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할 만하면 쥐고 흔드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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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명박 출석에 궁지몰린 검찰 왜?

▲ 대선을 앞두고 후보들에 제기되는 의혹들이 검찰의 짐이 되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서 정치권의 검찰 발목잡기가 이어지고 있다. 청와대가 한나라당과 이명박 대선후보를 고소한 사건에 대해 검찰이 이 후보의 출석을 요구했다. 하지만 한나라당은 노무현 대통령이 출석하면 이 후보의 출석을 생각해보겠다며 버티고 있다.

‘이명박 검증’의 뇌관이 된 BBK 김경준 전 대표의 조사를 두고도 여·야의 입장이 대립하고 있다. 범여권은 김경준씨의 조사가 이 후보에게 치명타를 줄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하고 있는 반면 한나라당은 김씨에 대한 조사가 ‘이명박 죽이기’로 이어지는 것을 좌시하지 않겠다며 눈에 불을 켠 것.

말도 많고 탈도 많은 정치권에 얽혀든 검찰은 당혹스럽기만 하다. 대선과 관련한 수사에 속도를 더하며 난국을 최대한 빠르게 헤쳐 나가려 하지만 길 곳곳에 놓인 덫이 발목을 잡는다. 마지막 인물, 마지막 의혹까지 정체가 밝혀지지 않은 사안과 국감을 통해 쏟아지는 의혹들이 그것이다. 수사의 방향과는 별개로 말 부풀리기를 좋아하는 호사가들의 입방정도 검찰의 사기를 떨어뜨리고 있다. 게다가 선장을 바꾸는 대대적인 행사마저 겸해야 할 처지에 놓였다. 지금 검찰은 안팎에서 몰아치는 ‘바람 앞 등불’ 처지에 놓여 있다.

정치권이 검찰의 발목을 붙들고 있다. 대선이 가까워지면 가까워질수록 그 손아귀의 힘은 더욱 거세지고 있다.

대선정국, 검찰 파장 커져

정치권이 검찰을 쥐고 있는 이유는 간단하다. 대선 관련 고소·고발전에 따른 각종 수사와 권력형 비리관련 수사는 대선정국을 뒤흔드는 변수로 작용, 검찰의 움직임이 무엇보다 중요해졌기 때문이다.

현재 검찰과 관련한 사안 중 대선정국에 파장을 일으키고 있는 것은 청와대의 한나라당 고소와 권력형 비리 조사 등이다. 또 국감을 통해 확산되고 있는 BBK도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과 더불어 검찰의 손으로 넘어가게 된다.

그 중 청와대의 고소는 검찰이 정치권의 다툼에 끼인 대표적인 사례로 꼽힌다. 청와대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와 이재오 최고위원, 안상수 원내대표, 박계동 공작정치분쇄 범국민투쟁위원장 등을 명예훼손혐의로 고소하자 검찰은 ‘원칙’을 강조하며 수사를 진행해왔다. 한달여 간 고소인 조사와 이 후보 발언 내용 분석 등을 마쳤다. 그리고 피고소인을 상대로 발언의 취지를 들을 순서라며 이 후보의 출석을 요구했다.

이에 대해 강재섭 한나라당 대표는 “청와대가 대선후보는 물론 원내대표까지 고소했다. 청와대가 고소했다는 말은 결국 대통령이 고소했다는 것이다. (고소인) 이름만 비서실장”이라고 지적하며 “공평하게 수사하려면 대통령을 불러 고소 취지를 물어봐야 한다고 생각한다. 비서실장도 아닌 비서실장 밑에 있는 직원 한사람을 불러서 조사해놓고 대선후보를 검찰에 나오라는 것은 검찰로서 올바른 자세가 아니라고 생각한다”며 이 후보 출석이 불가하다는 입장을 전했다.

