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올해의 노벨문학상 수상자가 발표됐다. 1백번째 노벨문학상은 영국의 여성 소설가 도리스 레싱(88·Doris Lessing)에게로 돌아갔다. 이에 따라 3년 연속 노벨문학상 유력 후보로 거론된 고 은 시인은 내년을 기약하게 됐다.
스웨덴 한림원은 우리 시각으로 11일 오후 8시 올해 노벨문학상 수상자를 웹사이트를 통해 발표했다. 스웨덴 한림원은 레싱을 ‘분열된 문명을 비판적인 시각에 입각해 여성적인 경험으로 다룬 서사시인’이라고 평가했다. 한림원은 특히 레싱의 작품 중 1962년 발표된 ‘황금노트북’을 꼽으며 “20세기 남녀 관계를 진지하게 고찰한 몇 안 되는 획기적 작품”이라고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
레싱은 이번 수상으로 11번째 노벨문학상 여성 수상자로 이름을 올렸으며 1천만크로나(1백54만달러)의 상금을 받게 됐다.
레싱은 영국을 대표하는 소설가 중 한 사람으로 1919년 이란에서 영국인 부모 슬하에서 태어났다. 그리고 현재 짐바브웨로 편입된 아프리카 남부 지역 로데샤에서 어린 시절의 대부분을 보냈으며 13세에 초등학교를 졸업한 이후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는 1950년 ‘풀잎은 노래한다’로 등단했으며 폭넓은 경험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을 바탕으로 소설은 물론 시, 희곡 등에 걸쳐 광범위한 주제를 다뤄왔다. 그의 작품 중 ‘황금노트북’ ‘생존자의 회고록’ ‘다섯째아이’ 등은 한국에서도 출간됐다.
그의 수상으로 3년 연속 노벨문학상 수상자 물망에 올랐던 고 은 시인은 고배를 마시게 됐다. 고 은 시인의 한국적인 시 세계는 국내보다 해외에서 더 높은 평가를 받고 있다. 특히 2000년 이후 스웨덴에서 출간한 시집 5권이 높은 반응을 얻으면서 인지도가 크게 높아졌으며 지난해 11월 스웨덴 노벨문학상 수상자인 마틴스를 기려 제정된 시카다상의 세번째 수상자가 됐었다는 점이 수상에 대한 기대감을 높였었다.
하지만 수상자가 발표되자 문학계는 아쉬움을 감추지 못했다. 일각에서는 그동안 지속된 노벨 문학상 유럽 편중현상이 이번에도 이어졌다는 점을 지적하기도 했다. 장은수 민음사 대표는 “노벨 문학상의 유럽 중심주의는 그동안 계속 문제제기가 된 부분”이라며 “일본을 제외하곤 제3세계와 아시아 문학에 대해서 무관심해 왔다”고 아쉬움을 표했다.
하지만 대체적인 시각은 ‘희망이 생겼다’라는 긍정적 반응이다. 그동안 요원하게만 느껴졌던 노벨문학상에 고 은 시인이 3번이나 물망에 오르고 황석영, 박경리 등 걸출한 인물들로 내년을 기약해봄직 하다는 것이다.
대산문화재단 곽효환 사무국장은 “현재 한국문학이 해외에서 얻고 있는 반응들은 과거에 비해 대단히 높아진 것이 사실”이라며 “(선진국 문학과 비교할 때) 아직까지 부족한 점은 있지만 점점 좋아지고 있다. 너무 집착할 필요는 없다”고 말했다.
한편 지난해 수상자 발표 직전 ‘오늘은 나의 날이 아니다’는 메모를 남기고 잠적했었던 고 은 시인은 올해 발표가 다가오자 당분간 외부와의 전화통화 등 접촉을 끊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