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1월 중순 이명박 한나라당 후보의 BBK에도 불구, 지지율을 올리지 못해 전전긍긍하고 있는 정동영 후보의 지지율을 뛰어 넘을 수 있다고 호언장담할 정도다.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와 정동영 후보를 싸잡아 비판하며 거침없는 행보를 이어가고 있다. 일부에서 ‘뜨니까 오만해졌다’는 말이 나올 정도의 자신감 넘치는 언행이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문 후보의 이 같은 움직임에 대해 뒷배가 있다는 말까지 나오고 있다. 그 배후로 문 후보에 대해 “모른다”며 시치미를 잡아떼고 있는 노무현 대통령과 지지를 호소하는 정·이 후보의 애원에도 미소로 일관한 김대중 전 대통령이 꼽히고 있다.
문국현 창조한국당 후보가 호흡을 가다듬고 있다. 창조한국당 창당, 각계의 지지선언,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 등 굵직굵직한 행사를 통해 큰 도약을 예비하고 있는 것이다.
독자세력 본진 가동
문 후보는 10월30일 창조한국당을 창당, 세몰이에 나섰다. 창조한국당은 문 후보와 이정자 녹색구매네트워크 상임대표, 이용경 전 KT 사장의 3인 공동대표 체제로 운영되며 ▲공고한 사회적 연대 ▲부동산투기 봉쇄와 중소기업 인력개발 ▲사회양극화 및 비정규직 해소 ▲국토 균형발전 ▲지속가능한 사회 구축 ▲공교육 내실화와 평생교육 체제 완비 ▲소수자 권리 존중 ▲점진적 군비축소와 동북아 경제협력 등을 기본 강령에 담았다.
문 후보는 대표 수락연설에서 “전통사고의 정치가 아니라 경제를 잘 아는 사람, 세계의 큰 물결을 잘 아는 사람들이 모여서 살맛나는 사회, 국가의 품격이 드높은 나라, 젊은이들의 희망이 있는 나라를 만들 때가 됐다”며 “우리나라가 새 정치의 한 페이지를 쓸 때가 됐다”고 주장했다.
이어 문 후보는 “기존 정당, 정치인들이 노력했지만 메워주지 못했던 국민의 욕구와 열망을 우리가 채워야할 때”라고 강조했다.
창조한국당은 이날 중앙당 창당에 앞서 대구, 광주, 전남, 대전, 울산, 부산, 경기, 강원, 전북 등 9개 시·도당 창당대회를 가졌다. 하지만 창당작업을 멈추지는 않을 계획이다. 시·도당 창당작업을 계속해 16개 시·도당 창당을 완료하고 이 기간 동안 文風이 이어질 수 있게 한다는 것.
또한 4일 대통령 후보자 지명대회를 열어 문 후보를 당의 공식 대선후보로 추대하고 내년 총선에 대비, 전국 2백47개 국회의원 선거구 단위 지역별로 지역 조직위원을 공모키로 했다.
곽광혜 창당준비위원회 대변인은 창조한국당에 대해 “기성 정치권보다는 기업인과 시민사회, 학계, 문화예술계 등 각 분야의 훌륭한 분들이 참여할 수 있는 시민참여형 정당으로 출범한다”고 말했다.
문 후보 선거대책본부 고원 전략기획위원장은 “과거 무당파적 이미지를 가진 박찬종, 이인제, 정몽준 후보의 정당은 대선용으로 급조됐다가 사라졌지만 문 후보는 일관되게 가치와 노선, 비전과 정책을 내세워 차별화된 정당을 키워갈 것”이라고 말해 총선을 염두에 둔 실질적인 세력이 만들어질 것임을 강조했다.
띄우고, 띄우고, 또 띄우고
文風을 일으키기 위한 노력은 계속해서 이어졌다. 창당 이후 각계의 지지선언이 이어지기 시작한 것이다.
충북지역 교수 50여 명은 11월1일 문 후보에 대한 지지를 공개적으로 천명했다. 서원대학교 이채욱 교수를 비롯한 충북지역 교수들은 지지선언을 통해 “지금은 낡고 부패한 기득권 세력에 맞서 기존의 정치판을 물갈이해야 할 때이며, 문국현 후보야말로 새로운 정치의 해법을 제시하고 실천할 적임자”라는 점을 밝히고 “문 후보의 정책과 정치적 입장을 지지하고 대통령 당선을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전했다.
같은 날 창조한국당 조직본부장을 맡고 있는 박오순 변호사를 비롯, ‘문국현을 지지하는 변호사 모임’ 60여 명은 “우리는 사회투명성 확립, 대기업책임 강화, 법치주의 구현 등의 문 후보 공약을 절대 지지한다”며 문 후보 지지를 밝혔다. 또한 벤처 기업인 2백여 명도 지지선언을 했다.
