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악방송의 지존 ‘소인배적 컴플렉스’ 자인
음악방송의 지존 ‘소인배적 컴플렉스’ 자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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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영혁의 허위 학력 만천하에

지난 21년 동안 KBS 2FM 에서 ‘전영혁의 음악세계'의 진행자로 활약해온 방송인 전영혁이 입때껏 자신의 최종 학력을 속여왔다는 사실이 뒤늦게서야 밝혀졌다. 이 프로는 1986년 4월 첫 방송을 시작으로 '전영혁의 음악세계' 를 거쳐간 PD가 무려 47명이나 되는 국내 최장수 라디오 프로그램이다.

지난해 전영혁(54)은 방송 20주년을 맞아 기념 공연 축하를 받았을 정도로 골수 음악 마니아들로부터는 거의 종교적인 숭배를 받아온 지존급 DJ였다.

방송을 맡아 하면서 그동안 꾸준하게 전영혁은 세계 각국의 숨겨진 명반에 대한 유별난 집착과 사랑을 바탕으로 대곡과 명곡을 소개해 한국 대중음악의 고급화에 기여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유명 DJ 전영혁의 허위 학력 날조는 깊은 새벽의 음악방송이라는 특수성에 비쳐볼 때 신정아 전 동국대 교수나 연극인 윤석화의 사건과는 감성의 심급에서 차별화한다고 볼 수 있다. 음악 매니아들은 음악감상 시간을 ‘정신의 고양’이나 ‘영혼의 정화’ 차원에서 참여한다고 믿고 있기 때문이다.



전영혁은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졸업했다고 거짓말한 것이 결국 학력 날조자라는 오명을 쓰게 되었다. <노컷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전씨는 자신의 학력 위조를 결국은 마지못해 밝힌 셈이었다. 사실 확인 결과 전씨는 인덕대학 상업디자인학과 72학번, 1회 졸업생이다.

“지난해 초 학력을 물어보는 인터뷰에서 소인배적인 컴플렉스 때문에 홍익대 응용미술학과를 나왔다고 거짓말을 한 것이 발단이 됐다…거짓말을 한 것에 대해서 죄송하게 생각한다”

인터뷰 내용을 보면 이어서 전씨는 자신의 소시적 음악광적 열정을 전제하면서 공인으로서의 허위학력 날조 사건의 중대성을 희석화하려는 듯한 발언을 하였다.

“고교 시절부터 음악에 미쳐 살았다. 학업은 당연히 등한시할 수 밖에 없어 평소 원하던 학교에 진학하지 못했다”

음악에 미쳐 지낸 고등학교 시절에 대해서 말한 뒤, 전씨는 지난 20년 간 학력을 날조하게 된 그때의 사정을 해명하였다.

“이후 전문 음악 DJ로 활동하며 학력에 콤플렉스가 생겼고 내 영어 발음을 칭찬하는 사람들도 많아 그들에게 좋은 학교 출신이라고 말하고 싶기도 했다. 그런데 마침 인터뷰에서 이를 물어오자 과거 입학하고 싶었던 대학 이름을 댔다”

사실 이 사건의 직접적인 피해자는 음악 애청자와 방송국 관계자 뿐만이 아니다. 전씨 스스로 홍익대학교 응용미술과를 졸업했다고 거짓말함으로써 졸지에 상대적으로 하류 대학이라는 평판을 덤터기 쓴 인덕대학이다. 전씨는 그 이유야 어쨌든 자신이 졸업한 대학을 부끄럽게 여기고 그런 사실을 숨김으로써 인덕대학의 재학생과 졸업생, 그리고 대학 당국의 가치를 의도 여부와 상관없이 심각하게 폄하하는 결과를 낳은 셈이다.

물론 전씨가 자인한 ‘소인배적 콤플렉스’는 한국사회의 만연한 학벌지상주의에서 그 원인을 찾아볼 수 있다. 그러나 이번 전씨 학력위조 사건을 통해서 학벌지상주의에 편승해서 곧 바닥날 이득을 보려는 ‘소인배적 태도’ 역시 구조적 병폐의 원인 제공자였음이 똑똑하게 드러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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