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무조사’ 칼 들고 ‘무마용’ 대가 ‘냠냠’?
‘세무조사’ 칼 들고 ‘무마용’ 대가 ‘냠냠’?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전군표 국세청장 금품수수 의혹 파장 일파만파

▲ 전군표 현 국세청장이 인사청탁의 대가로 돈을 받았다는 주장이 일고 있다. 이를 두고 정치권 일부에서는 참여정부의 고위 공직자 관리시스템에 허점이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고 있다.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로 시작된 권력형 비리 의혹의 불길이 현 국세청장에까지 번지고 있다. 정윤재 전 청와대 의전비서관과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거쳐 급기야 전군표 현 국세청장까지 이어진 것. 정상곤 전 청장은 전 청장에게 인사청탁의 대가로 돈을 줬다고 밝힘에 따라 전군표 청장의 소환이 논의되고 있다. 검찰이 수사의 초점을 맞춘 것은 이 돈이 상습적인 금품수수인지 여부다.

돈을 여러 차례에 걸쳐 나눠 건넸다는 점이 수사망에 포착된 것. 이것이 사실로 드러날 경우 파장은 공무원 조직뿐 아니라 참여정부를 뒤흔들게 된다. 도덕성을 제일 기치로 내세우고 있는 참여정부의 위상이 갈 곳을 잃게 되는 것이다. 전 청장은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며 부인하고 있지만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참여정부가 병통을 심하게 앓고 있다. 부산 건설업자 김상진씨와 관련 노무현 대통령의 최측근인 정윤재 전 의전비서관이 구속되는가 하면 고위 공무원들의 비리가 잇따라 드러나고 있다.

김상진부터 국세청장까지

정윤재 전 청와대 비서관의 건설업자 김상진씨 비호 의혹 수사가 현 국세청장의 인사청탁 뇌물수수 의혹으로 번지고 있다. 정윤재 전 비서관은 김상진씨의 부탁으로 그와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의 만남을 주선한 혐의를 받고 있다. 정 전 비서관의 소개로 김씨를 만난 정 전 청장은 뇌물 1억원을 받고 탈세 사실이 적발된 김씨의 2개 회사는 뺀 채 세무조사를 종결지었다.

정 전 총장은 검찰수사 과정에서 “김씨로부터 세무조사 무마의 대가로 받은 1억원 중 6천만원을 전군표 국세청장에게 전달했다”고 진술, 불똥은 전 청장에게로까지 튀었다. 정 전 청장은 지난해 8월26일 김씨로부터 1억원을 받은 뒤 국세청장실 집무실에서 전 청장을 수차례 만나 6천만원을 전달했다고 진술했다. 또 이 돈은 인사청탁 명목으로 전해진 것이라 덧붙였다.

이번 사건을 수사해 온 부산지검은 정 전 청장을 상대로 1억원의 사용처를 조사하는 과정에서 이 같은 진술을 확보, 구체적인 사실 관계를 확인중이다. 검찰은 정 전 청장의 진술을 입증하는 물증을 찾아내 전 청장을 상대로 최종 확인한다는 방침이다. 물증이 확보되는 대로 전 청장 소환까지 염두에 두고 있는 것.

전 총장이 소환되면 6천만원이 관행적 상납에 의한 것인지의 여부에 수사력이 모아질 것으로 보인다. 정 전 청장이 6천만원을 여러 차례에 나눠 전달했다는 점과 이 돈을 전달한 후 정 전 청장의 보직이 만족스럽지 못한 곳으로 옮겨지는 등 실패한 인사청탁으로 마무리됐다는 이유에서다.

정 전 청장은 지난해 7월1일 부산지방국세청장에 부임한 후 1급 승진이나 유임을 원했지만 승진대상자에서 누락, 12월28일 국세청 부동산납세관리국장으로 자리를 옮긴 바 있다.

검찰은 또 정 총장이 참여정부 출범 당시 대통령직 인수위원회 경제1분과에서 일하면서 정 전 비서관과 친분을 쌓은 것에도 주목하고 있다. 정 총장이 정 전 비서관의 부탁을 받고 그와 정 전 총장의 연결에 관여했을 수도 있기 때문이다.

부산지검 관계자는 “10월24일 김태현 부산지검장이 급히 상경해 대검찰청에서 정상명 검찰총장에게 수사진행 상황과 향후 수사계획 등을 보고했다”며 “보고 자리에서 국가 세무행정과 관련된 중요한 사안인 만큼 수사를 원칙에 입각해 되도록 빨리 마무리 짓는다는 결론을 도출한 것으로 안다”고 말했다.

