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지하철 2·4호선을 이용하는 여성들이 위험하다. 지난 1년간 발생한 지하철 성폭력 범죄의 79.4%가 2호선과 4호선에서 일어났기 때문이다. <시사신문>이 지하철경찰대의 통계자료를 분석한 결과, 지난해 발생한 지하철 성폭행 범죄는 모두 6백8건으로 이중 3백18건(52.3%)은 2호선, 1백65건(27.1%)은 4호선에서 발생했다. 서민의 발 지하철에서 벌어지는 은밀한 범죄, 지금 그 곳에서는 무슨 일이 벌어지고 있는지 따라가 봤다.
지하철→지옥철→변태철, 지하철의 3단 변신
비비고, 만지고, 찍고 변태행태도 ‘가지가지’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서울과 수도권을 연결하는 지하철은 11개 노선, 하루 이용객만 8백60만여 명에 달한다. 서민의 발이라고 불리던 지하철이 출?퇴근 시간에 이용객들이 몰리면서 지옥철이라고 불린지 이미 오래다. 하지만 해가 거듭할수록 늘어나는 지하철 내 성폭행 사건으로 인해 앞으로는 지옥철 대신 ‘변태철’이라고 불러야 할 지경이다.
성폭행 가해자들의 변태행태도 가지각색이다. 여성 뒤에 몸을 밀착시키고 서서 귀에 바람을 불어넣는가 하면 손으로 가슴, 엉덩이 등의 신체 일부를 만지기도하고 성기를 발기시켜 엉덩이에 비비기도 한다. 최근에는 카메라폰과 디지털카메라의 대중화로 인해 여성의 치마속이나 다리 등을 촬영하는 사례가 늘고 있다.
성폭행범 대부분은 상습적

B씨는 휴대폰 카메라를 이용, 지난해 4월부터 검거 당일 까지 총 9백85회에 걸쳐 불특정 다수의 여성을 상대로 엉덩이와 치마 속을 촬영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했다. 그는 2006년 3월 동종범죄로 집행유예 2년을 선고받았으며 검거 당시도 집행유예 기간 중인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A씨는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여성들의 은밀한 신체 부위를 촬영하기로 마음먹고 또 다시 거리로 나왔다.
당시 지하철 경찰대 소속 경찰들은 지하철 4호선 동대문운동장역에서 소매치기 및 성추행 단속근무 중, 미니스커트를 입은 여성을 유심히 살피는 A씨를 발견하고 예의주시했다. 그 결과, 대상을 물색하던 A씨가 미니스커트 차림의 피해자 B모(27·여)씨를 뒤따라가며 치마 속을 촬영하는 것을 목격하고 범행현장에서 바로 검거했다.
이어 10월16일 지하철 4호선 회현역 역구내에서도 비슷한 사건이 발생했다. 회사원 C모(36)씨가 자신의 성적 욕망을 충족시킬 목적으로 검은색 사각가방 안에 렌즈를 장착한 디지털카메라를 이용, 미니스커트 차림의 피해자 D모(24·여)씨를 뒤따라가며 치마 속을 촬영하는 것을 목격하고 범행현장에서 바로 검거했다.
디지털카메라와 카메라폰을 이용해 성적 수치심을 유발하는 가해자가 늘고 있지만 일부 성폭행 가해자들은 점점 더 대담한 수법으로 여성들을 유린하고 있다.
지하철경찰대에 따르면 지난 2006년 5월, 지하철 2호선 신도림역에서 봉천역으로 향하는 지하철 내에서 경악할만한 사건이 벌어졌다.
당시 지하철경찰대는 소매치지사범 집중 단속 근무를 하던 중이었고 신도림역 승강장에서 부녀자의 엉덩이 부분을 유심히 살피면서 승강장을 배회하는 가해자 E모씨를 발견했다. 석연치 않은 생각에 E씨를 따라 지하철에 오른 지하철 경찰대는 놀라운 범행현장을 목격했다. 가해자는 40대 회사원으로 지하철 내가 혼잡한 틈을 이용해 30대 여성 피해자 F모씨의 뒤에 서서 성기를 발기시켜 엉덩이에 비벼댔다. 점점 흥분을 느낀 E씨는 급기야 성기를 꺼내 피해자 F씨의 치마 엉덩이 부분에 사정을 해 피해자의 성적수치심을 유발했다.
성폭행은 친고죄, 신고가 중요해
지난 1년간 발생한 지하철 내 성폭행 사건을 살펴보면 총 6백8건의 성폭행 사건이 발행했고 6백8명의 성폭행 범이 검거됐다. 또 성폭행 사건 발생 빈도가 높은 역은 2006년 통계로 사당(99건), 동대문운동장(56건), 충무로(54건), 신도림(38건), 교대(32건) 순인 것으로 나타났다. 눈길을 끄는 것은 이들 역 모두 2호선과 4호선이라는 점이다.
한편 지하철 성폭행의 최근 두드러진 특징은 휴대폰 카메라나 디지털 카메라를 이용한 성추행이 크게 증가하고 있다는 것이다. 지난해 발생한 성폭행 사건 6백8건 가운데 90건이 카메라를 이용한 성추행인 것으로 조사됐다. 이는 지난 2004년 5건에 비교 했을 때 무려 18배가 늘어난 수치이다.
성폭행이 가장 빈번한 시간은 역시 사람들로 붐비는 출?퇴근 시간으로 오전 8시부터 10시 사이가 57.7%로 가장 많았고 오후 6시부터 8시까지가 20.3%로 뒤를 이었다.
집계된 성폭행 가해자들의 직업도 놀라웠다. 가장 많은 성폭행 가해자는 30대의 회사원이었고 높은 도덕성을 요구하는 의사와 공무원, 목사, 변호사도 포함되어 있었다.
이처럼 지하철 내의 범죄가 급증하는 이유로는 지하철이라는 공간의 제약과 경찰요원의 부족, 그리고 피해여성의 고발 저조 등을 들 수 있다.
지하철경찰대는 “성폭행은 친고죄이기 때문에 신고하지 않으면 체포할 수 없다. 제2, 제3의 피해를 방지하기 위해서는 신고의식을 강화시켜 피해자가 적극적으로 도움을 요청해야 한다. 대부분의 여성들은 그냥 참거나 신고를 하지 않고 넘어가는 경우가 많다. 부끄럽거나 보복이 두렵다면 112에 문자 메시지를 보내 신고하면 된다. 지금 가고 있는 방향과 객차 칸 번호만 적어서 전송하면 다음 역에서 대부분 검거할 수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