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에서는 “그의 출마는 보수표를 분열시켜 세 번째 집권실패를 가져올 수 있다. 역사에 죄를 짓는 것”이라며 昌을 한껏 경계하고 있다. 하지만 昌 측근들은 “한나라당 이명박 후보가 계속 현재의 고공행진을 이어갈 순 없다”고 말한다.
昌 또한 대선 출마를 시인도 부인도 하지 않은 채 정치적 행보를 계속하고 있다. 정가에서는 昌이 무소속으로 출마하게 되면 한나라당에서도 후보 단일화를 놓고 치열한 신경전을 벌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시사신문>은 11월 대선정국을 요동치고 있는 昌의 3가지 속셈을 낱낱이 분석한다. 이와 함께 이명박 저격수로 나선 ‘친박’ 유승민 의원의 내년 총선 지분권 확보 내막과 ‘차기 박근혜 대세론’ 속셈,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따른 박근혜 전 대표의 행보, BBK 김경준 송환 이후 대선정국의 마지막 혈투(?) 등을 파헤친다.
‘앞니(李)’ 이명박 후보와 ‘뒷니’ 이회창 전 총재가 ‘二床一夢’을 꾸고 있다. ‘앞니’ 이 후보는 ‘뒷니’ 이 전 총재가 대선 출마를 저울질하지 말고 ‘가만히’ 있어주기를 바라고 있다. ‘뒷니’ 이 전 총재는 ‘의혹덩어리’ 이 후보의 지지율 추이를 지켜보며 대선 출마에 따른 발 빠른 행보를 보이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이 전 총재의 대선 재출마에 대해 불쾌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하지만 정가에서는 이 전 총재가 재출마하게 되면 한나라당에서도 후보 단일화가 불가피할 것이라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昌, 대선출마 행보 그 속내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의 대선 재출마는 ‘노욕’인가, ‘구국의 결단’인가. 이 전 총재 지지모임 ‘충청의 미래’ 회원들은 “아무리 찾아봐도 이회창이 제일이다. 정치꾼이나 설익은 정치인에게 나라를 맡길 수 없다”며 이 전 총재 대선 재출마를 부채질하고 있다.
정치권 안팎에서도 이 전 총재의 재출마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있다. 이 전 총재 이흥주 전 특보는 “출마라고 꼭 꼬집어 얘기하지 말라. 이 전 총재가 이른 시간 내에 입장을 밝힐 것으로 본다”며 이 전 총재의 출마 가능성을 예고하고 있다.
이 전 총재도 마찬가지다. 이 전 총재는 “지금은 무슨 말씀을 드릴지 정리할 수 없는 상황이기 때문에 여러분이 원하는 대답을 하기는 어렵다”고 말한다. 이는 50%대의 지지율을 꾸준히 지키고 있는 이명박 후보가 BBK 사건 등으로 지지율이 떨어지면 언제든지 출마할 수도 있다는 뜻과 함께 대선정국을 주도하겠다는 고도의 속셈이 숨어 있다.
이 전 총재의 속셈은 ‘窓’ ‘창’ ‘創’, 이 세 가지로 요약할 수 있다. 첫째는 ‘이회창은 살아 있다’는 당내 정치적 위상정립을 위한 얼굴마담으로서의 ‘窓’이 되기 위해서다.
둘째는 지지자 결집을 통해 대선정국을 주도하면서 내년 총선 지분권 획득을 위한, 이 후보를 압박하는 ‘창’이 되기 위해서다. 셋째는 각종 비리의혹을 안고 있는 이 후보로서는 집권하기 어렵다고 판단, 직접 출마해 대권을 탈환, 진보 중심의 국가체재를 보수 중심으로 바꾸는 ‘創’이 되기 위해서다.
이 후보 측에서는 이 전 총재의 대선 재출마 움직임을 ‘窓’으로 보고 있다.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의 대선 승리를 위해 출마를 포기한 것처럼 보임으로서 당내 정치적 위상을 전직 대통령 예우 정도로 격상시키겠다는 것이다.
이 후보와 가까운 한 인사는 “이 전 총재는 신중하고 또 신중한 사람”이라며 “좌파정권을 끝내야 한다고 말해 왔는데 오히려 방해가 되는 일은 끝내 하지 않을 것”이라고 판단하고 있다.
