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튜 배틀스의
이곳 서고에서 도서관은 책이 죽으면 가는 장소처럼 보인다. 책들은 스스로를 신비화하면서 흔적도 없이 사라져버린다. 시대를 거치면서 도서관은 성장과 변화, 번성과 쇠퇴를 거듭해왔다. 그 과정에서 우리는 책이 쏟아놓는 지식과 완전성의 신화에 사로잡혀 알렉산드리아를 따라잡으려 애쓰기도 하고, 파르나소스에서의 휴식을 추구하기도 한다. 눈이 보이는 사서는 맹인 보르헤스가 서고를 더듬거리다 발견한 성스러운 역설, 즉 책은 우리에게서 벗어날수록 보존이 잘 된다는 역설 앞에서 머리를 세게 얻어맞은 충격에 휩싸인다. 하지만 우리로 하여금 계속 책을 수집해들이게 하는 것은 바로 이런 역설이다."
어느 문학 작품의 한 구절이냐고? 천만에, 이는 수세기에 걸친 세계 각국의 '도서관 역사'를 담아낸 매튜 배틀스의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 본문 290쪽에 등장하는 대목이다. 이처럼 이 책은 얼핏 단순한 '사건 나열'로 이어질 법한 '도서관'이라는 '시스템'의 역사에 도서관 자체의 의미와 그에 따른 인류학적 보고까지도 겸하고 있는 서적이다.
여기서 잠시 <도서관, 그 소란스러운 역사>의 저자인 매튜 배틀스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하버드 대학교의 희귀본 도서관인 휴턴 도서관 사서이자 <하버드 도서관 회보(Harvard Library Bulletin)>의 편집자로 알려져 있는 배틀스는, <보스턴 북 리뷰(The Boston Book Review)>, <런던 리뷰 오브 북스(The London Review of Books)> 등에 에세이와 비평을 기고해온 문필가이기도 하며, <하퍼스 매거진(Harper's Magazine)>의 객원 기고가로도 활동중인 정력적인 인물. 현재 와이드너 도서관의 역사와 글쓰기의 역사에 관한 책을 집필 중인 그야말로, '도서관'과 '글쓰기'의 달인으로서, 어찌보면, 이 같은 책을 쓸 수 있는 몇 안 되는 '자격'의 인물일 듯.
한편, 이만한 '경력'의 인물인만치 그가 그려낸 도서관의 역사 또한 알차고 흥미진진하다. 배틀스는 이 책을 통해 독자들을 그가 도서관 사서로 재임하고 있는 보스턴에서부터 바그다드, 고전기록실과 중세 수도원, 바티칸에서 영국의 국립 도서관 사회주의자 '전용' 독서실, 지역도서관에 이르기까지 '도서관'의 형태를 갖추고 있으며, 또 '도서관의 역사'를 증명해 줄 만한 유적들을 모조리 찾아다니며 우리에게 이 지적보관소가 어떤 과정과 형태를 거쳐 변화해왔는가를 살펴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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