검찰의 선택은 정면 돌파. 서울중앙지검 신종대 2차장검사는 “피고소인 조사도 하지 않고 검찰이 결론을 내릴 수는 없다”며 이 후보를 압박하고 있다. 고소인은 청와대, 피고소인은 야당 유력 대선후보라는 부담감을 ‘원칙’으로 뚫겠다는 것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검찰의 이 같은 움직임을 ‘명분쌓기’로 보고 있다. 이 후보측의 출석이 요원한 상황에서 책임을 이 후보측으로 떠넘길 수 있는 길을 열기 위한 것이라는 게 이들의 설명이다.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상납비리’ 수사 등 정치권과 관련한 수사도 속도를 내기 시작했다. 수사의 장기화는 정치적 역풍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계산에서다. 지금 검찰의 모습에는 ‘원칙’과 ‘속도’가 최선의 해법이라는 복심이 그대로 드러난다.

국감, 대선후보 의혹으로 얼룩

▲ 대통합민주신당 서혜석 의원은 한나라당 이명박 대선후보의 MAF펀드 실소유 논란과 관련 이 후보가 회장으로 등장하는 MAF의 홍보 브로슈어를 증거 자료로 제시했다.
검찰이 국감을 조마조마한 심정으로 바라보고 있다. 하루가 멀다 하고 터져 나오는 각종 의혹들은 결국 검찰 조사로 귀결될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 이에 따라 검찰은 현재 진행 중인 대선관련 수사와 더불어 국감에서 추가된 의혹들에 촉각을 곤두세울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국감에서 나온 대부분의 의혹들은 각 당의 대선후보를 겨냥한 것이다. 특히 이명박 한나라당 대선후보의 경우 BBK 주가조작 사건 관련 의혹으로 집중 포화를 맞고 있다.

대통합민주신당 박영선 의원은 이 후보의 역외펀드 이용한 돈세탁 의혹을 제기했다. 박 의원은 “이 후보가 MAF라는 역외펀드를 이용한 순환출자를 통해 돈세탁을 하고 그 과정에서 세금을 대거 탈루했다”고 주장했다. MAF펀드는 BBK가 운용하던 펀드로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에 동원된 바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은 “박 의원의 주장은 명백한 거짓말”이라며 “현행 금융실명거래 및 비밀보장에 관한 법률에 의하면 제3자 명의의 금융계좌 거래내역은 법원이 발부한 압수수색 영장이 아니면 열람할 수가 없다. 박 의원이 ‘BBK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인물인 김경준씨가 운용했던 MAF 펀드의 자금 입출금 내역을 입수한 것만 보더라도 이번 사건을 정치적으로 악용하려는 불순한 의도가 있음을 알 수 있다”고 반박했다. 또 박 의원을 상대로 10억원의 손해배상 소송을 청구키로 했다.

박 의원은 한나라당의 대응에 “법원의 소송기록을 번역해 더 하고 뺀 것 없이 있는 그대로 얘기한 것을 놓고 거짓말이라고 한다. 명예훼손으로 걸어야 할 사람은 나다. 허위사실 유포죄로 고소하겠다”며 “이렇게 되면 검찰이 수사하지 않을 수 없다. 이 후보측이 스스로 무덤을 파고 있는 것”이라고 일갈했다.

서혜석 의원도 “BBK가 운용한 역외펀드 MAF와 미 소재 AM파파스 등 페이퍼컴퍼니를 통해 불법 돈세탁이 이뤄졌고 이 후보가 MAF의 회장이자 실제 소유자로 밝혀졌다”며 이 후보가 회장으로 등장하는 MAF의 홍보 브로슈어를 증거자료로 제시했다.

BBK ‘태풍’ 대선정국 강타

대선정국에 일대 파란을 불러오고 있는 BBK 사건. 여·야 의원들의 고소전과 BBK 사건의 핵심을 쥔 김경준씨의 한국 송환으로 이 사안은 검찰로 넘어가게 될 것으로 보인다.