문 후보측은 창조한국당 대통령 후보 지명대회를 통해 이러한 지지를 더욱 공고히 하고 각종 이벤트를 통해 얼굴 알리기에 나선다는 계획이다. 1일에는 MBC 100분 토론, 7일에는 KBS 대선후보초청 토론회 등 주요 TV 프로그램에 출연, 공약과 비전을 설명하는 한편 인터넷판 아름다운 가게인 ‘문국현 쇼핑몰’까지 열었다.
‘문국현 쇼핑몰’은 문 후보 지지자들의 기증품이나 문 후보의 각종 공약을 형상화한 UCC, 티셔츠 등을 판매하는 곳이다. 수익금은 사회단체에 기부함으로써 참신한 이미지를 부각시키겠다는 전략이다.
문 후보는 “창당 후 주요 TV와 신문에 비칠 기회가 생기면 11월 중순 전에 지지율 20%를 달성할 것”이라며 방송 출연을 통해 인지도와 지지율 상승을 동시에 이룰 수 있다는 강한 기대감을 나타냈다.
김영춘 선대본부장도 “지금은 지지율이 7~9%를 오가는 정체상태이지만 방송에서 후보의 철학과 정책, 한국사회 문제와 해법을 제시하면서 11월 초에는 안정적인 10%대로 진입해 한단계 비약하는 시기가 올 것”이라고 말했다.
자신감 뒤엔 두 어른이

문 후보는 이명박 후보에 대해서도 “이 후보는 결코 오래 갈 후보가 아니다. 지지율 60%대를 넘어서던 이 후보가 단기간에 50%대로 내려가지 않았느냐”면서 “이 후보는 썰물처럼 빠져나가는 지지율을 보이고 있다. 태양으로 말하자면 지는 저녁 해와 같다”고 비판했다.
그동안 문 후보는 ‘제3후보’로 주목받아 왔음에도 불구, 낮은 지지율로 인해 범여권 후보단일화 국면에서 ‘흡수 대상’으로 비춰져 왔다. 하지만 기지개를 폄과 동시에 “가치관이 다른 데 후보단일화를 하는 것은 야합일 뿐”이라며 사실상 단일화를 거부하는 듯한 모습을 보였다.
한 정치분석가는 “정몽준, 노무현 후보의 사례에서 나타나듯 제3의 후보가 도약하기 시작한 것은 수도권 30·40대 화이트칼라가 움직이기 시작했을 때”라며 “최근 문 후보의 강경 발언은 이들이 문 후보를 향하고 있다는 분석에서 비롯된 것”이라고 말했다. 지지기반이 마련되고 상승세를 도울 이들이 움직이자 자신감을 얻었다는 것.
다른 의견도 나오고 있다. 정치권 일각에서는 단일화에 대해 냉소적으로 대처하는 문 후보의 태도에 대해 DJ와 노무현 대통령의 연대를 이룰 후보로 문 후보가 꼽힌 것 아니냐는 말이 조심스레 흘러나오고 있다. “단일화 없이도 이명박 후보를 상대할 수 있다”는 듯 보이는 자신감 뒤에는 든든한 뒷배가 있다는 관측에서다.
범여권 대통합을 막후 조정, 단일후보 선출에도 적잖은 영향력을 줄 수 있는 위치에 있던 DJ가 정동영, 이인제 후보의 잇따른 방문에 “국민이 원하는 바대로 행하라”는 기본적인 조언 외에는 다른 도움을 주지 않은 것도 이러한 설을 뒷받침한다.
정치권에서는 햇볕정책의 계승, 지역구도의 타파라는 점에서 정·이 후보 모두 DJ의 눈에 들 수 없다는 지적이 계속돼 왔다. 이러한 상황에 노 대통령과의 연대까지 생각한다면 대안은 문 후보뿐이라는 것이다.
두 얼굴을 보이는 노 대통령과 친노파들의 표정도 문 후보를 주목하게 한다. 노 대통령은 문 후보와의 연대설에 대해 “문 후보는 검증 안 된 후보로 잘 알지 못한다. 오해가 없기를 바란다”며 단호히 선을 그었다. 그리고 직·간접적 화법으로 정 후보 지지를 표명했다.
이에 반해 대통합민주신당에 참여했던 이들 중 적지 않은 인사가 문국현 캠프에 참여했다. 경남지역 몇몇 친노인사와 대학교수, 종교계인사 등 20여 명은 “정 후보와는 절대 함께 갈 수 없다”며 문 후보 지지로 돌아섰다.
정치권 관계자는 “팔짱 낀 DJ와 지지표명이 악수로 작용하고 있는 노 대통령의 모습에서 ‘정 후보 밀어주기’는 찾아 볼 수 없다”는 여운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