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9월 9일 충남도 공주의 계룡산에서 열성 지지자들과 만나 정치활동 재개를 선언한 김혁규 전 지사가 이번 달 14일(일) 만여 명의 지지자들과 함께 광주 어등산에 올랐다. 어등산은 왕 세조가 올랐다는 뜻으로 광주 광산구에 위치한 칠봉산(七峰山)의 다른 이름이다.
“국민은 시대정신에 맞는 상품을 원하고 있다.”
이날 오전 11시 경 ‘영호남화합등반대회’ 참석차 광주공항 로비에 들어선 김혁규 전 지사는 기다리고 있던 노영복 전 조선대 총장과 영호남화합추진위원 등 환영인사 30여 명과 악수를 나눈 뒤 2층 VIP 룸으로 옮겨 간단한 차 모임을 가졌다.
그 자리에서 김혁규 전 지사는 “묵묵히 기다리고 있는 지지자들에게 항상 고맙고 행복하게 생각한다,”고 감회를 피력했다. 김 전 지사는 이어 “지금 국민은 시대정신에 맞는 상품을 원하고 있다”고 말한 뒤 “저는 수년 간의 도지사 시절 영호남의 정치 교류와 지방 공무원 교류에 힘을 써왔는데 선거 때만 되면 다시 지역구도가 부활하는 것을 목격해왔습니다. 이번 정동영 후보와 이명박 후보가 대결 구도로 가면 지역감정의 골이 더 깊어질 것"이라는 우려의 뜻을 표명했다.
10여 분만에 '해피 코리아' 장사진을 이룬 등산로 입구
이날 제88회 ‘광주광역시 전국체육대회’ 마라톤 경기의 교통 통제 때문에 예정시간보다 늦게 어등산 입구인 광주여자대학교에 도착한 김 전 지사는 MBC, YTN 등에서 취재 나온 20여 명의 기자들에게 “오늘 많이들 오셨네요”라며 일일이 악수를 나누었다.
김 전 지사는 본격적인 산행에 오르기 전 기자들의 요청으로 영호남 산악인들과 사진을 찍으며 ‘해피코리아!’를 외쳤다. 이와 함께 김 전지사는 속속 도착하기 시작한 수천 명의 지지자와 산악동호회원들과 격의 없이 농담을 나누거나 힘차게 손을 맞잡았다. 반시간 남짓 한 자리에 선 채 밀려오는 지지자들과 일일이 웃으며 인사를 나눈 김혁규 전 지사는 천천히 산행에 나섰다.
김 전 지사는 산행 중 가파른 등산로의 둥근 나무 계단이 좋다고 하는 등 일상적인 화제를 주고 받으면서도 늦어진 일정을 의식했는지 오르는 발걸음은 빠른 편이었다.
12시 50분께 팔각정에 도착한 김 전 지사는 고재유 전 광주시장과 여러 측근, 기자 등과 빙 둘러 앉아 영호남 산악인들이 준비해온 김밥과 도시락을 나누어 먹으며 "영호남화합등반대회라서 밥맛이 더 좋다"는 가벼운 농을 해 좌중을 웃음바다로 만들었다. 김 전 지사의 얼굴은 식사 내내 여유롭고 밝아 보였다.
“상생의 대평화의 시대를 기원”
이날 오후 2시 30분께 광주여자대학교 운동장에서는 흥겨운 풍악 소리가 울려퍼지는 가운데 <해피코리아 영호남 단합대회>가 개최되었다.
김규영씨의 사회로 간단한 국민의례가 끝난 뒤 단상에 오른 노영복 전 조선대 총장은 우렁차고 힘찬 목소리로 “여러분 반갑습니다. 이제 투쟁과 갈등을 벗어나 통일의 시대, 상생의 대평화의 시대를 기원하면서 대망의 큰 뜻이 꼭 이루어지길 확신하고 있”다는 내용의 개회 선언으로 잔치 분위기를 한껏 돋우었다.
이어 영호남화합위원회 김남중 호남위원장은 환영인사를 통해 “영호남 지역 간의 이해가 증진되고 분열된 사회가 통합될 때 국가가 발전하는 것”이라며 “내년에도 이런 대회가 개최되길 희망”한다며 영남 손님들을 환영했다.
