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잇단 소송에 몸 상태 악화, 기초생활수급자 전락”
“잇단 소송에 몸 상태 악화, 기초생활수급자 전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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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화재해상보험 VS 40대 여성 진실공방 내막
우리나라 자동차 등록대수가 올해 초 1천6백만 대를 훌쩍 넘어섰다. 국민 3명당 1명꼴로 자동차를 보유하고 있는 셈이다. 이렇다보니 자동차보험 시장도 급성장을 거듭하고 있다. 자동차보험은 법의 강제 여부를 떠나 미래를 대비하는 가장 확실한 방법이다. 때문일까. 보험사와 가입자 간 분쟁도 날로 늘어가는 추세다. 보험사들의 인권을 무시한 ‘막가파식’ 조사 관행과 ‘걸고 보자’는 소장 남발 행태 등이 여러 차례 도마 위에 오른 바 있다. 보험사들은 ‘횡포라기보다 사기극 여부를 판단하기 위한 어쩔 수 없는 선택’이라고 항변한다. 하지만 상대적 약자인 피해자 개인들의 시선은 곱지 않다. 수 년째 삼성화재해상보험(주)와 법정공방을 벌이고 있는 손 아무개(여·44세)도 비슷한 사연으로 고통을 호소하고 있다. <시사신문>이 지난 9월12일 손 아무개를 직접 만나 그의 주장을 들어봤다.


▲ 교통사고 피해자 손 아무개는 가해차량 보험사의 삼성화재 해상보험의 부적절한 대처로 생계까지 풍비박산 났다고 주장했다.〈사진/맹철영 기자〉
2번 교통사고, 하지만 오히려 보험금 노린 사기범 몰려


“교통사고를 당하고 보험사의 횡포를 겪다보니 보험사에게 피해자는 사람도 아니라는 생각이 든다. 현재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한 상태인 나에게 삼성화재에서는 이 정도 몰아붙이면 알아서 나가 떨어질거라 생각하겠지만 천만의 말씀이다. 내가 가진 모든 것을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다.”

손 아무개에게는 대체 무슨 일이 벌어진 것일까. 그의 주장에 따르면 사연의 전말은 이렇다.


치료 제대로 못 받아 후유증


서울 동대문 시장에서 의류 도·소매업을 하던 손 아무개는 지난 2004년 12월3일 새벽, 장사를 마무리하고 경기도 일산 집으로 향하던 중 교통사고를 당했다. 자유로를 달려 일산 이산포IC 신호등에 멈춰 섰다가 뒤에 따라오던 싼타페 차량의 졸음운전으로 3중추돌 가운데 끼고 만 것이다. 당시 손 아무개가 타고 있던 마티즈 차량은 정비업체 수리비 ‘2백14만원’이 나올 만큼 대파했다.

이때까지만 해도 손 아무개는 이 사고가 자신의 인생을 끝없는 추락으로 이끌지 전혀 예상하지 못했다. 손 아무개는 “사고 당시 가해 차량 운전자가 ‘미안하다’는 사과를 했고, ‘삼성화재 종합보험에 가입되어 있으니 걱정하지 말라’고 해 문제가 있을 것으로 전혀 상상도 하지 못했다”고 말했다.

사고 당시 차량 파손은 둘째 치고 손 아무개는 추돌로 핸들에 얼굴을 부딪치며 안경이 부서질 정도의 심한 충격을 받았다. 또 목과 허리까지 참기 힘든 통증을 겪어야 했다. 외상으로 몸을 가누기조차 힘들었던 손 아무개는 그 길로 일산 A정형외과에 입원했다.

문제는 여기서부터 시작됐다. 병원 측이 ‘보험처리 환자의 경우 MRI 등과 같은 정밀검사는 보험사의 동의가 있어야 한다’는 이유로 초동치료에 소홀했다는 것. 단지 근육이완제 등을 투여하는 정도의 치료에 그쳤다는 게 손 아무개의 주장이다.

때문에 부랴부랴 가해 운전자가 가입한 삼성화재에 연락을 취했다고 한다. 그리고 당일 삼성화재 측에서 병원을 방문했다. 그런데 이상한 것은 안경이 부서지고 치료약물로 인해 정신이 몽롱한 상태인 손 아무개에게 삼성화재 직원은 의문의 서류를 내밀며 사인을 강요했다는 것이다.

손 아무개는 “삼성화재 직원이 업무상 필요한 서류이고, 보험금을 정확하게 받기 위해선 적어야 한다고 해서 사인을 했다”며 “당시 앞도 잘 보이지 않는 상태여서 삼성화재 직원 말만 믿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이 의문의 서류는 나중에 알고 보니 ‘사진(동영상) 촬영’이나 ‘의료·법률 전문가에게 소견서 교부 요구 및 자문을 요청하는 것에 대한 동의’ 등의 내용을 담은 ‘자동차 사고 관련 안내 및 확인서’였다.

