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한나라당은 김씨가 빨리 송환돼 이 후보의 투명성을 하루속히 밝히라고 주문하고 있지만 속으론 ‘올 것이 왔다’며 전전긍긍하고 있다. 범여권에서는 김씨가 BBK 의혹의 실체로 이 후보를 내세우게 되면 이 후보의 지지율 급속 하락과 더불어 범여권 지지율도 크게 오를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이 후보 중심의 제17대 대선정국을 꽁꽁 얼어붙히고 있는 김경준씨의 조기 송환. 과연 김씨가 손에 든 ‘BBK 보따리’에는 어떤 X-파일이 숨겨져 있을까. 김씨의 주장처럼 BBK 실소유주는 이 후보이며, 50억원이 이 후보의 계좌로 흘러들어갔을까. 한국의 대선정국을 지켜보며 김씨의 송환을 저울질하고 있던 미 국무부는 왜 김씨 송환을 ‘속전속결’로 처리했을까.
<시사신문>은 BBK 주가조작 의혹의 실체와 김씨의 조기 송환이 국내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전방위적으로 파헤친다.
이명박 후보 ‘발목지뢰’ BBK 김경준씨가 이 후보의 대세론을 마구 뒤흔들고 있다. 10년 만의 정권교체가 코앞에 다가왔다며 희희락락하던 한나라당에 갑자기 BBK 한랭전선이 만들어지고 있는 것이다. 그렇잖아도 이회창 출마에 따른 李朴 연대설로 긴장하고 있는 이 후보에게도 BBK 김경준의 조기 송환은 ‘맞은 곳 또 맞는 격’이라 할 수 있다.
BBK 의혹, 검찰 수사 급물살

검찰은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즉시 이 후보 주가조작 연루 의혹에 대한 수사를 한다는 계획이다. 이에 따라 그동안 요지부동이었던 이 후보의 대세론과 지지도 또한 검찰의 중간 수사결과 발표에 따라 희비가 엇갈릴 것으로 보인다.
법무부 관계자는 “미국과 호송 관련 실무협의를 거친 후 LA공항에서 김씨의 신병을 인수하며 송환날짜는 앞으로 2주 전후로 예상한다”고 밝혔다. 따라서 검찰은 김씨를 기소중지 처분한 서울중앙지검 수사관을 미국 현지로 보내 김씨의 신병을 인수, 국내에 도착하는 즉시 범죄인 인도청구 때 발부받았던 체포영장을 집행하게 된다.
대통합민주신당도 이 후보의 고발과 함께 김씨가 국내로 송환되는 즉시 고발을 통해 검찰을 압박한다는 계획이다. 이는 이번 사건이 대선정국에 미칠 파장을 우려한 검찰이 김씨에 대한 조사를 지지부진하게 하거나 적당한 선에서 마무리하지 못하게 일찌감치 대못을 쳐둔다는 것.
신당 이상민 의원은 국회질의에서 “검찰총장 임기는 다음달 23일로 끝나는데 수사가 잘 되겠나”라며 “우리 당도 고발을 할 테니 수사 준비를 착실히 해달라”고 정상명 검찰총장을 겨냥했다.
이에 대해 정 총장은 “언제라도 실체적 진실을 밝히기 위해 최선을 다할 것”이라며, 서울중앙지검에 수사팀 구성 및 구체적인 처리방법을 검토하도록 지시할 것이라고 밝혔다.
BBK 김경준 조기 송환으로 궁지에 몰린 한나라당도 검찰의 움직임을 예의주시하고 있다. 검찰의 어느 부서가 김씨를 조사하느냐에 따라 검찰의 이번 사건 수사의 강도를 가늠할 수 있기 때문.
한나라당 이재오 의원은 국회 질의에서 정동기 대검 차장에게 “김씨가 송환될 경우 서울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부가 맡게 되는가”라고 물었다. 이에 대해 정 차장은 “사안에 따라 특수부로 갈 수도 있다”고 잘라 말했다.
