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마도 이인제 후보가 이런 주장을 하는 이유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고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와 본격적으로 손을 잡을 경우 자신이 주창한 ‘충청 대통령론’이 타격을 받아 충청권 기반마저 무너질 수 있다고 보기 때문일 것이다. 충청 대통령론, 이거 지역주의적 발상이 아닌가. 정책과 비전은 고사하고 변명에 지역주의 부추기라...이인제 후보에게서 어떤 의미를 찾는 다는 것이 너무 무의미해 보인다.
그래도 이인제씨가 민주당의 후보가 된 것에는 하늘의 뜻이 있으리라. 그 하늘의 뜻을 찾아보자.
이인제 후보가 호남 유세에서 한 말이다. “....호남이 목숨을 걸고 아들 같이 키운 민주당이 죽고 나서 통곡을 하면 아무 소용이 없다. 한나라 당은 뿌리가 썩은 나무이고 대통합민주신당은 뿌리가 없으며 민주당은 뿌리가 튼튼한 나무인데 가지가 상처를 입었다....민주당이 이번 대선에서 살아나야 나라가 살고 고통 받는 서민과 중산층이 행복해 질 수 있다...”
그렇다. 현대판 사육신이라 할 수 있는 박상천도 아니고 조순형도 아니고 이 이인제 후보에게 야당의 뿌리인 민주당이 운명을 걸고 있다. 참 슬픈 일이지 않을 수 없다. 그래서 눈물을 머금고 이인제 후보에게 고언하고자 한다. 민주세력의 뿌리인 민주당의 운명을 지키려 함이 진실이라면 제발 총선에만 염두에 둔 듯한 지역주의적 발상에서 벗어나 주기를 바란다. 그러면 비로소 이 난해한 정국의 해법이 이인제 후보의 눈에도 보일 것이다.
이인제 후보는 이회창 전 총재를 공격하면서 자신이 민주세력에 편입되리라 생각하겠지만 과연 그리 되겠는가? 누가 뭐래도 이인제 후보는 안 된다.
그리고 이번 대선이 참여정부에 대한 심판인가? 한나라당에 대한 심판인가? 한나라당은 이미 두 번의 대선 실패로 국민의 심판을 받은 정당이다. 그렇다면 이회창 전 총재를 공격해야 하겠는가? 정동영 후보를 공격해야 하겠는가? 이인제 후보는 빨리 무게중심을 잡기 바란다.
그럼에도 이인제 후보는 민주당 분당세력의 우두머리인 정 후보에게 개혁정권 수립을 위한 토론을 제안하면서 연대의 의사를 밝히고 있다. 정 후보가 답답하겠는가? 이 후보가 답답하겠는가? 정 후보가 손을 내밀어야 단일화가 성사되겠는가? 이 후보가 손을 내밀어야 성사 되겠는가? 대통령이 되겠다는 사람이 어찌 이렇게 일을 뒤집어 할 수 있단 말인가.
같은 충청권인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가 가져다주는 위기를 돌파할 방법으로 이인제 후보는 후보 단일화를 구상하는 것 같다.
후보 단일화가 필요한가? 그렇다면 왜 필요 한가? 낮은 지지율을 끌어올리기 위함이 아닌가? 그럼 왜 범여권의 지지율이 낮은가? 노무현 정권의 실정 때문이 아닌가? 이 어려운 정국을 풀기 위한 해법은 무엇인가? 단순한 정치공학적인 이합집산으로 가능하겠는가? 이 어려운 정국을 풀어줄 키는 그래서 노정권의 실정의 책임이 있는 정 후보가 쥐고 있다. 정 후보가 참여정부의 실정을 반성하면서 후보에서 사퇴해야 한다.
지지율이 오르는 방법이 그것만은 아니다. 그러나 일에는 순서가 있다. 아무리 옳은 말도 자격 없는 사람이 하면 의미가 없다. 그렇다면 그 자격을 얻는 것이 순서가 아닌가. 이 순서가 틀어지면 어떤 방법으로도 범여권의 지지는 오르기 어렵다. 그런 점에서 이 순서를 어긴 단일화, 아무리 해봐도 의미가 없다.
