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신정아의 학력위조 의혹이 남녀간 애정문제로 맞물리자 호사가들을 비롯한 언론에서는 ‘제2의 린다 김’ 사건이라고 비유하고 있다. 뛰어난 화술과 외모, 연애편지 등으로 정권 실세의 마음을 사로잡았다는 점과 이것을 자신의 출세에 적극 활용할 정도로 비상한(?) 머리를 가졌다는 측면에서 두 여인의 공통점을 찾을 수 있다. 이밖에도 그들은 도피 행각이나 평소 돈 씀씀이 등 사소한 문제까지 닮은꼴로 거론돼 관심을 끌고 있다.
닮은꼴1 화려한 언변과 매너‘마당발’
린다 김과 신정아는 싹싹하고 상냥한 태도로 탁월한 인맥 관리를 자랑했다. 여기에 수려한 외모까지 더해 고위 관계자들에게 쉽게 신뢰감을 형성할 수 있었다. 린다 김을 몇 번 만났던 인사들은 하나같이 그에 대해 “출중한 외모와 유창한 영어실력의 소유자로 재능을 겸비한 재원”이라고 전하고 있다. 실제로 린다 김은 국내에서 가수로 활동하다 미국으로 건너가 로비스트가 된 인물이다. 세련된 외모에 재력가로도 알려져 상당한 인맥관리를 자랑했다는 게 당시 정계 인사들의 평이다.
신정아 역시 린다 김의 뛰어난 인맥관리 능력에 버금간다. 평소 고가의 미술작품을 구입하는 ‘명품 고객’들에게 값비싼 명품 스카프나 넥타이 등을 선물하며 고위층 인사들에 대한 관리를 소홀히 하지 않았다고 미술계 동료들은 말한다. 신정아 스스로도 미술관을 운영하고 있는 몇몇 재벌가 안방마님들과의 친분을 과시해 왔다는 사실이 알려지고 있다.
닮은꼴2 고위층 인사와 ‘낯 뜨거운 편지’
언론에서 린다 김과 신정아가 닮았다는 평은 두 여인 모두 고위층 인사와 ‘연서’에 가까운 편지를 주고받은 사실이 밝혀지면서 두드러졌다. 당시 린다 김과 이양호 전 국방부장관사이에서 주고받은 편지가 언론에 공개돼 화제가 됐다. 이 전 장관은 1996년 4월 ‘사랑하는 린다’라는 제목에 “당신을 사랑하다는 말이 모든 것을 감싸고 이해한다고 생각한다. 아무쪼록 순수하고 아름다운 마음을 잊지 않도록 노력하자”는 내용의 편지를 보냈다.
이에 린다 김은 “좀 더 솔직한 심정을 말씀드린다면 경솔했던 제 행동에 대한 부끄러운 감정, 신앙심으로부터 오는 죄의식, 정직한 감정의 표현이란 결코 부끄러운 것만은 아니라는 복잡한 모순에 싸여 조금은 산란함을 느낀다”고 답장했다.
현재 검찰은 압수수색결과 알려진 신정아와 변 전 장관의 연애 메일에 대해 함구하고 있다. 하지만 한 검찰 관계자는 “편지에는 노골적인 표현도 있고 7년 전 린다 김 사건의 ‘연서’ 보다 훨씬 강렬한 내용도 있다”고 말했다.
닮은꼴3 학력 부풀리기 ‘허위학력’

린다 김은 자신을 버클리대 박사 출신으로 소개했지만 사실이 아닌 것으로 알려졌다. 버클리대에서 경영학을 공부한 사실은 있지만 학위를 받지는 못했다.
신정아도 캔자스대 학사, 경영학석사, 예일대 박사 학위가 모두 거짓으로 판명된 가운데 대학중퇴(캔자스 대 3년 중퇴)와 고등학교 졸업장이 전부인 것으로 드러났다. 그의 학위 의혹은 미술계 동료 인사들 사이에서 지난 2000년부터 끊임없이 불거져 나왔던 것으로 알려지고 있다. 결국 올해 의혹이 점차 확산되면서 지난 7월초 사실이 밝혀졌고 오늘날과 같은 파문으로 이어지고 있는 것이다.
닮은꼴4 정·관계 인사들과‘썸씽?’
현재 가장 세간의 이목이 집중되고 있는 대목이다. 린다 김은 당시 이 전 장관뿐만 아니라 다른 정·관계 인사들과도 연서를 주고받으며 친밀한 관계를 유지했다. 린다 김은 황명수 전 국회 국방위원장, 정종택 전 환경부 장관, 금진호 당시 신한국당 의원, 최동규 전 동력자원부장관 등과도 수시로 편지와 전화로 연락한 것이 밝혀져 충격을 더했다.
하지만 신정아는 현재까지 변 전 실장과의 관계만 검찰 수사를 통해 밝혀졌다. 이런 상황에서 일각에서는 신정아가 다른 공직자나 정권 실세와의 ‘몸 로비’가 있을 것이라고 추정하고 있다. 이에 한나라당이 지난 11일 “변양균 전 청와대 정책실장과 신 씨의 개인적인 인간관계에서 기인한 것으로 이 사건을 몰아가는 것은 옳지 않다”며 “보다 높은 차원의 권력 실세가 아니면 신 씨가 그렇게 비상식적인 특혜를 받을 수 없다”고 말해 항간에 떠돌고 있는 ‘몸통-깃털론’에 힘이 실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