 아니다, 대표적인 공약이 뭐냐”며, 조순형 후보를 들볶고 있다. 김 후보는 또 이인제 후보의 2002년 경선에서 후보를 사퇴하고 민주당을 탈당한 과거를 들춰내며 이 후보를 바짝 긴장시키고 있다.
조순형 후보는 김민석 후보의 돌풍을 거세시키려는 듯 “386 정치인들이 도덕성이나 정치적 기본이 안 됐다”며, 김민석 후보의 뒤통수를 때리고 있다. 하지만 조 후보는 막판 뒤집기를 노리고 있는 이 후보로부터 2차 남북 정상회담 발표 때 시기와 장소 문제를 제기한 데 대한 심한 비판을 받고 있다.
이인제 후보도 조순형 후보 못지 않은 심한 비판을 신국환 후보로부터 받고 있다. 이는 이 후보가 지난해 북핵사태 때 ‘햇볕정책과 대북 퍼주기 때문’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의 정책을 비판한 것을 신 후보가 정면으로 걸고 넘어졌기 때문.
신국환 후보는 김민석 후보에게도 심한 말총을 쏘고 있다. 왜? 김민석 후보가 지난 2000년 서울시장 선거 때 이명박 후보에게 패한 전력이 있는데도 불구하고 “민주당 유일의 영남 후보인 자신만이 이명박 후보에 맞설 수 있다”고 못박고 있는 데 따른 불만이다.
장 상 후보는 자신이 민주당 유일의 여성 후보임을 내세우며 여성의 경제활동과 출산, 보육에 대한 정책을 펴고 있다. 장 후보는 “여자 대통령이 돼서 제가 체험한 바를 확실히 실천하겠다”며, 민주당이 범여권 대통합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굽히지 않고 있다.
민주당 경선을 둘러싼 5명 후보들의 날선 싸움은 오늘도 계속되고 있다. 하지만 정치권에서는 민주당 후보 5명이 내놓은 정책과 여러 가지 공약들이 대선후보로서는 다소 뒤떨어진다는 따가운 질책을 받고 있다.
“국가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리더십은 하루 아침에 이뤄지지 않는다. 24년 정치 역정을 거치며 쌓아온 경륜으로 국정 전반에 대해 이해를 하고 있다고 자부한다.”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라는 바둑판에 앉은 민주당 조순형 대선주자가 대통합민주당의 입장에서 보면 ‘펄쩍 뛰거나’ ‘실실 비웃을’ 희한한 수를 두고 있다. 마치 바둑판을 시작하기도 전에 상대편 더러 바둑알 몇 점 미리 깔아놓으라는 식이다.
범여권 단일후보 조순형?
민주당 대선주자 조순형 후보는 최근 “민주당을 중심으로 범여권 대선후보가 단일화 될 것”이며, 범여권 단일 대선후보는 자신뿐이라는 입장을 내비쳤다.
조 후보는 “한나라당과의 1대1 양당구도를 복원하려는 국민적 요구에 따라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필연적으로 제기될 것이며, 이 과정에서 민주당이 대통합민주신당 보다 명분상 우위에 있다”며, 대통합민주신당을 계속 압박하고 있다. 조 후보는 대통합민주신당은 ‘도로 열린우리당’이지만 민주당은 국정실패의 책임으로부터 자유롭다는 말로 자신의 논리를 합리화 시키고 있다. 조 후보는 자신으로의 후보 단일화에 따른 쐐기도 박고 있다. 한나라당과의 본선경쟁에서 이길 수 있고 국민다수의 지지를 받을 수 있는 후보는 당의 정통성을 대표하면서 청렴하고 국정경험이 풍부한 자신이 적임자라고 주장한다.
하지만 대통합민주신당에서는 별다른 반응이 나오지 않고 있다. 민주당과의 통합을 꿈꾸고 있는 신당으로서는 그럴 만도 하다. 괜히 나서서 조 후보의 찔러보기성 발언에 토를 달았다가 ‘지뢰’를 밟을 수도 있기 때문.
조 후보의 이 같은 신당 찔러보기는 두 가지 이유 때문인 것으로 여겨진다. 하나는 범여권 단일후보 제안을 통해 민주당 대선후보로서의 입지를 확실히 다지겠다는 것이다. 다른 하나는 친노와 비노로 나눠져 치열한 기싸움을 벌이고 있는 신당에 범여권 단일후보 제안을 선점함으로서 신당 대선후보가 확정되면 ‘범여권 단일후보’라는 고지에서 유리한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