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나라 ‘자중지란’…이명박 ‘낙마’ 초읽기
한나라 ‘자중지란’…이명박 ‘낙마’ 초읽기
이 기사를 공유합니다

이회창 대선출마…정치적 새둥지 틀고 한나라당 저격

한나라당이 ‘자중지란’에 빠졌다.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회창 전 총재 2002년 대선자금문제를 도마 위에 올려 ‘자충수’를 두었기 때문이다. ‘입단속’을 누누이 강조했던 이명박 후보는 화를 벌컥 냈고, 이 전 총재는 재출마를 기정사실화했다.

지금 이 전 총재의 지지율(16.6%)은 신당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14.2%)까지 훌쩍 뛰어넘어 2위 자리에 올라섰다. 범보수우파 진영에서는 BBK, 각종 차명재산 의혹 등으로 도덕성에 흠집을 입고 있는 이명박 후보의 대안으로 이회창-박근혜 체재를 내세우며 범보수우파 총결집에 나서고 있다.

한나라당에서는 ‘昌’ 후폭풍에 대비, 이 후보와 한나라당 지키기에 동분서주하고 있고, 다급해진 이 후보는 박근혜 모시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 붓고 있다. 한 치 앞도 내다볼 수 없는 제17대 대선정국. 한나라당은 이 후보 대안으로 昌朴체재를 선택할 것인가. 박 전 대표는 내년 총선 지분권과 차기 대권을 위해 이 전 총재의 선대위원장을 맡아 이 후보 저격수 역할을 자임할까.

제17대 ‘대선의 바다’를 순항하던 한나라호가 ‘昌’ 이라는 큰 암초에 부딪쳤다. 이명박 후보를 낙마시킬 BBK란 파도도 사납게 몰려오고 있다. 이대로 가다가는 한나라호가 대선의 바다 속으로 좌초할 수밖에 없다. 까닭에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를 따르는 범보수우파 진영은 한나라호 선장(이명박)을 ‘昌’으로 바꾸기 위한 총공세에 나서고 있다.



창과 방패, 누가 이길까

이회창 전 총재의 대선 재출마라는 날카로운 창이 이명박 후보의 가슴을 겨누자 이 후보가 두 개의 방패를 꺼내들었다.

첫 번째 방패는 BBK 주가조작사건에 따른 이 후보의 연루설이 아무런 관계가 없다는 것을 범보수우파 진영에 직접 설명하는 ‘설득용’ 방패다. 두 번째 방패는 이 후보가 박근혜 측 세력을 제대로 껴안지 못한데 있다고 보고 박 전 대표 측의 불만을 달래는 ‘달래기용’ 방패다.

이 후보의 핵심측근은 최근 “이 전 총재 출마의 핵심은 BBK 주가조작사건”이라며 “(이 전 총재는) 이 후보가 이 사건으로 낙마할 가능성이 있다는 것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이 후보가 “현재 공석인 지명직 최고위원 임명은 당 화합을 위해 강 대표가 전적으로 알아서 하라”는 말을 내뱉은 것도 李朴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한꺼번에 잡겠다는 깊은 뜻이 숨겨져 있다.

이 후보의 이러한 결단의 중심에는 최근 강재섭 대표와 이재오 최고위원의 충돌에 이어 박 전 대표 측 유승민 의원이 이 최고위원의 사퇴를 촉구하며 “이 후보가 직접 나서 엄중한 가시적 조치를 취하라”는 보도자료 등으로 당내 계파 간 갈등이 일고 있기 때문이다. 또한 이러한 당내 계파 간 갈등이 결국 이 전 총재의 출마로 이어졌다고 판단한 것이다.

이 후보는 그동안 ‘이명박 중심의 범보수우파 통합’을 위해 李朴에게 고개를 한껏 내리고 있었다. 근데 이방호 사무총장이 이 전 총재의 대선자금 문제를 거론, 대형사고를 치고 말았다. 여기에 이 후보의 핵심 측근인 김덕룡 의원까지 “(이 전 총재가) 잘못된 선택을 하면 국민이 심판하지 않겠느냐”며 가세했다.

이 후보가 화를 벌컥 낸 것도 이 때문이다. 이 후보로서는 범보수우파 결집을 위해 가장 필요한 사람이 이 전 총재와 박 전 대표였다. 이 두 사람을 끌어안지 못하면 이 후보는 범보수우파 진영의 진정한 수장으로 거듭날 수가 없다.

따라서 이명박 후보가 고심 끝에 꺼내든 두 개의 방패는 이회창 전 총재의 오래 벼린 날카로운 창에 산산조각 날 위험에 처해 있다.

