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국현 제2의 노무현 되나
문국현 제2의 노무현 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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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은 최종적으로 나를 원할 것이다



김경준 전 BBK 대표가 특별한 문제가 발생하지 않는 한 11월 28~9일 국내로 송환될 것으로 보인다. 제17대 대통령 후보에 나선 주자들의 법정 선거기간은 같은 달 25일부터다. 11월 마지막 주에 우리 국민들은 짜릿한 정치적 불꽃놀이 한판을 보게 된다. 불꽃놀이를 지켜보는 국민들의 희비가 교차할 것은 뻔한 이치. 하지만 대권의 향방은 오리무중이다.

범여권 단일화 결과도, 범여권에서 벼르고 있는 유력 후보의 검증 파괴력도 가늠키 힘들다. 정치권은 지금 김대중 전 대통령과 노무현 대통령의 일거수일투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김 전 대통령, “국민이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김 전 대통령은 10월 22일 동교동 자택에서 민주당 이인제 후보의 예방을 받았다. 이 날 김 전 대통령은 이 후보에게 ‘잘 해냈다’는 치하를 하고 범여권 단일화 문제에 대해서 “국민이 기대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고 말했다. 김 전 대통령은 또 “후보 단일화는 꼭 해야 하”며 “앞으로 한 달 후면 국민 생각이 부각되지 않겠느냐”며 ‘한 달’을 강조했다.

김 전 대통령은 이어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잘 개발해서 국민 손에 쥐어주다시피 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를 두고 정치 전문가들의 설왕설래가 오가고 있다. 김 전 대통령이 보기에 대선 후보들마다 너나없이 내세우고 있는 ‘민생경제살리기’ 공약들이 마음에 차지 않아서 한 말인지, 아니면 실효성 있는 ‘중산층과 서민을 위한 정책’을 구현할 후보를 이미 염두에 둔 말인지는 확실치 않기 때문이다.

노 대통령 “차별성이 분명해야”

sbs 특별대담 프로에 출연한 정동영 후보는 정치적 쟁점으로 불거져 나오는 ‘자이툰 파병’ 문제를 놓고 “대통령이 말한다고 그대로 따라가는 것은 선진 정치가 아니”라면서 노 대통령과의 시각차를 확실히 했다.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10년을 계승하는 제3기 민주통합정부를 외치며 전 현직 대통령에게 구애를 하던 차에 나온 이 발언은 당내 친노세력을 가늠하고 한 말이 아니냐고 정치권은 보고 있다.

노 대통령은 정 후보와의 관계를 물었던 <오마이뉴스>와의 인터뷰에서 ‘원칙의 문제’를 역설했다. 원칙파 노 대통령이 정동영 후보의 발빠른 탈당을 우회적으로 꼬집은 것이었다. 노 대통령은 이어 “전혀 예측할 수 없”으나 “국민들 보기에 미워서든 좋아서든 후보들 간에 차별성이 분명해야” 한다는 묘하게 곱씹히는 말을 남겼다.

따라서 김 전 대통령의 ‘한 달 관망론’과 노무현 대통령의 ‘차별성’ 발언을 두고 범여권 후보들이 남은 한달 어떤 차별성을 돋보이게 하느냐에 따라 민심이 움직일 것이라는 추측이 나올 만하다. 지금의 민심은 단지 범여권의 후보들의 자기 한계성을 뛰어 넘는 모습에 만족할 것으로 보이진 않는다.

이명박의 지지율이 너무 높기 때문이다. 따라서 아직까진 현재형인 이명박 대세론의 추진축이었던 경제대통령론을 훌쩍 뛰어넘을 수 있는 후보에게 막판 민심이 몰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고 있다. 일각에서는 이회창 출마설도 소슬바람처럼 불고 있다. 이명박 후보가 무제한급 검증 난타전에서 다운을 당하지 않고 그로키 상태만 돼도 이긴다는 계산이 나왔다는 얘기다.

김 전 대통령은 문국현과 교감하고 있나

범여권 주자의 다크호스는 단연 문국현 전 유한킴벌리 사장이다. 이명박 후보와는 날카로운 대립각을 세워온 문 후보는 창조한국당(가칭) 부산시당 창당대회에서 “국민이 거부한 사람들과의 연대는 거부”한다는 전제하에 “국민한테 참회도 없는 낡은 정치인과 무엇을 한다”는 것이냐며 정동영, 이인제 후보를 겨냥했다.

김 전 대통령이 9월 27일 뉴욕에서 후보 단일화의 한 축으로 문 후보를 거론해 주변을 깜짝 놀라게 했다. 문 후보는 10월 11일에는 사형폐지선포식 행사장에서 김 전 대통령과 깜짝 만남을 가졌다. 이를 두고 김 전 대통령의 속내를 속단하는 사람들도 있다. 한편에선 타 후보에 비해 정치 세력화에서 다소 밀리는 문 후보가 호남 민심의 맹주인 DJ의 낙점을 받으려는 고도의 수순을 밟고 있다고 예측하기도 한다.

확실한 실세인 김 전 대통령의 지원을 끌어낼 수 있다면 현재 급물살을 타고 있는 문 후보의 지지율은 11월 4일 창당 대회를 거쳐서 가파르게 상승할 가능성이 높다. 문 후보의 과제는 세몰이의 동력에서 남은 친노 세력 껴안기다. 노 대통령의 ‘차별성’ 발언을 이 대목에서 되짚어보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문국현은 노무현 학습효과의 부활?

국민선택(가칭)의 장성민 후보는 10월 23일 흥미로운 발언으로 주목을 끌었다. ‘문 후보의 뉴패러다임은 노패러다임’이라는 것이다. 이 내용이 실린 보도자료의 제목은 <노무현 대통령과 문국현 후보의 ‘은밀한 관계’는 국민 앞에 밝혀져야 한다>이다.

그간 문 후보는 돌풍을 일으키기 시작하면서 ‘정치세력’과의 줄기찬 연대 유혹에도 굴하지 않고 집요하리만치 ‘민심’과 ‘국민의 의지’를 강조해왔다. 범여권 단일화 문제에서도 국민의 뜻을 최우선한다는 뜻을 일관적으로 되뇌고 있다. 이는 “국민이 기대하고 지지하는 방향으로 가야 한다”는 김 전 대통령 앞선 발언의 저류를 닮았다.

문 후보는 정치세력에 기대지 않고 독자적으로 일궈낸 지지율이 놀랍긴 해도 타 후보에 비해 많이 뒤떨어진다. 문 후보의 “국민은 최종적으로 나를 원할 것”이라는 발언은 이제 관용구와 같은 말이 되어버렸다. 그 발언의 내막이야 어쨌든 문 후보의 놀라운 자신감은 지난 대선 시절 노무현의 뱃심을 방불케 한다. 문 후보는 업그레이드된 노무현이 되는 것인가? 노무현이 대세론의 이회창을 이긴 것처럼 이명박 후보를 누를 수 있을 것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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