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폭력 투쟁, 그 안의 '인간' 찾기
비폭력 투쟁, 그 안의 '인간' 찾기
  • 이문원
  • 승인 2004.09.14 09:1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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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프리 애쉬의 <간디 평전>
'간디'라는 이름은 그대로 '비폭력 투쟁'이라는 단어로 연결되며, '성자'의 이미지로 각인되어 더 이상 '논쟁'을 불러 일으키질 못한다. 그만큼 마하트마 간디는 지난 수십년 간 완벽하게 갈고 닦여져 조형된 극한적 선의의 인물상이며, 그 신화를 깨뜨리려는 노력은 언제나 센세이셔널리즘의 일종으로 치부되어 비판받곤 했다. 하지만 제프리 애쉬가 <간디 평전>을 통해 소개하고 있는 간디상은 우리 머리 속의 '각인'과는 사뭇 다르다. 그렇다고 해서 그가 말도 못할 저급한 인물이었다느니, 겉과 속이 달랐다느니 하는 비방성 센세이셔널리즘으로 치장했다는 이야기가 아니라, 인간으로서 지닐 수 있는 가장 근본적인 딜레마들을 그 역시 겪고 있었으며, 이 때문에 곤란하고 혼란스러웠던 경험들을 자세히 소개하여 비로서 간디라는 인물을 입체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끔 돕고 있는 것이다. 간디에 대해 거의 알려지지 않은 희귀자료들과 간디와 관련된 사실들을 절묘하게 조합해 '신화'로서의 간디와 '현실'에서의 간디를 잘게 나누어 재구성해내고 있으며, 특히 간디가 겪는 가족 간의 갈등 묘사와 금욕 선언 뒤에도 여전히 성욕을 이기지 못해 고통받는 모습 등을 상세하게 그려내고 있다. 위대한 인물은 태어나는 것이 아니며, 성인은 그 인물이 추구하는 바를 어떤 식으로 실천해 나갔는가로 만들어지는 것이다. 우리와 같은 딜레마를 겪고 있는 한 인물이 누구보다도 강한 의지로 '신화'가 되어가는 모습을 읽어내리는 과정은, 그 자체로 감동적인 휴먼 드라마임과 동시에, 우리의 가장 근원적인 사상적 배경의 약화에 대해 강한 경고를 내려주기도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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