손 아무개는 “외적으로 봐도 증상이 뚜렷했지만 삼성화재 측은 처음부터 나를 보험사기범 정도로 봤던 것”이라며 “몰래카메라를 찍겠다는 등의 내용이 포함된 것인 줄 까마득히 몰랐을 만큼 설명도 없었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목이 아파 병원 측에 ‘목 보호대를 끼워 달라’고 요구해도 ‘보험사 동의가 없다’는 이유로 묵살 당할 만큼 형식적인 치료만을 받던 손 아무개에게 삼성화재에선 서류를 받아간 이후 아무런 연락도 없었다고 한다. 심각한 허리통증을 호소하며 병원 측에 요구한 MRI 촬영도 ‘보험사의 동의를 먼저 받아 오라’며 거부당했다는 게 손 아무개의 주장이다.

하지만 삼성화재 측은 “바빠서 병원에 갈 수 없다”며 모습을 드러내지 않았다. 다만 삼성화재 직원이 병원 원무과에 와서 치료 기록을 몰래 파악한 것을 나중에 알게 됐다고 한다.

그러던 중 엎친데 덮친격으로 암투병 중이던 손 아무개의 부친이 12월15일 사망했다. 상주를 해야 할 입장이던 손 아무개는 ‘아무리 아파도 아버지 장례를 치뤄야 하지 않겠느냐’는 마음에 4일간의 외출을 병원에 신청했다. 하지만 이도 병원 측이 “보험사와 상의해야 나갈 수 있다”는 입장을 고수해 마찰을 빚을 수밖에 없었다. 그래도 아버지 장례는 치뤄야겠기에 손 아무개는 인근에 위치한 일산 B병원 장례식장으로 향했다.

그런데 그토록 바쁘다며 병원 방문을 미뤘던 삼성화재 직원의 모습을 장례식장에서 볼 수 있었다고 한다. 삼성화재 직원은 장례식장에 찾아와 “아프지도 않은데 왜 입원하냐”며 수시로 막말까지 했다는 게 손 아무개의 주장이다.

장례를 치르고 병원으로 돌아왔지만 삼성화재 측은 업무손실비 등에 대한 합의시도조차 전혀 하지 않았다. 그저 ‘아프지도 않는데 왜 입원을 오래 하냐’는 말만 되풀이했다는 것이다. 병원에서 적절한 치료도 받지 못하고, 보험사마저 무성의로 일관하면서 손 아무개의 몸은 점점 악화됐다고 한다.

하는 수 없이 손 아무개는 서울 C병원으로 옮겨왔다. 일산 A병원에서조차 ‘신경에 이상을 확인하라’며 C병원을 추천했다. 그리고 병원을 옮겨 목 MRI를 촬영한 결과 ‘신경이 눌렸다’는 소견을 받았다. 당시 손 아무개는 뇌진탕 증세를 보이고, 걸음도 제대로 걸을 수 없는 상태였다.

하지만 이곳에서도 몸은 나아질 기미를 보이지 않았다. 차도가 전혀 없어 2005년 1월 물리치료를 받기 위해 일산 D한방병원으로 또 옮겨야 했다. 손 아무개는 “사고 초기 보험사가 적극적으로 치료에 동의해주고 병원으로부터 적절한 치료를 받았다면 금방 나을 수 있었던 상태가 돌이킬 수 없이 악화됐다”고 말했다. 지금도 손 아무개는 허리와 무릎 등에 인공관절을 이식할 만큼 사고 후유증을 겪고 있는 상태라고 주장하고 있다.

이후 2005년 5월 우울증과 함께 허리디스크 판정을 받아 이후 수술까지 받았다. 이런 식으로 전전한 병원만 5곳이 넘는다. 손 아무개는 “사고 이전까지 하루 3~4천장의 의류를 직접 나를 만큼 건강에 문제도 없었고, 병원 한번 가지 않는 건강한 체질이었다”면서 “그런데도 삼성화재 측은 소위 가짜 환자 취급을 하며 오히려 보험사기범처럼 나를 몰아 세웠다”고 주장했다.


‘오히려 사기범 매도’ 분통


그러던 중 2005년 9월 삼성화재로부터 소장을 받게 됐다. ‘채무부존재 조정 신청’이었다. 삼성화재 측은 손 아무개의 증상에 대해 고대 구로병원 측으로부터 ‘6개월 이상 치료할 이유가 없다’는 자문을 받아 “10만원 이상의 보험금을 지급할 이유가 없다”면서 소송을 걸어온 것이다.

손 아무개는 앞이 캄캄했다. 몸 상태도 좋지 않은데다 1년 가까운 투병생활로 생업마저 풍비박산 난 마당에 보험사의 소장까지 받았으니 그럴 만도 했다. 이때부터 삼성화재와 손 아무개의 소송은 현재까지 이어지고 있다.

그런데 이상한 점 하나가 발견됐다. 삼성화재가 법정에 증거로 제시한 자료 중 일부다. 고대 구로병원 측으로부터 받았다는 ‘자문의뢰 회신서’가 이름만 손 아무개일 뿐 주민번호가 전혀 다른, 그것도 남성의 주민번호로 제출된 것이다.


