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이러한 설들은 모두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정치인 노무현’으로 변신해 측근들을 주축으로 신당을 만들고 정치활동을 이어간다는 내용을 품고 있다. 이중 ‘퇴임관리설’의 경우 남북정상회담의 성과로 순조롭게 진행되고 있다. ‘제2의 동교동’은 그의 고향인 봉하마을에 만들어 지고 있는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노 대통령이 측근 인사들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해 달라는 부탁을 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노무현신당’이 실체를 드러내는 것 아니냐는 의혹의 눈초리도 여전하다. 불안한 범여권의 앞날에 대비한 노 대통령의 정치 재개설. 그 실체를 추적한다.
노무현 대통령이 누누이 대통령직에서 물러난 이후에도 왕성한 정치활동을 할 것이라는 뜻을 전해온 만큼 ‘퇴임관리설’이나 ‘총선출마설’ 등 퇴임 이후 정치활동을 점치는 설들이 정치권을 떠돌고 있다.
盧 여의도 복귀 준비 ‘치밀’
노 대통령을 둘러싼 여러 설들은 구체적으로 이를 뒷받침할 자료를 얻지 못하면서 유야무야됐다. 하지만 노 대통령이 임기를 4개월여 앞두면서 ‘퇴임관리는 끝났다. 이제 신당으로 재도약을 노릴 차례’라는 관측이 나오면서 이에 따른 여러 설이 쏟아지고 있다.
이러한 관측들은 남북정상회담의 ‘훈풍’에서 시작됐다. 이미 회담의 시작부터 노 대통령 ‘퇴임용’으로 거론된 만큼 그 여파는 ‘대통령 노무현’에서 ‘정치인 노무현’으로 이끌 발판이 될 수 있다는 분석에서다. 또한 남북정상회담 자체가 이미 오래전부터 노 대통령과 그의 측근들에 의해 만들어진 것이라는 견해도 노 대통령의 여의도 복귀론에 힘을 싣는다.
일부 언론들은 남북정상회담이 성사되기 전부터 노 대통령의 사전작업에 귀를 기울여왔다. 남북정상회담은 지난해 말 당시 노 대통령의 ‘동업자’로 알려진 안희정씨가 북측 인사와 베이징에서 연쇄 접촉을 가지며 처음 언급됐다. 노 대통령측과 북측의 물밑교류로 정상회담을 꽃피운 것이라는 것이다.
이후 남북정상회담이 틀을 갖추자 안씨는 노사모 결집에 나섰다. 여택수 전 청와대 행정관과 함께 시들해졌던 노사모에 활기를 불어넣고 참여정부평가포럼도 발족시켰다.
지난 4월 발족식을 가진 참평포럼에는 이병완 전 청와대 비서실장, 김병준 대통령자문 정책기획위원회 위원장, 이백만 대통령 홍보특보, 정찬용 전 청와대 인사수석, 조기숙 전 홍보수석, 서주석 전 외교안보수석, 이종석 전 통일부 장관, 윤광웅 전 국방부 장관, 김두관 전 행자부 장관, 이창동 전 문화부 장관, 지은희 전 여성부 장관, 김만수 전 청와대 대변인, 안희정씨, 이기명씨, 명계남·노혜경 전 노사모 대표 등 참여정부에서 핵심적인 역할을 했던 인사들이 함께했다.
노 대통령은 “민주주의의 미래는 노사모에 있으며, 노사모 하지 않은 사람까지 포함해서 참평포럼에 민주주의 미래가 있다”고 말해 참평포럼이 총선용 조직, ‘노무현 신당’의 사전 단계라는 관측을 낳았다. 실제 참평포럼은 서울 경기 등 전국 15개 시도에 지역포럼을 둔 준정당 조직으로 4월 총선을 계기로 정당으로 변신할 수 있는 조건을 갖췄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측근들 총선 전면으로
참평포럼으로 ‘열린우리당’을 대신할 노 대통령 ‘제2의 신당’의 전신을 만들었다면 이곳을 주축으로 움직일 노 대통령의 여의도 사단은 총선을 겨냥하고 있다는 것이 정치권의 전언이다.
노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시킬 측근을 포섭 중이라는 것은 이미 공공연히 알려진 비밀. 이는 김성호 전 법무부 장관에게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달라고 요청한 것으로 알려지며 측근 포섭 움직임이 감지되기 시작됐다.
노 대통령은 청와대에서 사의를 표명한 김 전 장관에게 “(내년 총선에 출마해) 도와 달라”고 했다. 김 전 장관이 “저는 정치를 하지 않는다”고 거절하자 노 대통령은 “내년 2월쯤엔 생각이 바뀔 수도 있는 것 아니냐”며 거듭 총선 출마를 권유했다는 것.
이 소식이 전해지자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지난 7월말 사의를 표명했던 김성호 전 법무장관에게 내년 4월 총선에 출마해 달라고 권유했다고 한다. 그뿐 아니라 노 대통령이 언제부턴가 장관 인사 때마다 18대 총선 출마 의사를 타진했고, 심지어 고검장 승진을 전제로 총선 출마를 제안했으나 거절당했다는 소문도 있다고 한다”고 주장했다.