한나라당 주변에서는 이 전 총재 출마를 ‘창’에 빗댄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따른 저울질은 내년 총선 때 측근들을 심기 위한 ‘대 이명박 압박작전’이라는 것.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에서는 “내년 총선을 염두에 둔 사람들이 이 전 총재를 부추기고 있지만 이 전 총재가 쉽게 결정하진 않을 것”이라고 진단한다.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재의 출마를 ‘創’에 무게중심을 둔다. BBK 주가조작 사건과 상암동 디지털미디어시티(DMC) 특혜분양 의혹이 사실로 확인되면 이 후보가 ‘중도 하차’ 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이 후보가 중간에 접어야 한다면 이회창 후보론이 소설에 머물지만은 않는다”며 “그러나 현재로선 ‘가능성 제로’”라고 못박았다.
유승민, 총선 지분 ‘차기 박근혜’
유승민 한나라당 의원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박근혜 전 대표의 핵심 측근으로 경선과정에서 이명박 후보 ‘저격수’ 역할을 자임했던 유 의원이 이 후보를 겨냥한 발언들을 거침없이 쏟아내고 있기 때문이다.
유 의원은 최근 국회 재정경제위원회의 국세청 감사에서 전군표 국세청장을 상대로 “대선, 총선에 상관없이 탈세혐의가 있으면 국세청이 정상적으로 활동하는 것이 원칙”이라며 “무슨 근거로 (대통령 후보 친·인척의 부동산 거래 자료 등이 담긴) 국세청 통합전산망 접근을 차단했냐”고 꼬치꼬치 캐물었다.
유 의원의 이 같은 질문은 한나라당의 공식입장과는 반대되는 발언이다. 특히 유 의원의 “대선, 총선에 상관없이 탈세혐의가 있으면”이란 발언은 이 후보를 정면으로 겨냥한 것이라 볼 수 있다.
이에 앞서 유 의원은 최근 한나라당 의원총회에서도 이 후보의 ‘한반도 대운하’ 공약을 무기명 비밀투표를 거쳐 당론으로 정하자고 강하게 주장, 이병석 의원과 거친 말타툼을 벌인 바 있다.
이때 유 의원은 “이 후보를 겨냥한 것도 아니고 원칙을 얘기했을 뿐이다. 오해할 것 없다. 대선에서 지역구에서 투표율을 많이 올리는 것이 내 역할이다”라고 말한 뒤 “박 전 대표와 정치적 행보를 같이 한다”고 스스럼없이 내뱉었다.
정치권에서는 유 의원의 이같은 발언이 내년 총선 공천권을 향한 발 빠른 행보이자 한나라당 ‘차기 대선후보 박근혜’ 대세론 선점을 위한 장기적인 포석이라 내다보고 있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에서는 “자신의 존재 확인을 하려는 것과 다른 정치적 의도도 있는 것 같다. 왈가왈부할 수도 없고 결국은 포용해야 할 대상”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 전 대표의 움직임도 심상치 않다. 박 전 대표는 최근 경선 캠프 실무진들과 오찬을 함께 하면서 “가장 열심히 고생한 사람들이라 좀 더 끈끈한 전우애 같은 것을 느낀다. 나라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고 말했다.
박 전 대표의 이 발언은 내년 총선 때 이 후보 측에게 밀리지 말고 ‘끈끈한 전우애’로 열심히 뛰어달라는 말에 다름 아니다. 또한 ‘나라와 국가를 위해 열심히 일해 달라’는 말은 박 전 대표가 차기 대선주자가 되면 다시 한번 밀어달라는 숨은 뜻이 들어 있다.
이회창 출마=이명박 낙마

이 후보 측에서는 변함없는 50%대 지지율로 안정권에 들었다고 보고 있지만 이 후보로서는 이번 대선에서 확실한 승기를 잡기 위해서는 누구보다도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의 도움이 절실히 필요하다.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은 “범여권이 정비되고 본격적으로 맞붙게 되면 이 후보가 현재처럼 간다는 보장이 없다”며 “대중적 인기가 높은 박 전 대표가 음양으로 꽤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이 전 총재는 이 후보가 ‘시원치 않다’고 보는 강경 보수세력을 끌어들이는 효과와 함께 당에 좀더 확실히 착근하는 계기를 열어줄 것”이라며,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에게 힘을 실어줄 것을 바라고 있다.
이에 대해 한나라당 관계자는 “박 전 대표나 이 전 총재가 이 후보에게 등을 돌린다면 어려운 상황이 올 수도 있다”며 “이 후보의 리더십이 실험대에 선 모양새”라고 설명했다.