한나라 ‘이회창 죽이기’ 총력전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이 ‘이회창 죽이기’에 바짓가랑이까지 걷어붙였다. 정가에 ‘이회창 후보=박근혜 선대위원장’ 설이 나돌면서 이 후보와 한나라당으로서는 이 전 총재 재출마의 부당성을 적극 홍보하는 길만이 살 길이기 때문이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이회창 죽이기’의 제1카드로 꺼내든 것이 ‘여론’이다. 이는 이 전 총재의 재출마가 높은 지지율 때문이라고 보고 ‘눈에는 눈 이에는 이’식으로 대응하겠다는 전략이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이 “여론조사 착시현상 때문에 순간적으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이 크게 올라가는 것처럼 보이지만 명분이 없기 때문에 결국은 국민이 가만 두지 않을 것”이라며 “여론이 결정해 줄 것으로 믿는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전략의 하나다.

이 후보 측은 이 후보와 당내 원로급 인사들의 강한 질타에도 불구하고 이 전 총재의 아킬레스건인 2002년 대선자금 처리과정 의혹을 집중적으로 파헤치고 있다.

이방호 사무총장은 “범여권이 이 후보의 조그만 약점까지 다 끌어내 문제를 삼고 있는 마당에 대선자금 의혹이 있는 이 전 총재가 출마하면 얼마나 더 큰 파장이 있겠느냐. 그런 것을 고려하고 처신하라는 경고의 메시지”라고 말하면서도 “앞으로도 개인적으로 그런 스탠스를 취할 것”이라며, 이 전 총재의 저격수로 나설 것임을 자임했다.

김덕룡 의원도 “(두 번의 대선) 패배의 이유가 전적으로 이 전 총재 본인과 가족에 의한 것이며, 본인 스스로 문제를 안고 있다”며 이 전 총재의 ‘호화빌라’, ‘아들 병역면제’ 논란에 또다시 불을 당겼다.

한나라 탈당-출마-후보단일화

이회창 전 한나라당 총재가 마침내 ‘구국의 결단’을 내렸다. BBK, 차명재산 의혹으로 도덕성을 상실한 데다 반쪽짜리 범보수우파의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이명박 후보로서는 도저히 정권 탈환이 어렵다는 계산에서다.

이 전 총재 측근의 말에 따르면 이 전 총재의 출마수순은 먼저 한나라당을 탈당한 뒤 심대평 후보가 이끌고 있는 국민중심당을 흡수할 것으로 보인다. 이 전 총재는 이와 함께 제17대 대선후보로 출마해 이 후보와 범야권 단일화를 통해 한나라당을 접수할 가능성이 높다.

이회창 전 총재의 측근은 “이회창 전 총재가 출마 결심을 굳혔다. 그동안 고심 결과 민족의 안위를 위해 자신 한 몸을 희생시켜 나라를 구하기 위해 출마키로 했다”며 “오는 7일 한나라당을 탈당하고 8일 대국민성명 형식으로 대선출마를 공식발표할 예정”이라고 내다봤다.

이 측근은 이어 “성명문은 평소처럼 이회창 전 총재가 직접 작성하고 가다듬을 것”이라며 “성명문 발표장소는 자택이나 사무실이 너무 협소해 제3의 장소가 될 가능성이 크다”고 말했다.

이 측근은 또 “이 전 총재는 기존의 깨끗한 정당을 흡수해 출마하게 될 가능성이 높다. 기존의 국민중심당을 흡수해 (임시) 전당대회를 통해 후보를 교체하는 방식을 검토하고 있다. 이 방안이 현실적으로 유력하지 않겠나. 이 전 총재는 자금이 없다”고 잘라 말했다.

이와 함께 이 측근은 “이회창 전 총재와 국민중심당 심대평 후보는 정체성이나 이념에서 일맥상통한다. 이회창 전 총재가 이 같은 제안을 하면 심 도지사가 흔쾌히 응할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이 전 총재의 출마에 대해 박근혜 전 대표는 “별로 이야기 드릴 일이 없다. 다 이야기 드렸다”며 말을 아꼈다. 이는 박 전 대표가 범보수우파 진영에서 이 후보의 유일한 대항마로 떠오르고 있는 이 전 총재의 출마를 내심 반기고 있다는 뜻이 담겨있는 듯하다.

한편 한나라당 이방호 사무총장이 꺼낸 이 전 총재의 2002년 대선 자금 문제와 관련 검찰 관계자는 “구 정치자금법상 불법 정치자금 모금죄의 공소시효는 3년”이라며 “이미 공소시효가 지난 사안에 대해 수사할 수 있겠느냐”고 못박았다.

이명박 낙마 대비, 후보교체설?

이명박 후보가 범보수우파 진영의 시험대에 올랐다. 이 후보의 승패는 이제 BBK 한냉전선과 이회창 전 총재의 출마라는 두 개의 변수에 달려 있다. 특히 최근 이 전 총재의 지지율 급상승은 이 후보에게 걸림돌 중의 걸림돌이다.