이인제 후보가 이회창 전 총재를 공격한다고 나올 사람이 안 나오겠는가? 물론 이인제 후보가 정 후보를 공격해도 정 후보가 듣는다는 보장도 없다. 그러나 최소한 이회창 전 총재를 공격하는 것 보다는 정 후보를 공격하는 것이 더 합리적이고 또 훨씬 더 성과를 기대할 수 있다. 이인제 후보는 왜 이런 사실을 모르고 있는가?
사실 정 후보가 사퇴를 하던 하지 않던 이 전 총재의 출마가 기정사실화 되고 난 다음 단일화는 범여권의 가장 중요한 화두가 되었다. 그러나 이인제 후보나 정동영 후보나 문국현 후보 개인뿐 아니라 당의 속성도 아주 달라서 완전한 통합은 힘들어 보인다. 그렇다고 후보 연대마저 불가능하지는 않다. 이 연대의 매개가 아마도 개헌일 가능성이 아주 높다.
문 후보는 4년 중임제를 내걸었다. 그러면서 내각제 개헌에 대해서도 논의 가능하다고 했다. 이 발언은 아주 전략적으로 보인다. 어쨌든 개헌의 필요성에 대해서는 정 후보도 동의 하고 이인제 후보도 분권형 대통령제로의 개헌의 필요성을 주창한 바 있다. 범여권의 이런 복심이 탄력을 받기 위해서는 일단 지지율이 조금 올라야 한다. 지지율이 지금처럼 낮으면 이런 구상은 아무 의미가 없다.
이런 상황을 감지했는지 한국일보 4일자 기사에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가 이 전 총재를 상대로 내각제를 하자고 제안했다고 한다.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20% 수준이다. 개헌이 범여권 연대의 중요한 매개이고 또 범여권의 현 지지율로 개헌을 독자적으로 추진하기 어려운 상황임을 감안하면 이인제 후보로서는 쌍수를 들고 환영해야 할 일이 아닌가. 그럼에도 “부패 세력과 연대하겠다고 하는 것이 제정신이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위기감 때문인 것으로 풀이된다. 적은 이익에 눈이 먼 것으로 보인다.
정동영 후보가 뻔뻔하게 버티고 있다. 이인제 후보도 정국을 뒤집어서 보고 있다. 문국현 후보도 낮은 지지율 속에서 고군분투 하고 있다. 이러다가는 아무리 한나라당이 이명박 이회창으로 분열해도 이번 대통령 선거는 하나마나다. 범여권 몰락이 눈에 선하다.
이인제 후보여 제발 정신 차리길 바란다. 내가 왜 다른 사람도 아니고 되지도 않을 이인제 후보에게 권할까? 왜냐하면 이인제 후보가 더 가능성이 없기 때문이다. 이인제 후보보다는 조금이나마 더 많은 가능성을 가진 정동영 후보가 그 가능성을 포기하는 것이 이인제 후보보다 더 어렵지 않겠는가.
정동영 후보가 이인제 후보보다 약간 더 많은 가능성에 저토록 아집에서 벗어나지 못한다면 이젠 범여권의 운명은 이인제 후보에게 달렸다. 이것이 이인제 후보에게 실린 하늘의 두 번째 뜻이리라.
이인제 후보는 안 된다. 그러나 민주당의 후보가 됐다. 그것은 여론보다는 과거 몇 백만 표를 획득할 수 있었던 조직의 힘이 다른 후보보다 컸기 때문일 것이다. 그래서 민주적 정통을 이어가는 민주당과 범여권을 구할 하늘의 뜻을 부여받았다. 그 뜻을 저버리지 말기를 바란다. 그렇지 않으면 이인제 후보는 더 처참하게 추락할 것이다.
그 방법이 바로 자신이 안 된다는 것을 파악해서 적은 이익을 버리는 것이다. 그리고 뒤집힌 시각을 공명정대한 시각으로 교정하는 것이다. 옛날부터 버린 자가 더 큰 것을 얻는다고 했다. 그럼으로써 구두선의 사과로 도저히 회복하기 어려운 과거 경선불복의 멍에를 벋고 대한민국의 큰 지도자 반열에 오를 수 있는 기회를 놓치지 않기를 바란다. 그 큰 것이 무엇이고 천심이 무엇인가를 다시 한 번 잘 통찰하기를 촉구한다.
'꿈의배반' 저자 양호길
참조 : www.mediamob.co.kr/phirl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