▲ 삼성화재해상보험 측은 손 아무개의 주장에 대해 곤란하다는 입장이다.〈사진/맹철영 기자〉
“피해자 뒷전, 이해관계자 돈벌이 도구 이용되는 게 현실”

삼성화재 “보상 거부 아니고 합의금 등 과하다 조정 신청”


손 아무개는 “결과적으로 보험사가 채무부존재 조정 신청을 내기 위해 서류를 조작한 것”이라며 의혹을 제기하고 있다. 삼성화재는 손 아무개가 문제제기를 하자 자문의뢰 회신서의 2005년 6월13일 날짜는 그대로 둔 채 2007년 5월 손 아무개의 주민번호로만 서류를 변경해 다시 법정에 제출한 상태라고 한다.

아무튼 이렇게 소송을 이어가던 중 손 아무개에게 불행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2005년 11월에 다리에 마비가 왔고, 2006년 2월7일에는 또다시 교통사고를 당하고 만 것이다. 처음 사고와 비교해 상대적으로 경미한 사고이긴 했지만 몸 상태가 좋지 못했던 손 아무개는 사고의 충격으로 또다시 입원치료를 받아야 했다.

그러나 두 번째 사고 역시 가해 운전자 측의 보험사가 삼성화재였다. 이번에는 아예 삼성화재 직원의 모습조차 볼 수 없었다고 한다. 그로부터 얼마 지나지 않아 삼성화재는 손 아무개를 상대로 두 번째 소송을 걸어왔다. ‘경미한 사고라 입원치료를 받을 이유가 없고, 오히려 손 아무개가 사기극을 벌이니 구속시켜야 한다’는 주장을 해왔다는 게 그의 주장이다.

이렇게 삼성화재로부터 두 건의 소장을 받고 몸 상태까지 호전의 기미가 보이질 않으면서 현재 손 아무개는 일터를 잃고 이혼까지 한 상태다. 기초생활수급자로 전락해 정부 보조금으로 근근이 생활하고 있다.

손 아무개는 “피해자의 몸은 안중에도 없고, 오히려 보험금이나 타려는 사기범으로 몰아세우는 삼성화재에 대해 가진 걸 모두 걸고 끝까지 싸울 것”이라며 “교통사고 이후 삼성화재로부터 사람 같은 대우를 전혀 받지 못했을 만큼 막가파식 조사 관행과 일단 걸고 보자는 소송 남발 행태에 분통이 터진다”고 주장했다.

한편, 보험소비자협회(회장 김미숙)가 손 아무개의 사례를 분석한 결과, 손 아무개가 치료 등으로 삼성화재로부터 2년여 간 지급 받은 보험금은 8백9십여만원에 불과했다. 3년 가까운 시간 동안 자비를 들여 의료기관을 전전하며 사용한 각종 비용은 전혀 포함되지도 않았다.

그러나 손 아무개의 교통사고로 의료기관이나 변호사, 손해사정 등이 삼성화재로부터 지급 받은 보험금은 총 4천여만원에 달한다. 손 아무개의 2차례 교통사고 보험금 총 합계가 5천9백여만원이라는 점에서 고작 15%에 해당하는 보험금만이 손아무개에게 지급된 것이다.

보험소비자협회 관계자는 “피해자 생계는 보험사의 횡포에 무참히 망가지고, 결국 피해자는 보험사와 연관된 의료기관 등의 이해관계자들 돈벌이 도구로 이용되는 것이 현실”이라고 주장했다.



▶ 삼성화재해상보험 입장 ‘보상 안한다는 것 아니다’


삼성화재해상보험 측은 손 아무개의 주장에 대해 “조목조목 반박하기 곤란하다”는 입장이다. 주장 하나하나에 대해 일일이 대응하기 어렵다는 이유와 함께 법적 판단을 기다리는 상황에서 언론을 통해 공방을 이어가는 것이 적절치 못하다는 이유에서다.

14일 삼성화재 관계자는 “손씨에 대해 무조건 보험금 지급을 하지 않았다거나 보험금 지급을 일부러 미루는 것이 아니다”면서 “빠른 시간 내에 원만한 해결이 되길 바라고 있으며, 일부분 법적 판단을 맡긴 것은 많은 가입자들이 믿고 맡긴 보험금을 잘 운영하기 위한 정상적인 절차로 이해해 달라”고 말했다.

다만 손 아무개의 주장 중 ‘채무부존재 조정 신청’ 등은 맞지 않으며 “민사 조정이 바른 것”이라고 밝혔다. 즉, 보상을 해줄 의무가 없다는 소송을 제기한 것이 아닌 ‘보상을 하긴 하는데 합의금액 등이 과하니 법원이 판단해 달라’는 의미라는 설명이다.

한편 삼성화재 내부에선 이미 손 아무개가 잘 알려진 인물이라는 전언이다. 삼성화재 내부에 따르면 손 아무개가 여러 언론매체를 통해 주장을 계속해 왔다는 것이다.

그만큼 내부적으로 손 아무개와의 공방이 합의점 도출을 못한 채 오랜 기간 계속 이어지고 있다는 풀이가 가능해지는 대목이다. <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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