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산하 4대 신용보증기관이 채무자 대신 돈을 물어준 금액이 20조원에 육박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 4대 신용보증기금은 최근 4년 반 동안 보증을 섰다가 채무가 부실화돼 금융기관에 대신 대위변제금을 지급한 것이다. 정부 예산을 출연 받아 운용되는 기금의 성격상 국민의 혈세로 적자분을 메워줘야 한다는 점에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4대 신용보증기관의 재정 상태를 진단해봤다.

대위변제액 20조원 비해 보증료 수입 2.7조원 7배 차이
4대 신용보증기금은 정부가 담보 능력이 부족한 개인이나 기업의 채무를 보증해 주기 위해 신용보증기금법에 의해 설립된 특수 법인체다. 금융기관에 의한 대출 능력이 되지 않는 개인·기업에 한해서 보증을 서주고 채무가 부실 될 시 금융기관에 대신 변제 금액을 지불한다.
4대 신용보증기금은 기업이 필요한 자금을 직접 대출하지 않고, 보증만 하기 때문에 투입재원에 비해 훨씬 많은 금융지원이 가능하다는 특징이 있다. 따라서 일반은행에서 대출이 어려운 중소기업이나 서민들에게 힘이 되어준다는 취지에서 운영되고 있다.
보증수입의 7배 배상
그렇다면 4대 신용보증기금의 기금 운용 실태는 어떨까. 지난 10월5일 윤건영 한나라당 의원이 신용보증기금, 기술신용보증기금,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 등 4대 신용보증기금을 분석한 결과 지난 2003년부터 올 상반기까지 4대 신용보증기금 대위변제금액이 19조9천9백44억원에 달했고 누적손실은 11조6천1백21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나타났다.
윤 의원이 공개한 4대 신용보증기관 기금 행태 분석결과, 4대 신용보증기금이 지난 4년 반 동안 보증을 섰다가 채무가 부실화돼 채무자 대신 금융기관에 물어준 금액은 19조9천9백44억원이었다. 반면이들 기금이 같은 기간 보증을 서 주는 대가로 받은 보증료 수입은 2조6천8백57억원에 그쳐 보증료 수입의 7배 이상을 대신 물어줬다. 정부의 4대 신용보증기관 기금 운용에 대한 우려가 높아지는 대목이다.
또한 지난 4년 반 동안 채무자에게 받아야 할 구상채권의 회수금액도 5조4천6백70억원에 불과했다. 때문에 4대 신용보증기금은 매년 적자를 기록해 누적적자 규모가 지난 2002년 말 13조3천2백97억원에서 2007년 상반기에는 24조9천7백18억원으로 4년 반 만에 87.2% 급증했다. 더욱이 이들 기금이 같은 기간 정부로부터 받은 출연금이 6조8천1백15억원이다.
윤 의원은 “이들 4대 신용보증기금의 동 기간동안 대위변제금액은 20조원인데 반해, 보증료 수입은 2조7천억원, 구상채권회수금액은 5조5천억원에 불과하고, 정부출연금이 오히려 6조8천억원에 이른 것을 보면 4대 신용보증기금이 자구노력대신 정부의 지원에 의존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말했다.
2008년 정상화 ‘글쎄’
이 같은 분석 결과에 대해 대위변제 규모가 늘어난데 대한 근본적인 책임은 부실을 자초한 개인이나 기업에 있기 때문에 기금 운용 상태를 탓할 수만은 없다는 지적도 나온다. 지난해 신용보증기금처럼 흑자를 낸 경우도 있기 때문이다.
신용보증기금 측은 “지난해 2천5백56억원의 흑자를 냈고 ‘개성공단 특례’ 보증사업도 우리의 자금만으로도 충분히 가능하다”고 말했다.
하지만 농림수산업자에게 보증해주는 농림수산업자신용보증기금의 경우 근 4년간 3조6천7백85억원의 채무를 대신 갚아줘 누적 적자액이 3조4천44억원으로 지난 2002년에 비해 7배 가량 늘었다. 게다가 지난 2003년에서 2005년 사이 신용불량자가 된 채무자에 대해 보증을 연장해준 사실이 감사원에 적발되기도 했다.

또한 대위변제액과 보증사고율이 급증하는 이유가 신용보증 남발 때문이라는 지적에 대해 기술신용보증기금 측은 “보증 지원을 해 주는 중소기업 자체가 은행권에서 대출이 안되는 곳이 대부분이기 때문에 손실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업무의 특성상 일정부분의 손실을 감행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신용보증 절차의 투명성을 높여 보증기관의 책임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신용보증시스템을 개선할 필요가 있다는 주장도 만만찮은 상황이다.
한편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경우 정부가 지난 1.31 부동산 대책에 따라 임차자금 보증 대상과 한도를 대폭 확대하겠다고 밝혔다. 하지만 주택금융신용보증기금의 내부 보고서에 따르면 1.31 부동산 대책이 시행되면 연간 1백54억원에서 1백81억원 규모의 손실이 발생한다고 되어 있다.
윤 의원은 “4대 신용보증기금이 중소기업과 서민들의 든든한 버팀목이 돼 국민경제의 발전에 기여하겠다는 목적을 계속 달성하기 위해서는 통일된 기금의 운용 및 회계처리 기준을 조속히 재정비하고, 보다 엄정한 관리 체계를 구축할 필요가 있다”고 주장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