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 후보 '同床三夢'...'DJ' '노심'은 어디에?
세 후보 '同床三夢'...'DJ' '노심'은 어디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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범여권 후보단일화 ‘세력통합’VS‘선거연합’ 평행선

▲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는 저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적임자는 자신’이라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대선정국의 ‘태풍의 눈’이 되고 있다. 이는 지지율 50%대를 꿋꿋히 지키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가 되려면 범여권 후보 단일화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대선후보 등록일은 11월25∼26일이다. 따라서 범여권에서는 앞으로 한 달 안에 후보 단일화를 반드시 이뤄내야 한다는 부담을 떠안고 있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중심축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 후보와 민주당 이인제 후보, 장외의 문국현 후보다. 민주노동당 권영길 후보 또한 정책연합의 대상에 들어 있다. 하지만 성사 가능성은 여전히 오리무중이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는 시기와 방법, 범위, 지지율 추이 등에 따라 달라진다. 범여권 실세인 노무현 대통령과 김대중 전 대통령의 낙점 또한 큰 변수다.

지금 범여권에서는 후보 단일화의 형태를 놓고 말이 많다. 대통합민주신당은 세력통합을, 민주당은 후보만 단일화, 장외의 문국현 후보는 ‘정치연합’을 내세우고 있다. 범여권의 이같은 입장 차이는 내년 4월 18대 총선 때의 공천권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가 ‘同床三夢’을 꾸고 있다. 세 후보는 저마다 자신만이 이명박 후보의 대항마라며 자신으로의 후보단일화를 무기로 삼고 있다. 정동영 후보는 신당 대선후보 선출 뒤 20%대를 넘긴 지지율에 회심의 미소를 짓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본격적인 조직표 다지기와 민심몰이에 나서면 지지율이 껑충 뛸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문국현 후보는 ‘창조한국당’이 창당되면 지지율이 두 자리 수로 오르며 ‘文風’이 거세게 불 것이라 여기고 있다.

후보 단일화 세 후보 속셈

범여권 후보단일화에 따른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후보의 속셈은 무엇일까. 대통합민주신당과 민주당의 대선후보가 정동영 이인제로 확정되면서 범여권 후보 단일화가 제17대 대선정국의 ‘뜨거운 감자’로 떠올랐다.

범여권 후보 단일화 시기에 대해 정동영 후보와 문국현 후보는 “늦을수록 좋다”는 입장을 내비치고 있다. 이인제 후보는 대선까지 시간이 짧기 때문에 “11월 중순쯤”에 단일화하자는 입장이다.

정 후보와 문 후보가 후보 단일화에 대해 느긋한 입장을 내비치는 까닭은 ‘발등에 떨어진 불’부터 먼저 꺼야 하기 때문이다. 정 후보는 경선 갈등으로 인한 당내 통합이 최우선 과제다. 문 후보는 가칭 ‘창조한국당’ 창당작업부터 해야 한다. 이 후보 또한 민주당 대선후보인 자신을 국민에게 알릴 충분한 홍보가 급선무다.

신당 관계자는 “후보들이 단일화 협상에서 주도권을 잡기 위해 먼저 지지도 높이기에 열을 올리고 있다”며 “단일화 협상은 단일화 방안에 따라 시기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한다.

정 후보 캠프 전략기획위원장 민병두 의원은 “지금은 경선에서 뽑힌 후보의 경쟁력을 최대화, 최고화하는 것이 우선 목표다. 단일화 문제는 정치적 접근보다는 국민의 요구가 선행돼야 한다고 생각하기 때문에 우선 지켜보고 싶다”며, 후보 단일화 방식이 여론조사에 있음을 은근슬쩍 내비쳤다.

이인제 후보도 “국민의 심판이 선행돼야 할 것”이라며, 후보 단일화 방식이 여론조사로 굳어질 것임을 내비쳤다.

오는 11월4일 가칭 ‘창조한국당’ 창당대회를 앞두고 있는 문국현 후보는 “후보단일화에 대한 모든 논의는 창조한국당의 창당 및 공식적 후보선출 절차 이후에 검토할 것”이라고 못박았다.

세 후보의 이러한 입장은 한동안 독자행보를 통해 단일화 경쟁력을 키우기 위해서다. 따라서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는 10월말이 지나서야 협상 테이블에 올려질 것으로 보인다.