BBK 논란은 옵셔널벤처스 주가조작 사건의 핵심 인물인 김씨가 한국 송환 요청을 하며 급물살을 타기 시작했다. 이 후보측 변호사가 판결 유예 신청을 내 김씨의 한국 송환이 불투명해지기도 했으나 이 후보의 대리인인 김백준 전 서울메트로 감사의 변호인측이 김씨의 한국 송환을 유예해 달라며 제출한 신청서를 철회했으며 이와는 별도로 미 연방법원이 김씨 한국 송환 유예신청에 대해 기각 결정을 내려 김씨의 한국 송환과 관련한 문제가 모두 해결됐다.

일각에서는 11월28일이나 29일 김씨가 한국으로 송환될 것으로 보고 시선을 고정시키고 있다. 주가조작에 연루된 BBK가 이명박 후보의 것이라고 주장하는 김씨의 귀국은 그 자체만으로도 논란을 일으키기에 충분하다. 또한 수사가 이뤄졌을 때의 파장은 가늠할 수 없을 정도로 클 것이라는 것이 대체적인 시각이다.

김씨는 대선후보 등록이 이뤄진 후인 11월25~26일 이후 귀국이 확실시 되고 있는 상태다. 검찰은 김씨가 귀국하면 특별수사팀을 꾸려 BBK에 대한 수사를 대선 전 마무리 한다는 방침이다. 하지만 그 결과는 12월19일 대선 직전에야 발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한 정치분석가는 “11월 말 김씨가 귀국하게 되면 대선과 시간차를 두지 않는 수사와 발표가 이어질 것이다. 이는 대선정국에 고삐 풀린 망아지가 뛰노는 것과 같은 형상”이라며 “그 뒷발굽에 치일 이가 여권의 대선후보인지 야권의 대선후보인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라고 속단하지 말 것을 강조했다.

또 “마지막 순간까지 최대 변수가 검찰의 손에 달린 만큼 부담감도 엄청날 것”이라며 “검찰의 ‘원칙’이 흔들리지 않는다면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은 벗을 수 있을 것”이라고 조언했다.

검찰 정치중립, 대선정국 화두

검찰은 대선정국을 가를 최대 변수를 손에 쥔 상태에서 새 검찰총장에 대한 부담감도 만만찮다. 대선을 앞두고 일분일초가 숨 막히게 돌아가는 상황에 검찰총장 임기가 만료된 것. 노 대통령은 얼마 지나지 않아 정권이 바뀌게 된다며 반대하는 일부의 반발에도 불구하고 정상명 검찰총장 후임으로 임채진 법무연수원장을 내정했다.

임채진 검찰총장 내정자는 평소 정치권과 거리를 둔 인물로 검찰 내 주요 보직을 두루 거친 행정·기획통으로 인정받고 있다. 그는 평소 “검찰의 정치적 중립성과 수사 독립성을 확보하는 것이 이 시대 검찰의 화두”라며 ‘검찰의 정치적 중립’을 강조해왔다.

한나라당 강재섭 대표는 “임 내정자에게 이번 대선정국에 철저히 중립을 지키고 검찰총장으로서 정말 제대로 된 자세를 지키겠나하는 문제를 적극적으로 물어야한다”며 견제 움직임을 내비치기도 했다. 또 “검찰은 대선정국에 부당하게 개입하거나 옳지 못한 자세로 끼어들기를 하려는 생각은 버려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정치검찰’을 꼬집었다.

정치권 내·외에서는 대선을 목전에 두고 유력 후보를 상대로 한 수사에서 임 내정자의 소신인 ‘정치적 중립’을 얼마만큼 지킬 수 있을지, 대선정국에서 그의 소신이 정치권의 검찰 흔들기를 막을 수 있을지, ‘정치검찰’이라는 오명을 얻은 검찰의 위신을 되살릴 수 있을지에 주목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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