문화일보의 최근 여론조사 결과 이 전 총재는 15.8% 지지율로 한나라당 이명박(45.3%) 후보와 대통합민주신당 정동영(17.5%) 후보에 이어 3위를 차지했다. 이와 함께 서울신문의 최근 여론조사에서는 지지율 16.6%로 정 후보(14.2%)까지 앞지르며 2위 자리로 올라섰다. 게다가 이 후보 BBK 의혹의 핵을 터뜨릴 김경준씨의 국내 송환이 점점 다가오면서 상대적으로 이 전 총재의 지지율은 더 올라갈 가능성이 높아졌다.

이에 대해 이 후보 측 핵심 관계자는 “선거를 앞두고 작전세력이 들어오면서 그 정도 지지율이 나오는 것”이라며 “어차피 처음에는 지지율이 좀 있겠지만 그 이상 올라갈 수는 없을 것”이라고 못박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재의 출마와 관련 이흥주 특보의 “정권 교체를 불안하게 하는 여러 상황을 타개하기 위해 자신이 어떤 역할을 만들어 가야 하느냐라는 점에서 시작된 것”이라는 말은 이 후보를 더욱 깊은 불안의 늪으로 밀어넣고 있다.

이 특보는 “이 전 총재는 BBK 등 이명박 후보의 여러 의혹들을 의식하거나, 또 지지도가 얼마나 될 지 등을 생각해 고민을 시작한 것이 아니다”라는 말을 하고 있다. 하지만 이 전 총재가 최근 자신의 지지율 추이에 큰 관심을 드러냈다는 것은 지지율이 더 오르면 이 후보를 추격할 수도 있다는 자신감에서 비롯된 듯하다.

이 후보 측에서는 지금 이 전 총재의 대선 재출마를 놓고 ‘무대응’과 ‘우회 압박 설득’이라는 두 가지 전략을 펴고 있다. 즉 겉으로는 무대응을 하면서도 물밑으로는 이 전 총재의 지지율 상승을 기를 쓰고 막아보겠다는 뜻이다.

비상사태를 선언한 한나라당도 이 전 총재 재출마라는 변수를 놓고 동분서주하고 있다. 당 지도부가 직접 나서 이 후보의 친형 이상득 부의장을 만나 이 후보를 도와달라는 뜻과 함께 당내 원로와 지도부를 통해 이 전 총재 달래기에 혼신의 힘을 쏟아붓고 있다.

강재섭 대표가 오죽했으면 “창당정신을 살리고 정권창출의 의지를 더 확실히 하기 위해 창당기념일을 전후로 기념식도 갖자. 당을 위해 헌신했던 이 전 총재를 비롯해 박근혜 최병렬 박희태 이기택 전 대표 등을 전부 모시고 기념행사를 했으면 좋겠다”는 말까지 내뱉었겠는가.

한나라당 안팎의 반발도 드세다. 한나라당 초선의원 10여명과 ‘민주연대 21’ 소속 박종웅 전 의원 등 회원 20여명도 이 전 총재를 거세게 압박하고 있다. 이들은 이 전 총재 지지자들을 향해 “제2의 이인제가 되려하느냐”, “좌파정권 종식은 우파가 해야 한다” 등의 설전을 주고받으며 이 전 총재의 재출마를 거칠게 꼬집고 있다.

한나라당의 고민은 이 전 총재가 지난 두 번의 대선을 통해 검증을 모두 마친 데다 한나라당 전통적 지지층이 선호하는 뚜렷한 보수색채를 지닌 인물이라는 점이다. 이 전 총재가 반쪽짜리 범보수우파 수장 노릇을 하고 있는 이 후보의 대항마로 떠오르는 까닭이 여기에 있다.

한나라당의 또 하나의 고민은 ‘이회창 출마’에 따른 ‘이회창 지지율 상승 VS 이명박 지지율 하락’으로 이어지기 시작하면 범보수우파 진영의 이 후보에 대한 불안심리가 점점 확산될 것이라는 데 있다.

김형탁 민주노동당 대변인이 “이는 한나라당 내부의 불안과 함께 하는 것”이라며 “그림자를 만들어 놓지 않고서는 안 될 정도로 이 후보에 대한 자신이 없기 때문”이라고 비꼰 것도 ‘이명박 낙마’를 걱정하는 한나라당의 고민을 미리 읽고 있었기 때문이다.


댓글삭제
삭제한 댓글은 다시 복구할 수 없습니다.
그래도 삭제하시겠습니까?
댓글 0
댓글쓰기
계정을 선택하시면 로그인·계정인증을 통해
댓글을 남기실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