지금 중앙지검 금융조세조사1부는 BBK 주가조작 사건과 관련 김씨를 기소중지해 놓은 상태이며, 특수1부는 ㈜다스에 대한 이 후보의 차명보유 의혹 등을 수사하면서 김씨에게 참고인중지 처분을 내린 상태다.
이명박 BBK 실소유자
김경준씨의 ‘BBK 보따리’ 속에 들어 있는 X파일에는 어떤 비밀이 숨겨져 있을까. 김씨의 주장처럼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제 소유자이며, 주가조작 사건 또한 이 후보의 자작극일까.
미주 한인언론 선데이저널 발행인 제임스 김(James Kim)은 최근 “우리가 연방법원 자료실(680 Roybal)에서 입수한 자료와 김경준씨가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임을 밝힐 수 있다’며 공개하기로 한 자료는 동일한 것”이라고 밝혔다. 이는 BBK 실소유자가 이 후보가 확실하다는 것.
선데이저널은 얼마 전에도 “한국외환은행의 BBK계좌 거래 관계에서 지난 2001년 2월28일자로 4,999,995천원(약 50억원)이 이명박 후보 계좌로 지출된 것으로 밝혀졌다”고 못박은 바 있다.
제임스 김은 “김씨가 일찍 호송된다고 해도 빠른 시일 내에 (자료를) 공개하지는 않을 것”이라며 “11월 중순 이후에나 공개할 것 같은데, 이는 이 후보의 낙마를 위한 전략이라고 본다”고 내다봤다.
제임스 김은 또 “자료입수 경위를 말해줄 수는 없지만 이명박 후보가 BBK의 실소유자임은 확실하고, BBK로부터 50억원을 송금 받은 것도 맞다”고 밝혔다.
제임스 김은 이와 함께 “선데이저널은 2년 전부터 이 자료를 갖고 있었고 보도해 왔다. (LA 지역에서만) 주당 1만 2천부를 발행하는 데, 적지 않은 양의 부수가 박 캠프 측 외곽조직에 전달된 것으로 알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는 경선 때 박 전 대표 측도 선데이저널을 통해 이 후보 반박자료를 얻었다는 것.
이에 대해 이 후보 측은 박 전 대표 측의 이 같은 의혹에 대해 “조작된 자료에 의한 허위 폭로”라며 “BBK는 이 후보에게 송금한 일이 없고, 오직 다스 측에 50억원을 송금했을 뿐”이라고 강하게 부인한 바 있다.
한나라당 박형준 대변인도 ‘BBK 이명박 50억 송금설’에 대해 “터무니없는 소리”라며 “자료를 보내주면 반박할 자신이 있다”고 못박았다.
BBK 의혹의 ‘핵’ 김경준. 그가 이 후보의 ‘낙마’를 꿈꾸는 진짜 이유는 무엇일까. 경제인으로서 반드시 지켜야 할 그 어떤 약속들을 이 후보가 냉정하게 저버리고 모든 책임을 김씨에게 돌렸기 때문은 아닐까.
미, 김경준 ‘속전속결’ 왜?
BBK 김경준의 국내 송환을 두고 말이 많다. 김씨의 조기 송환은 미 국무부의 한국 대선개입과 깊은 관련이 있다는 것이다. 이는 미 국무부가 김씨의 송환은 11월 하순께가 될 것이라고 발표해놓고 갑작스레 김씨 송환을 빠르게 승인한 것을 보면 알 수 있다.
한미 범죄인 인도협정에 따르면 미 법원에서 범죄인 인도 결정이 있으면 국무부는 두 달 이내에 승인여부를 결정하면 된다. 따라서 미 국무부는 김씨 송환 승인 결정을 오는 12월18일까지 해도 된다. 이 후보와 한나라당이 김씨 송환에 대해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고 큰소리 친 것도 이 때문이었다.
하지만 미 국무부는 연방법원 결정(10월18일) 뒤 불과 2주 만에 김씨의 한국 송환 승인을 결정했다. 무슨 까닭일까. 미 국무부의 진짜 속셈은 무엇일까.
김씨 송환을 두고 국내 정치권에서도 말이 많았다. 범여권은 이 후보 낙마의 열쇠로 김씨의 조기 송환을, 이 후보 측에서는 김씨 송환을 대선 이후로 늦추기 위해 밀고 당기는 정치적 게임을 수차례 한 바 있다.

