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루가 다르게 기온이 떨어지는 가운데 휘발유, 등유 등 에너지 가격은 연일 최고치를 경신하며 폭등세를 이어가고 있다. 운전자들은 기름값을 한 푼이라도 아끼기 위해 ‘저가 주유소’를 찾아다니고, 자치단체는 관용차 대신 자전거를 이용하게 하는 등 갖은 묘안을 짜내고 있는 실정이다. 하지만 이런 근시안적인 묘안으로는 대책이 안서는 분야가 있다.
겨울철 난방에 100% 의지해야 하는 하우스나 유리온실, 시설채소, 화훼농가가 바로 그것이다. 급등하는 고유가에 견뎌낼 재간이 없는 농민들은 정부가 난방비를 줄일 수 있는 시설을 개발하거나 값싼 대체연료는 보급하는 등 근본적인 대안을 제시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
국제유가 연일 최고치 갱신 ‘대락난감’
겨울철 난방비 부담 눈덩이처럼 불어나
최근 국제 유가가 연일 최고치를 갈아 치우면서 겨울철 난방비 부담이 눈덩이처럼 불어나 하우스, 유리온실 등 시설채소 재배를 하는 농민들이 울상을 짓고 있다.
“농민들은 어떡하라고”

엎친데 덮친 격으로 정부에서 제공하는 면세유 가격도 덩달아 오르면서 겨울 농사를 앞둔 농민들의 걱정이 이만저만이 아니다.
지난 11월1일 지역 농가들에 따르면 2년 전까지 ℓ당 3백원 대였던 난방용 면세경유 가격이 올해 초 5백원대 후반으로 오르더니 지난 10월 말에는 7백원 대까지 급등하는 등 난방비 압박이 커졌다.
이에 따라 겨울철 난방에 100% 의존해야 하는 일부 시설농가는 고유가 시대를 맞아 장미와 오이, 토마토 등 추위에 약한 고소득 작목 대신 기름값이 적게 들거나 난방유가 필요 없지만 저소득 작물이면서 추위에 강한 일반 직물로 빠르게 전환하고 있다.
또 배럴당 유가 1백달러 돌파가 현실화 되고 유가상승으로 농가의 원가 부담이 커질 경우 농작물의 가격상승으로 인한 불안감은 물론 영세한 농가의 경우 농사 포기사태도 우려된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에서 화훼농장을 운영하는 정영주(47)씨는 “지난해 6백평 규모의 농장을 운영하는데 1년 2천5백만원의 난방비가 소요됐다”며 “올해 경유 값이 또 폭등했다는 소식을 듣고 고민하다가 난방기구를 전기온풍기로 바꿨다”고 말했다.
정씨는 “기름값이 계속 오르면 화훼농가에 큰 영향을 미친다”며 “일부 영세 시설농가는 난방비 때문에 농사를 포기하기도 한다”며 분통을 터뜨렸다.
실제 화훼농가가 시설하우스 난방연료로 사용하는 벙커C유 한 드럼(200ℓ) 가격이 지난 10월29일 9만6천2백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6만8천원)보다 42%나 올랐다. 경남 김해 대동면에서 카네이션 농사를 짓고 있는 김모(47)씨의 경우 3000㎡ 농장의 올해 월 평균 벙커C유 값이 4백80만여 원으로 지난해 3백40만여 원에 비해 1백40만여 원이나 늘어났다.
경기 고양시 덕양구 화훼단지에서 장미 농원을 운영하고 있는 한 농민은 “요즘 농가들이 너무 어렵다. 기름값이 너무 많이 올라서 굉장히 힘든 상태다”고 말했다.
또 다른 농민은 “국제유가가 계속 올라가면서 농가들이 사용하는 난방용 경유 값이 해마다 10%이상 올랐다. 여기에다 올 겨울 날씨가 예년보다 더 추워질 것으로 예상되기 때문에 농민들은 죽을 맛이다. 특히 화훼 농가는 원가에서 난방비가 차지하는 비율이 절반이 넘기 때문에 걱정이 태산이다”고 말했다.
“대체에너지로 눈 돌려라”

정부의 정책적인 지원이 미비한 현재로서는 농민들이 발 빠르게 자구책을 마련하는 것이 훨씬 이득이다. 비싼 기름 대신 갈탄이나 연탄, 나무를 연료로 하는 보일러로 교체하는 농가도 속속 늘고 있지만 사람 손이 상시로 필요하기 때문에 효율성이 떨어지고 이마저 가격이 덩달아 상승해 쉽지 않다는 지적이다.
도시가스도 다음달 1일부터 ㎥당 2.6%(소비자요금 기준) 인상돼 가구당 월평균 1천2백9원정도 부담이 늘게 됐다. 연탄 가격도 적잖게 오를 전망이다. 정부가 수요관리를 위해 2011년까지 매년 30%씩 올리기로 했기 때문이다.
이런 단점들을 보완하기 위해 전기를 이용한 신제품들이 등장하고 있지만 난방시설 교체에 따른 비용 부담이 엄청나 일반 농가에서는 엄두도 내지 못하는 실정이다.
화훼농가를 운영하고 있는 농민들은 “농장 규모를 줄이거나 연탄 등의 다른 난방연료로 대체하거나 대책을 세워야 하는데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한 가운데 겨울은 점점 다가오니 걱정이 태산”이라고 털어놨다.
하지만 정부는 배럴당 1백달러에 육박하는 사상 초유의 고유가시대에 적극적인 대책을 마련하지 않은 채 시장원리에 따라 대처하겠다는 원론적인 입장만 되풀이 하고 있다. 유류세 인하, 비축유 방출, 강제조치, 유가안정기금 등 단기대책은 ‘마지막 카드’이기 때문에 당장 꺼내긴 힘들다는 것이다. 사실상 속수무책인 정부의 유가정책에 서민들은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