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고 동그란 눈에 온화한 미소가 아름다운 탤런트 김영란(51).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미모는 더욱 빛을 발하는 듯 하다. 그런 그녀가 지난 2006년 2월, 때아닌 재혼정보회사 (주)행복출발 CEO로 취임해 세간의 관심을 한 몸에 받았다. 그로부터 1년 하고도 절반의 시간이 지난 지금, 과연 그녀는 어떤 CEO로 성장해 있을까. 기자는 지난 9월17일 매력적인 탤런트에서 능력 있는 CEO로 변신한 김영란을 만나기 위해 서울 서초동에 위치한 (주)행복출발 본사를 향해 발걸음을 옮겼다.
“재혼의 모든 것을 가능하게 해주는 건 ‘용기’다. 재혼희망자 스스로 용기를 가지고 자신 있게 행동하라고 강조하고 싶다. ‘내 인생의 주인은 나’라는 생각이 두 번째 행복을 만들 수 있다.”
음료수를 권하며 김 사장이 기자에게 건넨 말이다. 김 사장의 확고한 말투와 빛나는 눈을 보며 기자는 (주)행복출발 CEO로서 김 사장의 진명목을 발견할 수 있었다. 온화한 미소 속에 넘치는 카리스마. 그게 바로 김 사장의 진짜 모습이었다.
탤런트에서 CEO로 변신

김 사장은 회사 방문 이후 재혼정보회사에 대한 영감을 받고 철저히 조사하기 시작했다. 현재 하루 수백쌍이 이혼하고 평균 연령이 80세를 바라보는 고령화 사회를 맞아 재혼정보회사는 꼭 필요한 사업이라는 판단에서였다. 1998년 설립이후 창업주 혼자 힘으로 키워온 ㈜행복출발의 탄탄한 자금력에도 믿음이 갔다는 설명이다.
김 사장은 “사실 남편과 함께 외식 사업을 벌인 적도 있지만 경험과 정확한 시장조사가 바탕이 되지 않아 실패를 경험했다. 쓰라린 실패를 통해 사업을 하기 위해서는 한층 더 철저한 준비가 필요하다는 걸 배웠고 그래서 ‘돌다리도 두드리는 심정’으로 신중에 신중을 기했다. 모든 준비가 됐다고 생각한 2006년 2월 정식 사장에 취임했다”고 말했다.
김 사장이 사업 성공 조건으로 가장 우선시 꼽는 것은 마케팅이다. 또 효과적인 마케팅을 위해서는 재혼정보회사에 대한 신뢰감을 형성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 고객과 기업 사이에서 연예인으로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진 자신의 이름은 (주)행복출발의 경영에 큰 도움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했고 예상은 적중했다. 실제 김 사장 취임 이후 기업의 매출과 인지도가 대폭 상승한 것이다.
초혼보다 더욱 신중하게
지난 일이기 때문에 지금은 편히 얘기할 수 있지만 김 사장은 실제 1980년대 이혼을 경험했다. 김 사장은 “당시 외롭고 힘들었던 게 사실이다”며 “하지만 지금의 남편을 만나 1남1녀를 두고 행복한 재혼가정을 꾸리고 있다. 이혼 후에도 얼마든지 행복한 가정을 꾸릴 수 있다는 믿음을 재혼희망자들에게 알려주고 싶었다”고 말했다.
이혼과 재혼에 대한 시선이 예전과는 달라진 게 사실이지만 아직도 보수적인 인식이 남아있다. 김 사장은 이런 사회적 시선보다 더 안타까운 점은 재혼희망자들이 마음의 문을 닫고 자신감을 잃어버린다는 점이라고 전했다. 이어 “재혼을 망설이는 분들에게 작게나마 희망을 주고 싶다. 누군가 옆에서 도움을 줄 수 있다면 재혼성공에 더 가까이 접근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런 생각을 몸소 실천하기 위해 (주)행복출발에 몸담고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멋진 재혼가정을 꾸리기 위해서는 어떤 자세가 필요한 것일까.
김 사장에 따르면 재혼은 초혼과는 다른 만큼 ‘다름’의 차이를 스스로 인정하는 것이 중요하다. 과거가 있는 가정과 가정의 결합인 만큼 재혼은 당사자뿐만 아니라 상처받은 자녀들의 의사도 반영돼야 한다는 것이다. 이어 김 사장은 “자녀들이 극구 반대를 할 경우에는 무리하게 결혼을 강행하지 않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사춘기 시절 부모의 재혼은 민감한 청소년들을 자극해 자칫하면 더 큰 가정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기 때문이다.
또 너무 외롭다고 해서 재혼할 상대방을 만나자마자 주변의 의견을 무시하고 신중하지 못한 결정을 내릴 경우, 제 3, 4의 이혼이 되풀이 되 수 있음을 알아야 한다고 경고했다.
대체로 재혼희망자들은 상대를 선택함에 있어서 초혼자들보다 신중함을 보인다. 김 사장은 “이혼이라는 경험이 재혼희망자를 조심스럽게 만드는 것 같다”며 “재혼배우자의 선택은 단지 ‘좋은 사람’을 만나기보다는 ‘나와 잘 맞는 사람’을 찾는 안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재혼에서 중요한 점은 조건과 성격의 조화에 있다는 것이다. 생활방식과 가치관 등을 살면서 서로 이해하고 맞출 수 있느냐, 없느냐가 재혼성공의 관건이다.
재혼희망자, “당당해져라”
김 사장은 재혼에 대한 시각을 바꾸려면 우선 재혼당사자들부터 당당하게 행동하라고 주문했다. 김 사장은 “결혼한 커플 5쌍 중 1쌍은 재혼부부다. 불과 십여 년 전만 해도 재혼을 쉬쉬 하던 일이 많았는데 지금은 자신의 인생을 찾으려는 적극적인 재혼희망자가 늘고 있다. 이런 현실에서 재혼당사자 스스로 이혼 사실을 감추고 자신감 없이 행동한다면 주변의 시선은 변하지 않는다. 본인 인생의 행복을 위해 노력한다는 모습을 보이고 그런 생각을 가진 사람들이 하나 둘 모인다면 지금 남아있는 부정적인 시각도 차츰 변하게 될 것이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김 사장은 행복출발의 사장으로서 재혼희망자에게 행복한 인생을 찾아주고 싶다는 뜻을 전했다. 취임 후 재혼에 대한 공부를 하면서 점점 이 일에 동화되어 가고, 환희를 느끼는 자신을 발견하곤 한다는 것이다. 그녀는 “이제 내가 맡은 역할은 가족처럼 생각하는 우리 회원들에게 최상의 만남을 열어주는 재혼전문가다. 전문가로서 재혼의 희망하는 사람들에게 희망을 심어줄 수 있는 가슴 따뜻한 경영인을 목표로 열정을 다하고 싶다”고 말했다.
또 “배우로서 좋은 작품을 만나 연기의 혼을 불태울 수 있는 연기자가 됐으면 한다. 연기 역시 인생처럼 알면 알수록 그 깊이가 끝이 없는 것 같다. 지금의 모습에서 안주하지 않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 연기자와 경영인으로서 부족함이 없는 사람으로 남았으면 한다”며 연기와 경영 두 마리 토끼를 다 잡고 싶어 하는 의욕을 내비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