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애당초 신당이 내세운 국민경선이란 당심과 민심을 하나로 묶어 진정한 국민후보를 뽑겠다는 것이었다. 근데, 그동안 치른 경선결과를 보면 어이가 없다. 참여율이 너무 낮아 그야말로 ‘국민 없는 국민 경선’이 되고 말았다. 이대로 경선이 계속되면 신당 경선은 ‘민심’은 실종되고 ‘당심’만 남은 반쪽짜리 국민 경선이 될 수밖에 없다.
당 지도부가 ‘민심’을 앞세우고 있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주장한 ‘경선 중단’ 14일 ‘원샷 경선’을 받아들인 것도 이 때문이다. 이에 비해 제3신당 창당을 추진하고 있는 장외의 문국현 후보는 느긋하다. 경선잡음으로 파행을 치닫고 있는 신당이 자신에게는 득이 되고 있다는 계산에서다.
원샷 경선, 모바일 투표…죽은 민심 되살리나
신당 경선 중단에 따른 정동영 후보의 선택?
손학규 이해찬 후보 단일화 과연 누구에게로
제3신당 창당...느긋한 문국현 10%대 오를까
지금 신당에서는 ‘당심’을 앞세운 정동영 대세론을 잠재우기 위해 ‘민심’을 내세운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똘똘 뭉쳐 정후보의 안다리를 걸고 있다. 손, 이 두 후보는 지금 ‘경선 중단’ ‘원샷 경선’ 이라는 초강수를 두며, 민심 잡기에 안간힘을 다하고 있다. 과연 14일 원샷 경선과 모바일 투표에서 손, 이 후보의 ‘민심’이 되살아나 정 후보의 ‘당심’을 누를 수 있을까.
신당 살리는 ‘원샷’ 경선?
‘당심’으로 대세론을 탄탄하게 굳혀가던 정동영 후보의 발목을 순식간에 묶어버린 대통합민주신당의 ‘원샷’ 경선. 14일 열리는 ‘원샷’ 경선과 모바일 투표에선 정동영 후보의 ‘당심’이 눌릴 수 있을까.
신당의 원샷 경선은 6일(대전·충남·전북), 7일(경기·인천) 경선 일정을 미뤄, 남아있는 8개 시도 경선을 14일 하루에 치르자는 것이다. 이와 함께 개표 결과 또한 모바일 투표, 여론조사 결과와 더불어 15일 발표해 신당 대선후보를 확정짓겠다는 다급한 계산.
신당 지도부가 원샷 경선을 결정한 것은 손학규, 이해찬 후보 측이 정동영 후보 측 불법 동원선거 책임을 물으며 ‘경선 잠정중단’이라는 초강수에 대한 해결책이라 할 수 있다. 정 후보 측이 거세게 반발하는 것도 당 지도부가 손, 이 두 후보 측의 손을 들어줬기 때문.
“부정 무더기 대리접수 의혹을 철저히 조사하겠다. 향후 조직동원 등 불법 탈법 선거운동이 적발될 경우 사법당국 수사와 무관하게 당 차원에서 단호히 처벌할 것이다. 공개적인 경고와 처벌, 나아가 제명 및 후보자격 박탈까지 포함해 엄중한 책임을 물을 것”이라고 못박은 오충일 대표의 고민이 여기 있다.
사실, 오 대표는 원샷 경선 결정에 앞서 세 후보를 따로따로 만났다. 이는 ‘경선 중단’이란 초강수를 둔 손, 이 후보와 ‘경선 진행’이란 맞수를 둔 정 후보의 사이에 당 지도부가 끼어들어 조정하지 않으면 ‘민심’ 끌어안기는커녕 당마저 사분오열될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이에 따라 정세균, 장영달 의원은 “15일 후보 선출은 예정대로 돼야 한다”며 당 지도부가 중심을 잡아야 한다는 데 힘을 보탰다.
당 지도부의 이같은 입장에 대해 세 후보들의 반응은 민감했다. 손, 이 후보 측은 “그간 불법 부정선거에 대한 진상조사와 확실한 재발방지책이 필요하다”며, 원샷 경선에 선뜻 동의했다. 하지만 정 후보 측은 “경선 도중 일정을 일방적으로 바꾸는 것은 전례가 없는 일”이라며 펄쩍 뛰었다.
오 대표는 “당 지도부가 아름다운 경선을 마무리하기 위해 결단했다는 것을 이해하고 협력해줄 것으로 믿는다”며, 정 후보 측이 원샷 경선을 받아들일 것을 주문하고 있다.
정동영, 당직자 사퇴하라
신당 대세론의 승기를 잡았다고 믿고 있었던 정 후보 측의 반발은 거셌다. 정 후보 측은 ‘원샷 경선=수용 불가’ 입장을 못박으며, 당직자 사퇴까지 요구했다. 이는 ‘원샷 경선’을 하게 되면 ‘당심’ 보다 ‘민심’에 기대고 있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가 더 유리해지는 데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
정 후보를 지지하는 국회의원 33명이 “파행의 극치”, “정당민주주의의 파괴”란 극단적인 낱말까지 써가며 “당 국민경선위원회가 14일 ‘원샷 경선’을 공식화한 데 대해 강력 규탄한다”는 성명을 낸 것도 이 때문이다.
김현미 대변인도 “실명을 밝히진 않겠지만 국민경선을 여기까지 끌고 오면서 특정후보의 입장만 대변해 온 당직자가 있다. 특정 후보에 편향된 지도부가 내린 결정은 수용할 수 없다”며, 원샷 경선 반대에 힘을 실었다.
