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K그룹의 지주회사 전환은 올해 재계 최대 화제 중 하나로 기록될 만한 일이다. 재계 서열 3위의 대그룹이 ‘제3 창업’의 본격적인 서막을 올렸기 때문이다. SK그룹 창업 2세대 오너들 움직임 하나하나가 재계의 관심사일 수밖에 없다.
이런 맥락에서 SK그룹 지주회사 전환 이후 잰걸음을 옮기는 계열사가 유독 이목을 모은다. 주인공은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이다. 독립 경영체제를 구축하고 또하나의 소그룹을 형성한 탓이다. 그렇다면 SK케미칼은 제3 창업을 어떻게 진행하고 있을까. <시사신문>이 따라가 봤다.

강점인 연구개발 활동 통해 포괄적인 사업분야 구축
SK그룹이 지주회사 체제 전환을 통해 ‘제3 창업’의 신호탄을 쏘아 올렸다. 창업주인 고 최종건 회장의 ‘맨손 창업’에 동생인 고 최종현 회장의 ‘제2 도약’을 이어받은 창업 2세대 오너들의 본격적인 시험무대가 펼쳐진 셈이다.
SK 창업 2세대 오너들은 지주회사 전환 이전부터 각자 분야를 나눠왔다. 최종현 회장 직계의 최태원 SK 회장이 그룹 전반을 진두지휘하고 있고, 동생인 최재원 SKE&S 부회장이 힘을 보태는 형국이다. 그룹 주력사업인 통신과 에너지 부문이 이들 형제의 큰 그림 안에서 움직이고 있는 것이다.
여기에 최종건 회장 직계인 SK가 맏형 최신원 SKC 회장이 지주회사 틀 안에서 사촌 간 호흡을 맞춰가고 있다. 중장기적으로는 독립경영 체제를 구축할 것이라는 게 재계의 중론이다.
이런 가운데 최신원 회장 동생인 최창원 부회장이 이끄는 SK케미칼 만큼은 본격적인 독립 경영체제에 나섰다. 소재와 화학, 생명공학 부문을 중심으로 움직이는 최신원-최창원 형제의 경영행보에서 동생인 최창원 회장이 먼저 소그룹 형태를 구축한 것이다.
생명과학 기업으로 변신 중
최창원 부회장은 12개 자회사를 거느린 자산 3조5천억원 규모의 소그룹을 형성하고 제3 창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이미 지난 7월 최태원 회장이 SK케미칼 보유 지분 5.86%(1백21만4천2백69주)를 전량 매각하면서 SK그룹과의 지분 정리도 마무리된 상태다.
하지만 SK케미칼은 당분간 SK그룹과의 계열 분리는 하지 않고 브랜드와 기업문화를 공유하는 계열사로 남는다는 복안이다. 경영은 독립 체제를 구축하되, 선대부터 이어져온 SK의 적통성은 그대로 유지하겠다는 의미로 해석되는 대목이다.
그룹의 중심인 SK케미칼은 현재 최창원 부회장이 8.85%로 최대주주다. 특수관계인 3.61%와 자사주 11.41% 등을 포함하면 지배력도 공공이 다지고 있다. SK케미칼을 주축으로 SK건설, SK유화, SK사이텍, SK엔제이씨, SK유티스 등 12개 자회사로 구성된 사실상 ‘SK케미칼그룹’을 이루고 있는 셈이다.
SK케미칼의 시작은 1969년 7월1일 선경합섬(주) 설립부터다. 이후 1989년과 1990년 생명과학연구소, 석유화학연구소를 준공하면서 화학소재 전문기업과 생명과학 기업의 이미지를 모두 갖췄다. 2005년에는 SK제약을 합병하고, 유화사업 부문을 분할해 SK유화(주)를 설립하면서 본격적인 생명과학 기업으로 변신 중이다.
SK케미칼은 2006년 동신제약(주)을 흡수합병하면서 국내 9위의 생명과학 기업으로 도약한 상태다. 이미 2000년 섬유사업 분리를 마친 상태여서 정밀화학분야에서 바이오 생명과학분야에 이르는 광범위한 사업분야를 영위하게 된 것이다.
사업별 경영도 만족할만한 수준이다. 정밀화학사업은 세계 두 번째로 개발한 고기능성 PETG수지를 비롯한 폴리우레탄, 수처리 화학제품 등에서 지속적인 성과를 내고 있다. 최근에는 정보전자재료, 기능성화장품 등의 신규사업분야에도 진출했다.
생명과학사업은 SK그룹이 IMF 사태로 시련을 겪던 시절 신소재와 신약개발로 위기를 극복하는 초석이 됐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국내신약 1호 항암제 ‘선플라’, 국내시장 점유율 1위 관절염치료제 ‘트라스트’, 국내 천연물 신약 1호 ‘조인스’ 등이 지속적인 매출신장을 이뤘기 때문이다.
1999년 개발한 항암제 선플라는 위암치료에 탁월한 효과를 발휘하며 주목받았고, 2000년에 나온 관절염치료제 조인스는 매년 1백50억원 이상의 매출을 올리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여기에 트라스트는 지난 1996년 발매 이후 첫 해 매출 1백억원 돌파라는 대기록을 달성하고, 현재는 대한민국을 키우는 ‘50대브랜드’에 선정될 정도로 대표 브랜드로 자리 잡았다.
중국 등 세계화 전략 성공적
향후 SK케미칼은 강점 중 하나인 연구개발(R&D) 활동을 통해 기존 합성신약과 천연물 신약 분야에서 바이오 분야에 이르는 포괄적인 사업분야를 구축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생명과학연구소에서 1백50억원의 개발비를 투입해 완성한 발기부전 치료제 ‘엠빅스’로 발기부전 치료제 시장 경쟁에 뛰어든 상태다.
뿐만 아니다. SK케미칼은 국내를 넘어 이미 세계화 전략도 성공적으로 이끌고 있다. 전체 매출액에서 해외 수출이 차지하는 비중이 자그마치 70%에 달할 정도다. 이미 1999년 독일과 2003년 호주 식약청으로부터 오메드의 현지 GMP 인증을 받고 유럽 진출의 발판을 마련한 SK케미칼은 최근에는 중국시장 공략에도 비중을 높이고 있다.
SK케미칼에 따르면 중국시장의 선봉은 현지법인인 ‘SK파마 베이징’이 맡고 있다. 여기에 ‘SK북경 의약과기유한공사’가 가세하면서 매출 극대화에 나섰다. SK북경 의약과기유한공사는 국내 제약회사 최초로 중국에 설립된 마케팅 법인이다. 이를 통해 2009년까지 연간 5백억원 이상의 매출이 기대되고 있다.
인도네시아 시장에서도 생산기지를 확보한 SK케미칼은 성장의 한 축인 정밀화학 부문에서도 폴란드에 공장을 준공하고 유럽진출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SK케미칼은 유화, 수지사업의 안정적인 수익창출을 바탕으로 생명과학분야에 회사의 역량을 집중하며 국내 제약업계의 선두주자로 도약할 수 있는 확고한 기틀을 마련한다는 복안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SK그룹 전체에선 아직 소그룹에 불과하지만 기존 사업의 성장 속도와 적극적인 M&A(인수합병) 의지 등을 놓고 보면 대그룹 성장도 멀지 않았다”면서 “글로벌 공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는 SK건설 등 자회사들의 성장 속도가 무서울 정도”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