영호남화합위원회 김진수 영남위원장은 답사에서“우리는 이제 하나가 되었습니다! 영호남 화합을 계기로 민족 통일의 대업을 완수할 수 있도록 여러분 힘차게 전진합시다!”라고 말해 참가자들의 뜨거운 박수를 받았다.
고재유 전 광주시장이자 광주여대 총장은 “존경하는 김혁규 의원을 환영합니다.”고 입을 뗀 뒤 “영호남의 우정과 성원을 대단히 뜻 깊게 생각한”다고 말한 뒤 “70년대의 산업화를 대표하는 세력과 80년대의 민주화 세력이 만나면 코리아는 ‘해피’하게 될 것”이라는 축하 메시지를 전했다.
이윤정 전 광주시 정무부시장, 임호경 전 화성 군수, 김은하 진주시의회장, 김봉권 경남도의원, 박강수 해피코리아 회장 등 여러 내빈 소개가 끝난 뒤 뜨거운 박수를 받으며 행사장에 들어선 김혁규 전 지사는 곧바로 무대 단상에 올랐다.
김 전 지사는 인삿말에서“제 앞에서 연설하신 분들은 여느 전당대회에서도 볼 수 없는 힘차고 내용 있는 말씀을 해주었다”고 치하한 뒤 "이 대회를 준비한 준비위원과 임원들의 노고에 먼저 감사한다"는 뜻을 전했다.
남북 협력은 '경제살리기'의 측면에서도 능동적으로 접근해야
이어 이번 제17대 대통령 선거에서는 지역구도가 종식됐으면 좋겠다는 희망을 피력한 김혁규 전 지사는“제가 군대 갈 적만 해도 부산에서 서울 용산역까지는 기차로 13시간이나 걸렸으나 지금은 서울에서 뉴욕 가는 데 비행기로 13시간 밖에 걸리지 않는”다고 운을 뗀 뒤“이렇게 시공간이 단축된 시대에 영남 찾고 호남 찾아서는 안 된다”면서 우회적으로 정치판의 지역구도로의 ‘회귀’ 분위기에 경계의 메시지를 날렸다.
“지난 5.18 때 평양에 갔다 온 후 통일은 우리 국민 모두가 원할 때 이루어지는 것이 바람직하는 생각을 하게 되었습니다. 언젠가 서로 머리를 맞대고 (통일을) 의논할 때가 있을 것입니다. 통일 문제를 정치적으로 이슈화해서는 안 됩니다. 노무현 정부의 대북 지원 정책을 무조건 북에 갖다 바치는 것으로 폄하하는 사람들이 있는데 그게 아닙니다.”
김 전 지사는 또‘경제는 삶의 기본이고 국민소득 3만불 시대로 진입해야 하는 이때 그 발전 동력원이 어디에 있느냐‘는 질문을 던져 이목을 집중시킨 다음 “남한의 자본과 우수한 기술력에 북한의 풍부한 노동력과 지하자원이 결합하기 위해서는 중요한 것이 바로 남북 관계의 개선과 협조”라며 한국 경제발전의 기본 전략을 내비쳤다. 이와 함께 김 전 지사는“남북화해 협력의 튼실한 기초를 마련하기 위해 영호남은 이제 화합의 시대를 넘어서 ‘단합’의 시대로 가야한다”는 말을 끝으로 인사말을 모두 마쳤다.
2부 축하 행사와 노래 경연 대회가 한바탕 어우러지고 있는 동안에도 김 전 지사는 운동장 주위에 나와 가을볕을 즐기고 있던 시민들과 일일이 만나 권하는 소주와 떡 등을 먹으며 서로 덕담을 나누고, 나들이 나온 가족들과 사진을 찍는 등 쉴 짬도 없이 민심과의 접촉을 이어나갔다.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이날 오후 5시께 모든 행사가 끝난 뒤 이별을 아쉬워하는 지지자들과 함께 도심의 모 음식점으로 자리를 옮긴 김 전 지사는 테이블을 일일이 옮겨 다니며 시민들과 함께 술잔을 나누는 등 즉석 정치 토론을 벌이기도 했다.
김 전 지사는 음식점 모임이 끝난 오후 8시께 광주공항에 환송 나온 지지자 및 지인들과 측근들의 ‘해피코리아’ 환호성을 뒤로 한 채 다음 만남을 기약하며 비행기 탑승대에 올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