“사실무근” 해명, 논란은 확산

정 전 청장의 진술이 전해지자 전군표 국세청장은 해명자료를 냈다. 그는 해명자료에서 “오랜 구속수사로 궁박한 처지에 있는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이 어떤 이유에서 어떤 진술을 했는지 모르지만, 인사상 아무런 혜택을 받은 사실이 없는 사람으로부터 거액의 돈을 받을 이유도 없고 그런 사실도 전혀 없다”고 말했다.

전 청장은 또 “건설업자 김상진씨와는 일면식도 없었고 관련 개별 세무조사에 대해 보고받은 적도 없으므로 김상진씨가 정 전 부산지방국세청장을 통해 금품을 전달할 이유가 전혀 없다”고 밝혔다.

전 청장은 언론과의 인터뷰를 통해 “거대한 시나리오같이 만들어지는 느낌이 든다”며 “의혹은 전혀 사실이 아니며 검찰이 공정하게 수사할 것으로 믿는다”고 금품수수 의혹을 전면 부인했다. 하지만 전 청장의 해명에도 불구, 파장은 일파만파로 커지고 있다.

한나라당 나경원 대변인은 ‘한손에는 세무조사라는 칼을 들고 다른 한손에는 세무조사 무마용 대가 받아’라는 제목의 브리핑을 통해 전 청장과 참여정부를 거세게 질타했다.

나 대변인은 “검찰의 태도는 처음부터 소극적이었다. 처음에는 건설업자 김상진씨만 구속했다가 여론의 압력에 못 이겨 정상곤 전 부산지방국세청장, 정윤재 전 청와대비서관, 전군표 국세청장까지 이르렀다”고 지적했다.

그는 이어 “한손에는 세무조사라는 칼을 들고 다른 한손으로는 세무조사 무마를 대가로 뇌물 받는 이 정권의 세무책임자들이 놀라울 따름이다. 최고의 도덕정권을 자부하는 참여정부 국세청은 세금을 걷는 곳이 아니라 뇌물거래의 온상이 되고 만 것”이라며 국세청을 비판했다. 나 대변인은 정상곤 전 청장의 “내가 입 열면 여러 명이 다친다”는 말을 인용 “전 청장은 그 중 한명에 불과하다. 또 다른 여럿이 누구인지 밝혀야 한다”고 주장했다.

또 “전 청장보다 더 힘이 센 실세 정 전 비서관이 2천만원밖에 안 받았다는 것은 납득하기 어렵다”며 의혹을 제기하는 한편 “검찰은 더 이상 좌고우면 하지 말고 현 정권의 권력 실세들과 연관성이 고구마 줄기처럼 드러나는 정윤재 게이트 사건의 실체를 철저히 밝혀야 한다”고 강조했다.

靑 ‘변양균 파장’ 의식 ‘긴장’

전 청장의 금품수수 의혹 사건에 청와대는 바짝 긴장하고 있다. 천호선 청와대 대변인은 “조금 더 검찰수사를 지켜보겠다는 입장”이라며 신중한 태도를 보였다.

천 대변인은 “검찰이 당연히 철저하게 수사할 것으로 본다. 검찰이 수사하고 있는데 청와대가 별도로 조사하거나 개입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며 검찰 수사가 마무리 될 때까지 청와대가 나서서 국세청장 거취문제를 결정하지 않을 것임을 시사했다.

정치권은 청와대가 이 사건이 ‘현직 국세청장의 사법처리’라는 초유의 사건으로 전개될 가능성을 재고 있는 것으로 보고 있다. 또한 그렇게 전개된다면 신정아 비호 의혹으로 파장을 불러일으킨 변양균 전 청와대 실장건보다 클 것이라는 게 공통된 인식이다.

변 전 실장의 낙마와 정 전 비서관의 구속에 이어 전군표 국세청장마저 ‘권력형 비리’ 의혹에 중심에 서게 된다면 청와대는 비판에 직면한 고위직 인사 관리 시스템뿐 아니라 참여정부 전면에 내세웠던 도덕성이 다시 한 번 흔들리게 된다. 또한 관행적 상납 의혹이 짙어지면서 바닥으로 떨어진 국세청의 명예도 회복이 요원해질 것으로 보인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