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수생활 26년째, 지금 막 뜨기 시작했습니다!"
"가수생활 26년째, 지금 막 뜨기 시작했습니다!"
  • 이문원
  • 승인 2004.09.15 11:16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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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미트로트 '진짜 멋쟁이'로 인기몰이하는 '진국이', 그 신명나는 음악인생
'진국이'. 토속적인 향취가 그윽하게 묻어나는 이 이름을, 아마도 광주지역 사람들이라면 한번쯤 들어보았을 듯 싶다. 현재 KBS 광주방송 총국 해피FM에서 '빛고을 가요 차차차' 프로그램을 진행하고 있는 이가 바로 '진국이'다. 맛깔스런 진행과 분위기있는 목소리로, '마치 가수 남진과 허참을 합쳐 놓은 것 같은 진행자'라는 호평을 듣고 있는 '진국이'는, 히트곡 '진짜 멋쟁이'로 세미트로트 열풍에 가세한 실력파 트로트 가수이기도 하다. "방송진행이 제 인지도를 넓히는 데 엄청난 역할을 한 건 사실인 것 같습니다. 어찌됐건 미디어에 꾸준히 노출되는 게 인기전략이라는 얘긴 많이 들어왔지만, 반응이 이 정도일 줄은 몰랐죠. 덕택에 '진짜 멋쟁이'가 히트곡이 된 것도 기쁜 일이지만, 제 개인적으로도 방송진행이 언어구사능력 면에서 많은 도움을 주게 된 듯해 여러모로 의미가 깊은 것 같습니다." 이제 최신 트로트 히트곡 가수이자 역량있는 방송진행자라는 두 마리 토끼를 잡는 게 성공한, 그리고 남모르게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인 진국 연예인 '진국이'의 '진면목'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음악가족' 출신의 멀티-장르 음악인 '진국이' 비록 최근 들어서야 이름을 알리게 되었지만, '진국이'는 사실 도저히 '신인'이라고는 볼 수 없는 긴 경력의 베테랑 음악가이다. "문선대 시절까지 포함하면 가수경력 26년 째입니다. 어떻게 그 긴 세월을 무명으로 버텨낼 수 있었는지 저 자신이 가끔 신기합니다"라며, 회한에 젖은 미소를 짓는 '진국이'. 지금이야 '진짜 멋쟁이'가 SBS 트로트 집계순위에서 상위에 랭크되는 등, 인기의 쾌속가도를 걷는 그이지만, 그가 처음 음악을 시작할 때만 해도 상황은 지금과 같지 않았다. '진국이'는 본래 포크 가수로 음악인생을 시작했다. 트럼펫주자였던 아버님과 그처럼 가수생활을 하고 있는 누님, 가야금을 연주하는 사촌 등, 가족구성원 대부분이 음악의 길을 걷고 있는 '음악가족'의 일원이었기에, 그의 음악인생은 다른 이들에 비해 다소간 '자연스러웠던 것'이 사실이지만, 그렇다 해서 그가 평탄한 음악인생을 걸었던 것만은 아니다. 통기타 하나를 들고 솔로 포크 가수 생활을 하며 7, 8년간 조그만 무대를 떠돌았지만 이렇다 할 인지도도, 딱히 대성할 수 있는 기회도 잡지 못했던 것. 그러나 이 시절에 대해서도 '진국이'는 나름의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밤무대건 어디건 불러주는 곳이면 어디든 다녔습니다. 음악도 포크에서 발라드, 신민요까지 모두 섭렵했죠. 그러다보니 다룰 줄 아는 악기수도 늘고, 점차 악보와 음악을 이해하는 능력이 키워졌습니다. 많이들 하는 얘기지만, 어려울 때야말로 공부하기에 가장 적합한 시기인거죠." 실제로 '진국이'는 기타, 색소폰, 드럼, 오르간, 승무북, 장구에 이르기까지 이루 헤아릴 수 없을 정도로 다양한 악기를 다룰 수 있으며, 그것도 음악 장르를 이리저리 넘나드는 악기 연주가 가능하기에 '진국이'의 음악세계가 확장되는 데 이 '어렵던 시기'가 큰 역할을 했음은 미뤄 짐작할 수 있다. 그러나 이런 노력에도 불구하고 '서태지와 아이들'의 등장 이후 확연히 양분되어 버린 음악계에서 '포크 가수'가 설 수 있는 입지는 현격히 축소되고 말았다. 