정 후보 측 선대위 회의에서도 원샷 경선에 따른 고성이 오가고 있다. 특정후보(손학규, 이해찬)의 입장만을 듣고 있는 당 지도부에 끌려 다니기만 해서야 되겠냐는 자성의 목소리이다. 하지만 원샷 경선을 무조건 반대만 하고 있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신당 경선에서 지금까지 1위를 달리고 있는 정 후보 측이 당 지도부의 결정을 따르지 않고 독자적으로 행동한다면 정 후보로서는 자칫하면 ‘당심’을 잃을 수 있는 것은 물론 나아가 ‘민심’의 희생양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은 “손 후보 측의 금품살포 의혹과 이 후보의 불법 무단서명을 통한 대리접수 의혹 등에 대한 중앙당의 조사를 정식으로 요구할 것이며 당이 응하지 않을 경우 검찰에 고발 조치하겠다”며 으름장을 놓고 있다.
하지만 정동영 후보는 원샷 경선 참여를 선언했다. 당 지도부가 정한 원샷 경선 참여포기는 신당 대선후보 경선 포기를 뜻함과 동시에 신당 대선후보를 손학규, 이해찬 후보에게 거저 내주는 것이나 다름 없기 때문이다.
손, 이 후보단일화 열쇠?

손, 이 두 후보 측은 서로 “절대 아니다”라고 고개를 흔들며 경선 완주를 외치고 있다. 하지만 1위만이 대선후보가 될 수 있는 정치 게임에서 손, 이 후보 단일화의 가능성이 전혀 없는 것만은 아니다.
다만 손, 이 후보 단일화가 추진된다면 누구에게로의 후보 단일화를 할 것인가가 최대 난제이다. 왜? 손, 이 후보는 애당초 정치적 고향이 다르기 때문에 두 후보 모두 자신에게로의 단일화를 주장할 것이기 뻔하기 때문이다.
하지만 원샷 경선 직전 전체적인 여론조사 등을 종합해 자신보다 앞선 후보 쪽으로 단일화 할 가능성도 있다. 이는 우선 한 발 물러선다 하더라도 자신과 단일화한 후보가 대선후보를 거머쥐게 되면 내년 총선 때 일정한 지분이 보장되기 때문이다.
손학규 후보 측 신학용 의원은 “막판 대역전이 가능한 상태에서 미리 단일화를 얘기하는 것은 패배를 자인하는 셈”이라고 못박고 있다.
이해찬 후보 측에서도 “두 후보의 단일화는 정동영 후보 측에서 흘리는 이간질 전략일 뿐 현재로선 전혀 검토되고 있지도, 할 가능성도 없다고 보면 된다”며 “당초 로드맵대로 경선일정을 진행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두 후보 측의 이 같은 강력한 부인에도 불구하고 정 후보 측에서 손, 이 후보 단일화 가능성을 자꾸 흘리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이는 ‘경선 잠정 중단’을 요구하는 과정에서 손, 이 후보가 정 후보에 맞서기 위해 전략적으로 ‘1차 공조’를 했기 때문이다.
정 후보 측 김현미 대변인이 “지금 이-손 야합이 진행 중이며 이-손 야합은 자신들이 패하는 경선판을 흔들고 경선 불복으로 가기 위한 수순”, “내가 이길 것 같으니까 경선에 참여하라 하고 지니까 경선을 보류하자고 하는 것은 있을 수 없는 일”이라며 손, 이 후보를 향한 경계의 눈초리를 거두지 않고 있는 것도 바로 이 ‘공조’의 두려움 때문이다.
문국현 지지율 8.1%
신당의 안방싸움과는 달리 장외에 있는 문국현 후보는 느긋한 입장이다. 게다가 10월에 접어들면서 그동안 3~5%대에 머물고 있었던 대선 예비후보 지지율이 8.1%까지 올라 스스로 범여권 대선후보를 자임하고 있다.
CBS와 여론조사 전문기관인 리얼미터가 10월 2일 실시한 여론조사에서 문 후보는 지지율 8.1%를 기록, 범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정동영(13.7%) 신당 후보에 이어 2위에 올랐다.
이번 조사에서 전체 대선후보 지지율 1위는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로 48.1%였으며, 손학규 후보가 5.8%, 이해찬 후보가 3.9%를 기록했다. 이인제 민주당 후보는 2.7%, 권영길 민주노동당 후보는 2.3%, 조순형 민주당 후보는 1.3%.
이에 대해 한 여론 전문가는 “신당에서 잡음이 일면서 상대적으로 깨끗한 이미지를 갖고 있는 문 후보에게 눈길이 쏠리는 현상이 있는 것 같다. 민주신당의 경선 파행은 문 후보에게는 호재”라고 못박고 있다. 이는 신당 내 잡음이 많으면 많을수록 문 후보가 상대적으로 더 유리한 고지를 차지할 수 있다는 것.
이에 대해 문 후보는 “민주신당의 경선 파행은 3.15 부정선거와 같다”며 “오는 10월 말이면 지지율 10%대로 진입할 것”이라고 내다보고 있다.
이번 조사에서 눈에 띄는 점은 노무현 대통령의 국정수행 지지도도 30.7%를 기록했다는 점이다. 지난 5월 이후 처음으로 30%대를 넘긴 노 대통령의 지지율. 노 대통령의 이번 지지율은 남북정상회담의 영향이 대선정국에도 큰 영향을 끼칠 것이란 것을 암시하고 있다.
장외의 문국현 후보. 누구보다 깨끗하고 청렴한 이미지를 갖고 있다는 그의 지지율의 한계는 어디까지일까. 과연 그는 범여권 대선후보를 거머쥘 수 있을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