신당에서는 세 후보를 한명으로 하는 ‘단일후보 세우기’가 아니라 민주당과의 세력통합을 꿈꾸고 있다. 신당 관계자가 “이 후보와의 단일화는 효과가 크지 않을 수도 있다. 신당과 민주당 지지층은 겹치는 부분이 많기 때문에 세력 통합이 더 나을 수도 있다”고 말하고 있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제는 문국현 후보다. 신당은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는 후보 단일화를 이끌어낸다는 전략을 세우고 있지만 문 후보가 “국민들이 이미 (자신으로) 단일화했다”며, 신당과 일정한 선을 긋고 있다. 문 후보가 민노당 권영길 후보와 연대를 꾀하고 있다는 추측이 나오는 것도 이 때문이다.

범여권은 지금 정동영 이인제 문국현 세 후보의 단일화를 놓고 저울질 중이다. 이와 함께 민노당의 권영길 후보 또한 협상대상으로 보고 있다. 왜냐하면 대통합민주신당의 경선 불협화음 등을 지켜보고 있었던 범여권 지지세력 일부가 권 후보에게 쏠릴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 측 노웅래 대변인은 “이인제 문국현 후보와의 후보 단일화를 추진할 것이다. 민노당 권영길 후보도 정책적인 연대는 함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반(反)한나라당 연대’를 공식 거론했다.

이에 대해 권영길 후보 측 박용진 대변인도 “넓은 의미에서 함께 하겠다는 뜻은 고맙고 좋은 일”이라며, 신당의 제의를 선뜻 받아 들였다.

문국현 후보 측도 “민노당이 ‘가치중심 연합’을 거론하며 개방적 입장을 밝힌 것에 주목한다. 향후 권영길 후보를 포함한 대한민국 재창조에 공감하는 모든 정치세력과의 대화의 장이 열려 있음을 밝힌다”는 메시지를 띄웠다.

그밖에 독자창당에 나선 이수성 전 총리와 정근모 전 과기부장관, 장성민 전 의원 등도 후보 단일화의 장으로 끌어들일 가능성도 있다.

DJ·盧心 누가 얻을까?

문제는 DJ와 盧心이다. 노무현 대통령과 DJ가 범여권 후보단일화 과정에서 과연 누구의 손을 들어주느냐가 가장 큰 변수다. 신당의 대선후보 경선에서는 노 대통령과 DJ가 일정한 거리를 유지하며 ‘모르쇠’로 일관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노 대통령과 DJ는 범여권의 확실한 실세이다. 따라서 후보 단일화는 노 대통령과 DJ가 누구에게 낙점하느냐에 달려 있다고 볼 수 있다.

정동영 후보가 신당 대선후보 확정 직후 “김대중 정부와 노무현 정부의 맥을 잇는 3기 민주통합정부를 열어가겠다”며, 노대통령에게 곧바로 전화를 걸어 인사한 것도 이 때문이다.

정치권에서는 노 대통령과 DJ가 범여권 대선후보 단일화 과정에서 특정 후보에게 노골적으로 힘을 실어줄 것 같지는 않다고 보고 있다.

이는 정 후보의 전화를 받은 노 대통령이 “당선을 축하한다. 앞으로 정 후보로 인해 상처받은 사람들을 잘 껴안고 가기 바란다”는 짤막한 말만 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DJ 측 최경환 비서관이 "김 전 대통령께서는 범여권 후보 문제에 대해선 국민여론을 살펴야 할 것으로 생각하고 있다"고 말한 것도 이를 대변한다. 따라서 노 대통령과 DJ는 당분간 신당의 내부갈등 수습 과정과 후보 단일화에 따른 여론의 움직임을 지켜본 뒤 그 어떤 정치적 묘수를 은밀하게 둘 가능성도 짙다.

빠른 놈이 느린 놈 잡아먹어?

대선 3수에 들어간 이인제 민주당 대선후보가 전국 조직표 다지기와 여론몰이에 발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이는 범여권 후보 단일화의 잣대가 여론조사로 매듭지어질 가능성이 짙기 때문이다.

이 후보는 “진정한 여론은 앞으로의 4주 안에 형성될 것이다. 민주당은 지금까지 어둠 속에 있었고, 이제 원점에서 출발해 진정한 경쟁이 시작된다. 현재의 여론에 실망할 필요가 없다”며, 후보 단일화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제가 후보가 돼 폭발적인 여론지지를 보여주고 당의 사기가 올라가면 좋겠지만 지금 (지지율이) 바닥을 헤매고 있다. 우리 민주당은 지금 넓게 벌려놓을 역량이 아니기 때문에 완전히 하나로 똘똘 뭉쳐 작지만 빠른 조직을 구성해야 소기의 목적을 달성할 수 있다. 선거대책위를 일원체제로 당이 중심이 돼 빠른 속도 구성해 나가야 한다”.