지난해 정치권 일각에서는 영남 출신 한 검사장이 고검장(장관급) 승진에 실패했을 때 법조계에서는 노 대통령이 고검장 승진의 전제로 내년 4월 총선 출마를 제안했으나 이 검사장이 거절했다는 소문이 나돌았다.
아프간 사태 해결 후 총선출마설이 나온 김만복 국가정보원장에게도 시선이 모아졌다. 김 원장이 고향인 부산 기장군 주민들을 초청해 국정원을 구경시키고 지역 행사에 축하 화환을 보내는 등 사전선거운동으로 오해를 받을 만한 행동을 해 왔다는 점도 이 같은 관측을 뒷받침했다.
이 밖에 참여정부 출범 이후 청와대와 정부 산하기관 등 요직에 있었던 이른바 ‘친노직계’들이 국정 경험과 인지도를 바탕으로 대거 총선 출마를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지며 ‘여의도 사단’의 실체를 가늠케 했다.
최근 권력형 비리 의혹에 휘말린 정윤재 전 대통령 의전비서관은 사상에서 출마를 준비했으며 이정호 전 청와대 시민사회수석은 부산진구갑을 근거지로 삼았다. 최인호 전 청와대 부대변인은 해운대·기장갑에서, 전재수 전 청와대 제2부속실장은 북·강서구갑에서 출마를 준비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차성수 시민사회수석, 전해철 민정수석, 윤승용 홍보수석, 김충환 업무혁신비서관 등도 총선 출마가 거론되고 있으며 총선 준비를 위해 사퇴설이 돌던 전해철 민정수석과 박남춘 인사수석의 경우 당분간 청와대에 잔류한다.
나 대변인은 “노 대통령이 참평포럼 등을 통해 ‘노무현당’을 만들고 내년 총선에 참여해 정치적 영향력을 계속 갖겠다는 의지를 드러내고 있는 것”이라면서 “참여정부 5년의 국정실패도 부족해 퇴임 후에까지 현실 정치를 하겠다는 것은 무책임의 극치이자 후안무치한 발상”이라고 비판했다.
노 대통령 직접 출마?
총선에 출마할 이들을 포섭하고 측근들을 총선에 내 보낸다는 이야기와 함께 정치권 일각에서는 노 대통령이 내년 4월 총선에 직접 나설 것으로 보는 견해도 제기됐다. 대통합민주신당 민병두 의원과 정대철 전 열린우리당 고문은 6월 “노 대통령이 직접 출마할 것”이란 관측을 내놨다.
하지만 청와대는 선거 60일 전 공직에서 사퇴하도록 한 선거법 규정상 노 대통령이 총선에 출마하기 위해서는 임기 전 대통령직 사퇴를 전제로 해야 한다는 점을 들어 “0.1% 가능성도 없는 소설”이라고 이를 부인했다.
정치권도 노 대통령의 직접 출마는 어렵다는 쪽으로 가닥을 잡고 있다. 노 대통령의 출마 권유는 내년 4월 총선 때도 노 대통령의 정치활동이 계속될 것임을 시사하는 것이지만 노 대통령이 대통령직을 사퇴하면서까지 총선에 나서지는 않을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오히려 남북정상회담으로 얻은 높은 지지도와 참평포럼이라는 조직, 총선에 출마한 측근들과 함께 ‘노무현신당’을 창당하고 당 총재를 맡을 것이라는 분석이 제기되고 있다. 범여권 관계자는 “신당을 만들고 정치적으로 영향을 미칠 수 있는 총재의 역할을 맡을 것으로 보고 있다”며 노 대통령의 행보를 점쳤다.
또한 신당이 만들어 질 경우 대통합민주신당 일부의 참여도 거론되고 있다. 친노 후보인 이해찬 후보가 범여권 단일후보로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의 승부에 나서지 못할 경우 이 후보 캠프의 흡수가 유력하다는 것.
특히 신당 경선을 중도 사퇴하고 이해찬 후보의 공동선대위원장을 맡은 유시민 의원의 경우 “(내년 총선에서) 경주나 대구 수성을 지역구를 놓고 고민 중”이라며 대구·경북(TK) 출마 의지와 5년 후 대선 재도전의 뜻을 밝힌 바 있다.
제2의 동교동 ‘봉하마을’
노 대통령의 모든 정치적 움직임의 토대가 될 곳도 윤곽을 드러내고 있다. 고향 봉하마을이 그곳이다. 노 대통령이 퇴임 후 살 집과 경호시설 공사가 한창인 이곳에 100여 평에 가까운 빌라가 지어지고 있다는 것.
청와대 천호선 대변인은 “대통령이 고향과 연고가 있는 주변 분들에게 ‘함께 살면서 살기 좋은 농촌 만들기 활동을 해보자’고 권유해왔고 앞으로도 권유할 계획을 가지고 있다”고 말했다. 따라서 정치권은 이곳을 동교동이나 서교동처럼 정치적 계파가 싹틔울 곳으로 보고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