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영길의 경제는 서민경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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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노당 권영길號 출항

▲ 권영길 후보가 결선투표까지 가는 치열한 접전 끝에 민주노동당의 대선후보로 선출됐다.
민주노동당 대선후보가 확정됐다. 권영길 후보다. 민노당 대선후보 결선투표에서 권 후보는 유효투표 3만6천2백31표 중 1만9천1백9표(52.74%)를 얻어 1만7천1백22표(47.26%)를 얻은 심상정 후보를 1천9백87표(5.48%포인트)차로 눌렀다. 권 후보는 후보 수락연설에서 “비정규직, 한·미 자유무역협정(FTA)이 없는 나라를 만들겠다”며 “사람 중심의 경제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의 절망의 경제를 뛰어넘어 진보적 정권교체를 이루겠다”고 강조했다. 그는 △부유세 신설 △무상교육·의료 △1가구 1주택 법제화 △국공립대 통폐합 등의 공약을 내걸고 민심잡기에 나섰다. 민노당에서 권 후보의 당선이 가지는 의미와 그가 앞으로 풀어야 할 숙제는 무엇일까.



대선삼수 당내 세대교체론, 인지도·조직으로 승부
대중성 높이고 한나라당 범여권 다툼 ‘틈새 공략’

권영길 후보가 민주노동당號 선장이 되어 대선의 바다를 항해하기 시작했다.

세 번째 도전 “역시 권영길”

지난 9일까지 실시된 민노당 권역별 경선투표 결과 권 후보는 1위를 차지했지만(47%) 과반수를 넘지 못했다. 결국 심상정 후보와의 결선투표를 치뤄야 했다. 민노당 당원들은 ‘대선에 3번째 도전하는 안정적 후보냐’, ‘진보진영 세대교체를 주도할 차세대후보냐’를 두고 고민했지만 결과는 권 후보의 승. 경험의 노련함이 신선함을 눌렀다.
당 내 세대교체론은 권 후보가 1997년, 2002년에 이어 세 번째 대권도전을 하면서 일기 시작했다. 하지만 새로운 인물에 대한 열망은 권 후보가 두 번의 대선출마 경험으로 쌓은 인지도와 조직을 넘지 못했다. 민주노총과 민노당을 만든 장본인이라는 상징성과 안정성도 무시 못 할 요소였다.
권 후보는 심상정 후보와 막판 접전까지 간 데 대해 “본선 경쟁력이 후보 선출의 기준이었다. 민노당이 원하는 변화와 혁신을 이뤄 낼 적임자가 누구겠느냐 하는 의미가 더 중요했던 것”이라며 승부수를 던졌다.
또 “1997년 출마로 민노당을 창당했고 2002년 출마로 민노당의 원내 진출을 이뤄냈다. 이번 출마는 진보적 정권교체를 내걸고 하는 첫 번째 도전”이라고 말하며 자칫 ‘또 권영길’이라며 식상해 할 수 있는 이들에게 ‘역시 권영길’이라는 점을 보여주겠다고 못박았다.

여야싸움에 ‘어부지리’

현재 권 후보에게, 그리고 민노당에게 가장 부족한 것은 국민의 지지율이다. 민노당은 2004년 총선에서 13%의 지지율로 10석의 국회의석을 차지했다. 이후 지지율은 하락세를 면치 못했다. 19일 현재 여론조사 전문기관 리얼미터의 여론조사에 따르면 민노당 지지율은 5.2%에 머물고 있다. 3년 만에 8%가량 지지율이 떨어진 것이다.
정치권은 민노당이 국민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음을 보여주는 것이라고 해석하고 있다. 민노당으로서는 잃어버린 민심을 되찾고 한나라당과 범여권의 대결양상으로 흐르고 있는 대선정국의 판도를 바꾸기 위한 한 수가 절실한 상황이다.
민노당은 승산이 있다고 말한다. 민노당 후보들은 이번 대선은 진보 대 보수의 구도가 구축될 것이라고 누누이 외쳐 왔다.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는 서민들의 경제를 살릴 수 없는 인물이고 범여권은 이미 몰락했다고 주장하고 있다.
권영길 후보도 “이명박의 경제는 부자의 경제, 권영길의 경제는 서민의 경제다”라며 대선정국을 이 후보와의 대결 구도로 잡았다. 그는 “이명박 후보가 지지율이 높은 이유는 서민이 죽을 지경이다 보니 막연히 기대하고 있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후보의 경제 살리기는 서민들의 빈 밥그릇마저 다 빼앗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권 후보는 “권영길의 경제는 노동자의 빈 밥그릇 서민의 빈 지갑 채우는 사람경제다. 밥그릇, 지갑마저 빼앗는 절망의 경제와 그것을 지키는 사람경제가 맞붙으면 누가 이기겠냐”고 반문한다. 또 “범여권은 심판 받았고 몰락했다”며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정치권은 “한나라당과 범여권 모두에서 대안을 찾지 못한 이들에게 권 후보가 희망을 보여 준다면 ‘틈새전략’은 가능하다”고 조언한다. 진보정당이라는 기대감을 충족시킬 수 있는 정책 마련과 이를 국민에게 설득시킬 수 있다면 ‘대안’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암초는 곳곳에

권 후보가 풀어야 할 과제도 산적해 있다. 권 후보는 ‘反기업’으로 못 박힌 민노당의 이미지를 탈피하고 노동자·농민 지지층을 넘어 대중적 지지를 얻기 위한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후보 당선 이후 그동안 친일 경력자, 독재자 및 그 부역자 등이 있다는 이유로 외면해왔던 현충원을 찾은 것이 그 첫걸음이다.
권 후보는 기업인들과의 만남을 통해 민노당의 이미지를 새롭게 하는데 주력하고 있다. 더불어 서민들과의 만남을 통해 민심 다지기에도 나서고 있다.
당내 조율문제도 남아있다. 권 후보는 후보수락연설에서 “권영길의 승리는 심상정과 노회찬의 승리로 진보적 정권교체를 위해 함께 걸어갈 것”이라며 “대선 당선을 위해 온 열정과 노력을 쏟겠다”고 다짐했다. 심 후보도 결선 투표 직후 “권 후보님, 심상정이 멋지게 어시스트하겠습니다”라며 깨끗한 승복의사를 밝혔다.
하지만 반수에 이를 정도로 몰렸던 심 후보의 표는 당내 세대교체론이 얼마나 거셌는지를 짐작케 한다. 권 후보는 후보 당선으로 이들을 아우를 수 있는 당 혁신안을 떠안게 된 것이다. 또 당의 새로운 인물들을 키워야 한다는 부담감까지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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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영길은 누구?

민주노동당 대선후보로 확정된 권영길 후보는 1941년생으로 경남고·서울대 농대를 졸업한 후 서울신문에 입사, 7년간 파리특파원을 지냈다. 1988년 전국언론노조 위원장으로 노동계에 뛰어들었다. 1996년 민주노총 초대 위원장에 선출됐으며 1997년 진보 단체가 결성한 ‘국민승리 21’의 후보로 처음 대권에 도전해 1.2%의 득표율을 기록했다. 2000년 민노당 창당을 주도했고 2002년 민노당 대선 주자로 다시 출마, 3.9%의 표를 얻었다. 2004년 17대 총선에서 민노당 최초의 지역구 의원(경남 창원)으로 당선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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