이 후보의 정동영 문국현 후보를 향한 독설도 매섭다. 이는 대선 3수째 접어들고 있는 이 후보가 그동안의 대선 경험과 특유의 ‘이인제 학습효과’로 '鄭風'과 '文風'을 잠재워 후보 단일화의 고지를 미리 선점하겠다는 뜻이다.

이 후보는 신당의 정 후보를 겨냥 “요즘은 큰 놈이 작은 놈을 잡아먹는 시대가 아니라 빠른 놈이 느린 놈을 잡아먹는 시대”라며 “다른 정당은 커 보이지만 우리는 빠른 속도로 그들을 격파할 수 있다”고 호언장담하고 있다.

문국현 후보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아무 실체도 없는 사람이 작위적으로 언론에 계속 노출되다 보니 일정한 지지가 나온다”며, 문 후보를 한껏 깎아내리고 있다.

이 후보는 민주당 박상천 대표 등 당 지도부와 함께 국립현충원과 4·19묘지를 참배한 뒤 구로디지털 단지를 방문하면서 대선후보로서의 첫 일정에 들어갔다.

이 후보 측 이기훈 대변인은 “구로디지털 단지는 산업화에서 지식경제 사회로 전환되는 상징적인 곳”이라며 “산업화 시대에 머물고 있는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달리 실질적인 일자리를 창출하겠다는 의지를 보여주게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는 10월22일 김대중 전 대통령도 방문한다. 김 전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전화를 걸어 “연설 내용과 목소리가 아주 좋았고 정말 잘 했다. 잘 될 모양이다. 축하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져 ‘DJ=이인제’ 연대설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정동영, 親盧ㆍ영남 껴안기

범여권 정동영 대선후보가 친노세력과 영남 끌어안기에 나섰다. 왜? 친노세력과 영남을 끌어안아야 만이 후보 단일화의 유리한 고지에 올라설 수 있기 때문이다. 정동영 후보는 “기회가 되면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을 찾아뵐 생각”이라며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협력을 얻고 싶다”는 뜻을 내비쳤다.

정 후보는 손학규 이해찬 후보에 대해서도 “곧 두 후보를 만나서 진정한 포용의 정치, 통합의 정치를 펼치겠다. 두 후보와 두 후보를 도왔던 분들을 중심으로 세우고 모두가 하나가 돼서 선거를 치를 것”이라며, 경선 잡음으로 얼룩진 당내 갈등 봉합에 자신감을 내비쳤다.

이에 대해 노웅래 대변인은 “손ㆍ이 후보에게는 공동선대위원장 등 어떤 식으로든 역할을 맡겨야 한다는 의견이 많다. 1차로 강을 건넌 만큼 뗏목을 버리고 경쟁 진영의 인사들까지 아우르는 ‘탕평인사’를 통해 통합형 선대위를 구성해 나갈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지만 이해찬 후보의 행보는 심상치 않다. 정치권에서는 “문국현 후보 쪽으로 이동할 것”, “친노그룹 신당을 창당할 것”이라고 점치고 있다. 신당 경선과정에서 정 후보와 날카로운 각을 세웠던 이 후보 캠프 일부에서는 “정동영 후보와는 함께할 수 없다”는 얘기까지 흘러나오고 있다. 특히 유시민 의원 등을 비롯한 친노세력과 일부 386 인사들은 내년 총선을 대비해 새로운 당을 만들 것이라는 말까지 떠돌고 있다.

정 후보로서는 그야말로 ‘다 된 밥에 재 뿌리는’ 격이다. 게다가 ‘호남필패론’이라는 악재까지 끼고 있는 정 후보로서는 친노그룹인 이해찬과 유시민, 영남을 끌어안지 못한다면 자신으로의 후보 단일화는 ‘물 건너 갈’ 수도 있다.

정 후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정 후보 측 관계자는 “영남 대표성이 있는 김혁규 의원, 김중권 전 의원을 비롯해 대선 도전을 선언한 이수성 전 총리 등과 접촉해 지지를 얻어낼 생각”이라고 자신하고 있지만 그 결과는 미지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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