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타이어 직원 돌연사 의혹’은 지난 8월과 9월, 본지 <331호>, <334호>를 통해 이미 두 차례에 걸쳐 보도된 바 있다. 본지를 비롯한 여러 언론의 보도에도 불구하고 해결의 기미가 보이지 않던 이번 사태에 대해 유가족대책위원회(대표 조호영)와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재규)이 드디어 공식적인 입장을 밝혔다.
지난 1년 사이에 11명, 10년간 19명 사망
유기용제 사용과 직무스트레스 연관 있어
유가족대책위원회와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은 “한국타이어가 자신들의 목소리를 외면하고 있다”며 지난 10월16일 대전지방노동청 앞에서 공식적인 기자회견을 진행했다.
"원인규명·대책 없었다"
이날 기자회견에서 선재규 위원장은 “2006년 5월 이후 1년간 8명으로 보도됐던 사망자 수가 도급사 직원을 포함해 같은 기간 11명으로 3명이 늘어났다. 우리 시당과 유가족대책위를 통해 접수된 피해사례를 모두 합하면 1997년부터 2007년 현재까지 19명에 이른다”고 말해 충격을 줬다.
이어 조호영 대표는 “우리는 이들의 죽음과 관련한 원인으로 유기용제 중독과 직무스트레스와 과로가 직접 연관성이 있을 것이라는 판단했다. 하지만 한국타이어 측과 노동부는 납득할 만한 원인규명이나 대책을 내놓고 있지 않아 유가족의 분노와 현장 노동자들의 불안감은 날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조 대표에 따르면 유기용제 중독과 관련, 유기용제 중독에 의한 급성골수성 백혈병으로 인해 1명이 사망했고 1명은 다발성 뇌경색으로 산업재해 판정을 받은 바 있다. 뇌?심혈관계 관련 사망이 10명에 이르고 있고 뇌출혈로 현재 입원 치료중인 노동자도 있다.
특히 2004년부터 2007년까지 대전공장과 금산공장의 사망자만을 대상으로 할 때 심장질환 7명, 폐암 1명으로 8명의 사망자가 발생했고 이들의 평균근속연수는 13.9년으로 조사됐다. 조 대표는 “지난 2004년 기준으로 한국타이어 대전공장의 10년 이상 장기근속자가 약 65%에 이르는 상황에서, 직업병이 발생했거나 특수검진에서 직업병요관찰자 판정을 받은 사람들이 모두 10년 이상 장기근속자들이라는 점을 상기할 때 그 연관성을 더욱 의심하게 된다”고 말했다.
업무스트레스 없다더니

과를 가져왔다.
또 DAS(다스)라는 전산통제장비를 활용해 노동자들의 휴식시간, 식사시간 심지어 화장실 사용 시간까지 통제했다. 산업재해와 관련해서도 무재해 달성시 인센티브를 제공해 노동자 스스로 산재를 감추게 하는 효과를 가져왔고 유기용제의 위험성에 대해서도 제대로 된 교육을 하지 않았던 것으로 확인됐다.
상황이 이러함에도 불구하고 대전지방노동청은 2004년 국정감사에서 단병호 의원(국회 환경노동위원회)이 특별근로감독 실시를 요구했음에도 불구하고 진행을 하지 않고 사업장 안전, 보건에 대한 종합진단명령만 내린 바 있다. 노동부의 이러한 미온적이고 직무유기에 가까운 행위가 1년간 11명, 10년간 19명 사망이라는 참사를 불러 왔다는 주장이다.
이에 이들은 한국타이어 사태에 대해 노동부와 한국타이어 측에 공동 책임이 있음을 주장하며 노동부와 한국타이어 측에 ▲한국타이어 전 사업장에 대해 특별근로감독 즉각 실시 ▲결과가 의심스러운 노사안전자율점검 중단 ▲유가족대책위원회와 지역 시민사회단체 추천 실질적 역학조사 실시 ▲유족들에게 공식사과와 재발방지 위한 대책 수립 ▲산재 불승인 건에 대해 전면 재조사 ▲유가족들의 슬픔을 나누고자 자발적으로 나선 노동자들에 대한 탄압 중단 등을 촉구했다.
마지막으로 조호영 대표와 선재규 위원장은 “고인들의 죽음과 관련한 진실이 밝혀지고 노동자들이 죽지 않고 일할 권리를 찾을 때까지 모든 역량을 동원할 것이다”라며 “우리의 요구에 납득할만한 답변이 없을 경우 강력한 투쟁을 전개 하겠다”고 말했다.
한국타이어 입장, “답답하고 안타깝다”
지난 10월18일 ‘한국타이어 직원 돌연사 의혹’ 관련, 유가족대책위원회(대표 조호영)와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위원장 선재규)의 공식적인 입장 발표에 대한 한국타이어의 입장을 들어봤다.
한국타이어 박병관 팀장에 따르면 한국타이어는 사태가 처음 발생한 시점부터 지금까지 유가족을 위해 끊임없이 노력했다. 계속되는 직원들의 사망에 적지 않게 놀란 것도 사실이지만 작게나마 유가족들의 슬픔을 나누기 위해 장례비용을 지급하고 산재승인이 가능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왔다. 하지만 산업재해 승인 여부는 근로복지공단에서 판단해야할 일이므로 필요한 자료를 적극적으로 제공하는 노력 외에는 회사 측에서 달리 도울 방법이 없다.
박 팀장은 최근 불거지고 있는 유해물질 사용과 업무 스트레스 의혹에 대해 “정기적인 건강검진을 통해 직원들의 건강을 체크하고 있고 스트레스 해소를 위해 다양한 운동시설을 구비해 여가활동도 지원하고 있다. 유해물질 사용과 올 한해 사망한 직원들과는 전혀 관련이 없다. 올 한해 사망한 직원들은 대부분 심장질환으로 돌연사 했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유가족들의 의견을 반영하고 의혹을 해소하기 위해 현재 회사 내 유해환경에 대한 안전보건집중점검을 진행하고 있으며, 회사 내에서 진행하는 점검이긴 하지만 노동청, 산업안전공단, 노조 등 3자 기관과 함께 실시하기 때문에 신뢰도가 높다는 설명이다. 박 팀장에 따르면 안전보건집중점검은 10월 말 정도가 되어야 마무리 될 것으로 보이고 점검이 끝나면 대전 노동청에 보고 해 결과에 따라 보상 및 개선·권고 사항을 신속히 이행할 예정이다.
또 이번 기자회견을 통해 밝힌 유가족과 민주노동당 대전시당의 요구사항에 대해 “지금까지 그랬던 것처럼 회사 측에서 수용할 수 있는 범위 내에서는 적극적으로 수용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산재승인이나 유가족 보상 문제는 회사 측에서 결정할 수 있는 사안이 아니라는 점과 이를 위해 회사가 할 수 있는 일은 서류첨부 등의 도외적인 부분이라는 점을 이해해주길 바란다”고 재차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