미 국무부 관계자는 “김씨 사례는 한미 범죄인 인도조약에 따라 다른 사건과 마찬가지로 처리됐다”며 “김씨 인도는 이번 대선 훨씬 이전인 3년반 전에 한국정부가 이미 요청했던 것이며 지난 2005년 말 연방법원이 김씨를 한국에 인도할 수 있다고 결정했다”고 강조하고 있다.
한 소식통은 “이번 결정은 니컬러스 번즈 정무차관이 내린 것으로 안다. 콘돌리자 라이스 장관이 중동평화 문제 때문에 바빴던 탓도 있었지만 정치적 오해를 받지 않으려는 생각도 작용한 것 같다”고 못박고 있다.
미 국무부는 과연 김씨 조기 송환을 통해 누구의 손을 들어준 것일까. 정치권에서는 김씨의 조기 송환은 이 후보에게는 지지율 하락과 함께 악재로, 범여권에서는 지지율을 올릴 수 있는 절호의 호재라고 내다보고 있다.
끙끙 앓고 있는 李·한나라
이명박 후보와 한나라당이 끙끙 앓고 있다. 이 후보가 김씨의 조기 송환과 관련 “부당한 정치공작이 있다면 국민이 용납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속앓이를 드러낸 것이라 볼 수 있다.
한나라당도 마찬가지다. 한나라당이 “김경준씨의 귀국을 정치공작을 통해 ‘제2의 김대업’으로 만들려는 움직임에는 단호히 대처하겠다”고 역공을 펴고 있는 것도 ‘김경준 X파일 공개=이명박 낙마’라는 고민이 짙게 깔려있기 때문이다.
나경원 대변인의 말에도 뼈가 들어 있다. “검찰이 대선을 앞두고 수사 과정에서 2002년의 행태를 반복한다면 한나라당이 결코 좌시하지 않을 것”이라는 말 속에는 김씨 수사과정에서 검찰이 중립을 지키라는 뜻과 함께 이 후보를 뒤흔들만한 수사결과는 발표하지 말라는 일종의 메시지다.
안상수 원내대표는 “김씨의 귀국은 이명박 후보에 대해 제기된 의혹이 깨끗하게 해소되는 기회가 될 것”이라고 말하고 있다. 박형준 대변인도 “지금까지 김경준씨가 빨리 송환돼 검찰 조사를 받아야 한다는 입장이었고 그 입장에 변함이 없다”고 말한다.
하지만 한나라당 안팎에서는 “올 것이 왔다”는 분위기다. 이 후보가 부산 선대위 발대식에서 “그들이 말하는 식으로 저는 살아오지 않았다. 그들이 뭐라고 공작하고, 뭐라고 음해하고 무슨 일을 하든지 저는 국민을 믿고 한걸음 한걸음 나아가겠다”고 말한 것도 이러한 분위기에서 비롯되었다.
한나라당 관계자가 “아무리 이 후보와 이번 사건이 무관하다고 하지만 세간의 관심이 ‘김경준’에게 쏠리고 언론에 계속 노출된다면 부담스러울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말한 것도 이 때문이다.
범여권은 잔칫집 분위기다. 신당 최재성 공보부대표는 “이명박의 가면무도회가 막을 내린 것 같다. 이 사건은 이미 국제적인 관심사가 된 만큼 검찰은 명명백백하게 수사해야 한다”며 김씨의 조기 송환을 반기고 있다.
최재천 선대위 대변인도 “BBK 사건이 이 후보 도덕성과 이 후보가 그토록 자랑하는 경영자적 자질에 대한 기준점이 되고 있는 만큼 김경준씨 귀국으로 이 후보의 위장과 허구는 벗겨질 수밖에 없을 것”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민주노동당 박용진 선대위 대변인도 “김경준씨의 귀국은 이 후보의 지지율 고공행진이라는 모래성을 허무는 결정적 계기가 될 것”이라며 김씨의 조기 송환이 곧 이 후보 낙마로 이어질 것으로 보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