이 후보의 고민이 여기에 있다. 이번에 박 전 대표와 이 전 총재를 확실하게 끌어안지 못하면 ‘리더십 부재’라는 또 하나의 악재를 만날 수도 있다. 게다가 이 후보를 더 불안케 하는 요인은 이 전 총재의 재출마설이다.
한나라당 지도부에서는 “이회창 출마가 보수 진영을 분열시킴으로써 ‘대세론’을 무너뜨릴 수 있다”며 경계령을 내리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재출마 선언을 한 뒤 박 전 대표를 선대위원장으로 앉힌다면 문제는 달라진다.
BBK 사건 등 각종 재산 비리 의혹에 연루되어 있는 약점 많은 이 후보로서는 ‘이회창 대세론’에 밀려 자칫 ‘낙마’할 수도 있다. 게다가 BBK 사건에서 투명성을 확보한다 해도 ‘이회창 후보=박근혜 선대위원장’ 체재와의 야권 후보 단일화에서 반드시 이긴다는 보장도 없다.
이 후보가 대선행보를 시작하면서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에게 끊임없이 러브콜을 보내는 이유도 이러한 우려가 현실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KEY는 BBK 김경준
BBK 김경준의 조기 송환이 이회창 전 총재의 대권 재출마를 더욱 부추기고 있다. 그렇잖아도 여러 가지 재산 비리 의혹에 시달리고 있는 이명박 후보로서는 ‘엎친데 덮친 격’이라 할 수 있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이 전 총재 출마설에 대한 특별한 논평을 내놓지 않고 있다. 이는 아직까지 떠도는 소문에 불과한 이 전 총재의 재출마 문제를 자칫 잘못 해석하게 되면 ‘혹 떼려다 혹 붙이는 꼴’을 당할 수도 있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도 “나오신다고 한 것도 아닌데 그런 질문 자체가 적합하지 않다고 생각한다”며 말을 아꼈다.
한나라당 등 정치권에서는 이 전 총재의 대선 출마설에 대해 “대선에 두 번이나 출마해 실패했는데 무소속 출마는 현실적으로 가능하지도 않고, 명분도 없다”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이 총재 측에서 이 후보를 한나라당 내에서도 100% 지지를 받지 못하는 ‘반쪽짜리 후보’라는 점을 내세우며 재출마하게 되면 일부 보수층의 지지가 이 전 총재에게로 쏠릴 수밖에 없다.
정치권에서는 BBK 주가조작 사건이 검찰 조사에 들어가게 되면 이 후보에 대한 의혹이 진실이든 거짓이든 지지율이 3~40%대로 떨어질 것이라 점치고 있다. 이와 함께 반사적으로 범여권 단일후보의 지지율은 크게 오를 것이라 내다보고 있다. 그렇게 되면 수세에 몰린 한나라당으로서도 ‘제2후보’를 떠올릴 수밖에 없다는 것.
한나라당 안팎에서도 이 후보가 범여권과 검찰이 잇따라 터뜨리는 ‘검증 폭탄’을 맞으며 지지율이 크게 떨어지는 상황에서 ‘제2후보’를 선택하지 않고 대선일을 맞이하는 것을 ‘최악의 시나리오’로 보고 있다.
정치권에서는 BBK 의혹이 밝혀지면 이 후보의 지지율이 40%대 수준까지 떨어질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게다가 범여권에서 후보 단일화를 통한 지지율 상승을 호기로 삼아 이 후보 이탈표와 부동표까지 흡수하기 시작하면 ‘이명박 필패론’이 고개를 치켜들 수밖에 없다.
이 전 총재 측에서 제2후보는 이 전 총재밖에 없다며 이 전 총재에게 재출마를 끊임없이 요구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박 전 대표도 마찬가지다. 박 전 대표는 경선에서 낙마했기 때문에 이번 대선에는 출마할 수가 없다. 게다가 BBK 주가조작 사건에 이 후보가 개입했다는 것이 사실로 드러나면 한나라당 내부에서 ‘후보 교체’라는 자중지란이 일어날 수밖에 없다.
박 전 대표가 이 전 총재 출마설과 지원 여부에 대해 극도로 말을 아끼는 것도, 이 후보 낙마설이 끊임없이 떠도는 것도, 이 전 총재 재출마와 관련 ‘제2후보론’이 나오는 것도, BBK가 몰고 온 또 하나의 강력한 쓰나미임에 틀림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