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용건설이 재계 화두로 떠올랐다. 워크아웃 상태까지 갔던 회사가 직원들의 고통분담과 희생으로 회사를 정상화시켰다는 이유에서다. 쌍용건설은 실제 세계 각국에서 굵직한 공사를 잇달아 따냈다. 얼마 전에는 국내 해외건설 40년 역사상 최대 규모의 호텔공사를 수주하는 위력도 과시했다.
현재 쌍용건설은 국내 대기업 사상 최초로 종업원 지주회사로의 변신을 선언, 보다 튼실한 기반 다지기에 나선 상태다. M&A(인수합병)를 앞두고 쌍용건설의 몸값이 상종가를 치고 있는 이유다.
채권단 지원 의존 않고 내부 희생·고통분담 통해 경영 정상화
대기업 최초 ‘종업원지주회사’ 변신…M&A 시장 ‘태풍의 핵’

물론 한때 외환위기로 기업 자체가 존폐의 기로에 서기도 했다. 하지만 회장부터 하위직 직원까지 똘똘 뭉쳐 고비를 극복해냈다. 최근에는 특히 국내 최대 규모의 호텔공사를 수주하는 등 눈에 띄는 성과를 기록하면서 재계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M&A 앞두고 ‘종업원 지주사’ 선언
세계 18개국에서 1백23건의 공사, 미화 약 63억 달러의 수주고를 기록하고 있는 쌍용건설. 최근 국내 건설사가 해외에서 수주한 건축 프로젝트 가운데 가장 큰 규모인 싱가포르의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Marina Bay Sands Hotel)을 미화 6억8천6백만 달러(한화 약 6천3백억원)에 단독 수주해 화제를 모으고 있다.
동남아 외환위기 이후 최근 연 7%대의 고속경제성장률을 기록 중인 싱가포르는 마리나 베이(Marina Bay)와 센토사(Sentosa)섬 두 곳에 대규모 도심형 복합 리조트를 개발하는 야심찬 사업계획을 발표했다.
이중 하나의 프로젝트인 마리나 베이 샌즈 호텔 최초 입찰자격심사에는 세계에서 ‘내로라’하는 건설사들이 참여했고, 최종입찰에 쌍용건설과 일본 시미즈, 프랑스 드라가지, 홍콩 개몬 등 4개사가 초청 받았다.
이들 중 가장 유리한 위치에 있던 기업은 화교계 기업으로 마카오 카지노 리조트를 완공한 홍콩의 개몬. 그러나 최종 시공사의 영광은 쌍용건설에게 돌아갔다. 발주처인 라스베거스 샌즈(LasVegas Sands)의 고위 관계자는 “직원들의 열정, 수준 높은 시공능력, 김석준 회장의 인맥 네트워크”를 선정 이유로 꼽았다.
그러면 지난 1999년 워크아웃 상태에 놓인 쌍용건설을 오늘날 손꼽히는 건설명가로 만든 원동력은 무엇일까.
단연 그 원동력으로 꼽을 수 있는 것은 임직원 모두의 뼈를 깎는 고통이다. 단적으로 워크아웃 당시 약 2천3백명에 달하던 임직원은 현재 7백명 선으로 4분의3의 직원들이 회사를 떠나야 했다. 플랜트사업본부가 사라지고 해외사업본부를 대폭 축소하는 등 회사 조직 전체에 엄청난 규모의 구조조정도 단행됐다.
임직원들의 노력은 여기서 그치지 않았다. 회사에 남은 직원들은 급여의 절반 정도를 차지하던 상여금을 전액 반납하며 하루아침에 영세 급여생활자로 전락하는 수모도 감수했다. 이후 회사 존립을 위해 임직원들은 중간 정산한 퇴직금까지 회사에 넣으며 힘을 모았다. 결국 쌍용건설은 5년8개월 만에 워크아웃에서 졸업하는 기적을 일궜다.
해외 수주 실적도 대단하다. 세계 최고층 호텔로 기네스북에 오른바 있는 73층 스위스 스탬포드 호텔을 포함, 싱가포르의 상징 래플즈시티를 시공했고 미국에서만 모두 7건의 개발사업을 연이어 추진했다.
쌍용건설은 이미 1990년대 말 국내에 이름조차 생소하던 두바이에 진출, 이곳의 3대 호텔 중 두 곳인 3백5m의 에미리트 타워 호텔과 두바이 그랜드 하얏트 호텔을 성공적으로 시공했다. 이것이 국내 건설업체들이 두바이 시장에 진출할 수 있는 계기가 됐다.
이런 직원들의 힘은 국내 대기업 사상 최초로 종업원이 진정한 주인이 되는 ‘종업원지주회사’로의 변신 선언으로 이어졌다.
한 인수합병 전문가는 “쌍용건설은 다른 기업과는 달리 채권단 지원에만 의존하지 않고 내부의 희생과 고통분담을 통해 경영 정상화를 달성한 모범사례”라며 “모든 경영정보와 의사결정이 오너 한사람에게 집중되지 않는 종업원 지주회사는 국내외 많은 현장을 운영해야 하는 건설회사에 매우 적합한 지배구조”라고 경영구조를 높게 평가했다.
김석준 회장 ‘발로 뛰는 세일즈’
무엇보다 한 가지 빼놓을 수 없는 원동력은 김석준 회장의 인적 네트워크와 발로 뛰는 세일즈 철학이다. 현재의 쌍용건설이 M&A 시장에서 초대형 매물로 자리할 수 있던 것도 이에 기인한다. 해외 건설업계에서 오랜 기간 노하우를 쌓아온 김 회장이 쌍용건설을 지탱하는 또 하나의 축을 담당하고 있다는 얘기다.
일례로 김 회장은 10년 이상 한-싱가포르 경제협력위원장을 맡으며 쌓아온 화교 정·재계 인맥은 국내 최고로 알려져 있다. 평소에도 항상 회사 홍보용 책자(브로슈어)를 가지고 다니는 것으로 유명한 그는 식지 않는 열정과 폭넓은 신뢰로 세일즈 경영의 성과를 이뤄내곤 한다.
김 회장은 지난해 싱가포르의 관광명소인 센토사섬에 들어서는 최고급 주거시설 오션 프런트 콘도미니엄(Oceanfront Condominium) 수주, 인도에서 남북을 가로지르는 고속도로 총 5개 공구 중 4개 공구, 파키스탄의 대규모 항만 공사 등을 발로 뛰어 당당히 따냈다.
특히 미화 1억3천만 달러 규모의 플라자 인도네시아 확장공사는 일본 건설회사가 공사금액 할인 전략을 펼쳤으나 쌍용건설의 우수한 기술력과 김 회장에 대한 발주처의 절대적 신뢰를 바탕으로 수주함으로써 화제를 모았다.
한편 쌍용건설은 지난 2006년을 ‘해외 건설명가 부활의 해’로 선언하고 사상 최대인 7백70억원의 경상이익을 기록했다. 쌍용건설은 또한 싱가포르, 인도네시아, 인도 등에서 고급 건축물과 도로 등을 연이어 수주하며 올해에만 약 8억 달러의 해외 수주고를 기록, 해외 건설명가로서의 화려한 부활을 맞이하고 있다.