붉은 단풍잎 따라 떠내려가는 '얼굴'
붉은 단풍잎 따라 떠내려가는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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금빛 원숭이 살던 경남 거창 '금원산'



단풍잎이 불을 물고 계곡물을 따라 떠내려온다. 이내 선홍빛 불꽃이 계곡에서 피어오른다. 이에 뒤질새라 노오란 불꽃과 갈색 불꽃도 연이어 수정같이 맑은 계곡물을 불태우며 아래로 아래로 혓바닥을 날름거린다.

아, 여기가 어딘가? 여기가 세세생생 인류가 그리도 찾아 헤매던 그 극락이란 곳이 아닌가. 그래, 오죽 아름다웠으면 작가 이태가 소설 <남부군>에 이렇게 썼을까.

이 곳에서 "5백여명의 남부군이 남녀 모두 부끄럼도 잊고 옥같은 물 속에 몸을 담그고 알몸으로 목욕을 했다"라고.

산이 흘린 땀방울이 맑디 맑은 계곡물이 되어 모난 바위를 다스리며 미끄러지다가 지쳐 잠시 쉬어가는 곳, 그래. 그 곳을 사람들은 용소라고 부른다지. 그런데, 저기 저 용소 속에서 발갛게 웃고 있는 저 사람은 누군가.

어디선가 너무나 자주 본 얼굴인데... 근데 왜 저리도 늙어버렸을까. 분명 웃고는 있는 것 같은데... 어딘지 모르게 쓸쓸함이 묻어 있다. 이런 이런! 용소에서 붉은 웃음 흘리고 있는 저 사람은 바로 나, 나 자신의 얼굴이 아닌가.

그래, 그 용소에서 잠시 나를 힐끗 쳐다보던 단풍잎들... 그 단풍잎들이 허리를 한바퀴 핑그르르 돌리다가 이내 계곡물을 따라 천천히 속세로 내려가고 있다. 그와 함께 내 얼굴도 천천히 단풍잎을 따라 떠내려가기 시작한다.

경남 거창군 위천면 상천리와 함양군 안의면 상원리를 그 넉넉한 품에 안고 있는 금원산(해발 1353m)과 기백산은 쌍둥이 형제로 나란히 어깨를 끼고 있다. 그러므로 금원산이든 기백산이든 어느 쪽이든지 오르다 보면 두개의 산을 동시에 오르는 즐거움을 누릴 수 있다.

금원산의 아비산은 덕유산이며, 어미산은 남덕유산이다. 금원산의 어미산인 남덕유산은 남동쪽으로 큰 아들인 월봉산을 낳았고, 또 큰 아들인 월봉산을 중심으로 나란히 쌍둥이 아들을 낳았으니, 그 산이 곧 금원산과 기백산이다.

그런데 왜 하필이면 이 산 이름을 금원이라고 불렀을까. 금원산의 이름에 얽힌 전설 또한 재미 있다. 옛날 이 산에 금빛 원숭이 한마리가 살고 있었다고 한다. 그런데 그 원숭이가 하도 날뛰는 바람에 한 도승이 그 원숭이를 잡아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 가두어 버렸다고 한다.

또 사람이란 게 누군가. 무엇이든지 신기한 게 있으면 가만 두지 않는 것이 사람 아니던가. 금원산의 이름은 바로 그 금빛 원숭이를 가둔 그 원암(猿岩)이라는 바위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하지만 금원산의 처음 이름은 '검은 산'이었다고 한다. 옛 고현의 서쪽에 자리하여 늘 산이 검게 보인다 하여 '검은 산'으로 부르다가, 그 검은 산이란 발음이 변하여 마침내 '금원산'으로 불리워지게 되었다고 한다.



금원산에는 금원암을 비롯한 일암(一岩), 일봉(一峰), 일곡(一谷) 등이 모두 기묘한 전설을 지니고 있다. 또 유명한 유안청 폭포를 포함하여 자운 폭포 등과 함께 크고 작은 소와 담이 있으며, 마애불 등의 문화유적들도 즐비하다.

비 내림을 미리 알아차린다는 지우암(知雨岩), 달암 이원달 선생과 그의 부인 김씨에 얽혀 이름 붙혀진 금달암(金達岩), 효자 반전이 왜구를 피해 그의 아버지를 업고 무릎으로 기어 피를 흘리며 올랐다고 하는 마슬암(磨膝岩) 등, 전설 속의 전설이 꼬리를 물고 있다.

중국의 5대 복성 중 하나로서 감음현을 식읍으로 받아 입향한 서문씨(西門氏)의 전설이 얽힌 서문가(西門家) 바위도 빼놓을 수 없는, 그야말로 비경을 간직한 곳이다. 또 하늘에서 세 선녀가 내려와 목욕을 하였다는 선녀담(仙女潭) 등, 금원산은 곳곳이 <나뭇꾼과 선녀>의 전설 속이다.

또 지재미골 초입에 있는 문바위와 차문화을 꽃피웠던 가섭사 마애삼존불과 금원산 동쪽 줄기에 엎드려 있는 마항 고려 왕비가 나왔다는 왕비골도 눈요깃거리다.

한가지 주의할 것은 산불 건조주의보 및 위험경계경보가 발령할 때면 등산로를 일시 폐쇄한다는 사실이다. 하지만 평상시에는 해당 읍과 면에 입산신고만 하면 언제든지 산행이 가능하다.

<유안청 폭포>
@등산코스/1코스:위천면 금원산 휴양림 매표소-지재미골-정상-지재미골-매표소
2코스:금원산휴양림 매표소-지재미골-정상-능선-기백산-용추사-

사평부락
@소요시간/3~6시간 소요

#가는길/거창-위천 금원산 자연휴양림행 버스 또는 함양 용추사행 버스.#문의/경남 거창군청 문화관광과(055-944-3733), 함양군청 문화관광과(055-960-05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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