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시이+가와이', 그 9년 만의 업적
'오시이+가와이', 그 9년 만의 업적
  • 이문원
  • 승인 2004.10.11 15:38
  • 댓글 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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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와이 켄지의 O.S.T.
얼마 전 국내개봉된 화제작 <이노센스>. 오시이 마모루의 '세기의 걸작 애니메이션' <공각기동대>에 반해버린 팬들에게 9년만에 다가온 그 후속작. 일본 애니메이션 - 재패니메이션 - 역사상 최초로 깐느영화제 경쟁부문에 입성한 기념비적 작품이자, 다시 한번 세계 애니메이션계를 경악시킨 작품. 그러나 '오시이 마모루'라는 이름 하나로 대표되기에, <이노센스>는 너무나도 많은 '결정적 요소'들을 지니고 있고, 그 대표적 예로써 <공각기동대>에 이어 다시 한번 그 후속작에서도 오시이 마모루와 손잡고 환상적인 음악을 만들어낸 가와이 켄지의 이름을 들 수 있을 것이다. 여기서 잠시 가와이 켄지라는 걸출한 영화음악가에 대해 알아보기로 하자. 가와이 켄지는 1957년 도쿄 생으로, 도카이 대학 공학부 원자력 공학과 중퇴 후 기타리스트 및 작곡가로서 활동한 바 있는 인물이다. 초등학교 시절부터 기타를 연주하기 시작했으며, 22세에 이르러 '제 1회 MAZDA 컬리지 사운드 페스티벌'에서 우승하면서 본격적으로 음악의 길을 걷기 시작한, 어찌보면 '뮤지션'으로서 순탄대로를 걸은 인물. 물론 그의 재능이 뒷받침되었기에 가능한 일이었겠지만, 이후 그는 작곡가 후쿠노 요시카즈의 백밴드로 활동을 시작했는데, 이것이 인연이 되어 애니메이션 음악계에 발을 들이놓게 되었다. 오시이 마모루 감독과는 애니메이션 <붉은 안경>때부터 인연을 맺어, 이후 <패트레이버>, <공각기동대>, 그리고 국내에서도 공개된 바 있는 오시이 감독의 '실사' 영화 <아발론> 등의 음악을 창조해냈는데, 실사영화에서는 일본 호러영화 거장 나카다 히데오와 '죽'이 맞아 <링 2>, <유리의 뇌>, <검은 물 밑에서> 등의 영화음악을 맡은 바 있어, '가와이는 '실사'는 나카다, '아니메'는 오시이'라는 기묘한 공식을 만들어내기도 했다. 다시 <이노센스>의 O.S.T. 앨범 이야기로 돌아가자면, 이번 앨범은 <공각기동대>의 O.S.T. 팬들을 적극적으로 만족시킬 채비를 갖추고 있는 앨범이다. 전작의 O.S.T.가 보여준 몽환성과 날카로운 기계적 감수성이 혼합된 음악이 다시 한번 재현되는 상황을 들어볼 수 있고, 첫 트랙 'Dungeon'에서부터 엔딩 트랙 'Follow Me'(이토 키미코가 부른다)까지, 전작과 '방향'을 같이 하면서도 정작 '전혀 다른 음악'처럼 오리지널리티를 확보해내는 아슬아슬한 성과가 그대로 가와이 업적으로 기억될 수 있을 법하다. 영화의 충격을 그대로 이어가고픈 팬들 뿐만 아니라, 영화를 아직 보지 못한 이들까지도 영화가 전해주는 독특한 감수성을 전달해낼 수 있는 최상의 O.S.T. 중 하나로써 반드시 추천하고픈 앨범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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