락과 힙합, 댄스로 대변되는 '신세대음악'과 트로트와 민요로 대표되는 '성인음악' 사이에 위치해야할 '포크 음악'의 수용층이 순식간에 사라져 버린 것. 결국 '진국이'도 급변해가는 음악계 현실에 좌절하고, 음악생활을 접기에 이르렀다. '포크 가수'에서 '트로트 가수'로, 가장 성공적인 변신 막상 '진국이'는 이 시절에 대해, "음악인생을 걷는 사람이라면 누구라도 이 정도 고생과 좌절은 다들 겪었을 것"이라며 담담한 모습을 보여줬지만, 작곡과에 진학하여 학업과 음악생활을 병행했을 정도로 음악에 열정을 쏟던 그가 음악을 포기하기란 무엇보다 고통스러웠을 것이 분명하다. 가수 생활을 접고 고향인 광주로 돌아온 '진국이'는, 이후 음악 쪽으로는 눈길도 돌리지 않으려는 듯 자신의 '본성'과는 거리가 먼 건설업에 뛰어들어 새 인생을 시작했다. 그러나 결국 그는 음악계로 돌아올 수 밖에 없었다. 본인은 "배운 게 도둑질"이라며 너스레를 떨었지만, 곧 "음악계로 돌아오길 참 잘했다. 나도 내가 이 정도로 음악을 사랑하고 있다는 사실을 그 때엔 미처 모르고 있었다"고 술회하고 있다. '진국이'는 제 2의 음악인생을 꽃피울 장르로 '트로트'를 골랐다. "아무래도 경제적인 요소가 많이 작용했다. 포크는 설 자리를 잃어가는 장르였지만, 트로트는 확실히 자기 자리를 잡은 장르였기 때문이다"라고 방향 전환에 대해 설명하며, '진국이'는 "어릴 때부터 많이 듣던 장르라 낯설지는 않았고, 세미트로트라는 장르가 새로 등장해 내 취향에도 잘 맞는 것 같았다"고 '어려웠을 것이 분명한' 장르 전환에 대해 비교적 차분하게 이야기했다. 그러나 이런 차분한 술회와 달리, 어찌보면 '트로트'야말로 '진국이'의 음악적 재능을 꽃피워줄 '결정타'였던 것이다. 진한 남성적 향취와 섬세한 디테일이 잘 녹아들어간 그의 보이스컬러는 '트로트'라는 장르 내에서 대폭발을 일으켰고, 한국 대중음악계의 '대부'로 꼽힐 법한 대선배 '남진'과 비슷한 용모, 비슷한 보이스컬러를 지닌 '진국이'는 삽시간에 세인들의 이목을 끌어내는데 성공했다. 그리고 '진국이'는 이런 쾌거로 인해 마침내 지난해, 음악생활 25년 만에 첫 음반을 취입하기에 이른다. '진국이'가 내세운 싱글커트곡은 김영철 작곡, 박정란 작사의 '진짜 멋쟁이'. 가벼우면서도 선명한 성량으로 불러워진 세미트로트곡 '진짜 멋쟁이'는 곧 중장년층에서부터 대학생층까지 연령대를 파괴하며 인기를 얻어냈고, 오랜 무대생활을 통해 익혀진 '진국이' 특유의 특이한 제스쳐와 멋진 율동, 그리고 앞서 언급한 '방송진행자 진출'로 인해 더더욱 화제를 모아 광주·호남지역에선 '왠만한 사람은 듣고 불러봤을 정도'의 히트곡으로 재탄생했다. "이제 중앙으로 가야죠. 이제 저도 방향을 잡고 궤도에 올랐으니 한번 '전국적인 스타'가 되어보는 것이 꿈입니다"라고 호기있게 포부를 밝히는 '진국이'. 오랜 '단련기'를 거친 그의 눈빛을 보고 있자니, 그가 바라는 '전국적인 스타'의 꿈도 그리 멀지 않은 일인 듯 싶다. 노래로 희망을 전달하는 삶, '진국'이 배어나오는 '진국이' 마침내 '잘나가는 가수'가 된 '진국이'는 사회봉사활동에도 열심인 연예인으로 잘 알려져 있다. '사랑실은 노래 봉사단' 회원으로 소외된 불우이웃과 장애인들에게 매월 2회씩 자비를 들여 '노래 선행'을 베풀고 있을뿐더러, 독자적으로도 독거노인을 위해 공연을 행하고 있다. 많은 연예인들이 '어렵던 시절'을 기억하며 선행을 베푸는 모습을 자주 목격하곤 하지만, '진국이'의 '노래 선행'은 어딘지 남다른 데가 있다. 바로, "음악은 사람에게 희망과 용기를 주는 가장 좋은 수단"이라는 것. 아무리 어렵고 힘든 일이 있다가도 흥겨운 노래를 들으면 자신도 모르게 어깨가 들썩거려지는 게 춤과 노래를 누구보다 사랑하는 우리네 민족정서이고, 결국 이런 '흥겨움'을 통해 '긍정적인 사고'를 하게끔 하는 게 '음악'의 진정한 매력이란 이야기다. 이렇듯, 오랜 음악생활을 통해 다져진 음악 철학으로 세상을 향해 두 팔을 벌리고 사는 '진국이'에게서, 우리 음악인의 '진국'을 맛본 듯한 기분이 들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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